이누가미 일족 犬神家の一族 (1976) by 멧가비


같은 대상을 대하는 다른 시각이 있다. 추리극이라든지 슬래셔 호러 등, "사람이 살해당하는" 이야기를 다룸에 있어 동서양의 태도와 정서 차이도 그 중 하나일텐데, 이는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서양과 정서적이고 추상적인 동양간의 차이. 이성과 감성의 차이로 봐도 무방하겠다. 모두가 그러하다 할 수는 없겠으나 그러한 경향이 분명히 있다고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추리 문학의 경우 서양은 주로 영미권, 동양은 일본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편의상 서양과 동양으로 구분.)


간단하게, 서양은 "How" 그리고 동양은 "Why"라고 축약할 수 있다. 특히 추리극에서 서양의 전통적인 추리극 해법이 "트릭"에 포커스가 맞춰진다면 동양의 것에선 "동기"에 집중하는 경향이 다분히 있다.


같은 "동기"를 두고 봐도 여기서 또 갈라지는 지점이 있는데, 직접적인 폭력이나 이해 관계에 의한 살인이냐 아니면 내밀한 원한 혹은 그 이상의 추상적인 감정에 얽혀있느냐도 서양 동양의 차이로 볼 수 있다. 이는 감정을 쏟는 대신 품는 동양의 정서적 태도와도 관련이 있는데, 그래서 동양의 살인극은 타인이 표면적으로 쉽게 이해하기 힘든 그 "동기"를 설명하고 설득하는 데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


타 장르로 가면 더 직관적인 비교가 된다. 서양과 동양의 호러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캐릭터 각각 한 둘 씩만 꼽았을 때 그들이 이야기 안에서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비교하면 빠르다. 서양의 호러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전성기를 누린 서브 장르는 역시나 슬래셔.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스타라고 할 수 있는 제이슨 부히스와 프레디 크루거가 자신의 원한을 설명하는 것과 살인의 전시(展示) 중 어느 쪽에 공을 들이느냐를 생각해보자. 반대로 J 호러 최고의 스타인 사다코와 가야코의 경우엔 사람을 해치는 방식이 직접적으로 묘사 조차 되지 않는다. 원한을 가진 부기맨이 어떻게 죽이는가, 그리고 사람을 죽이는 저 귀신이 어떻게 귀신이 되었나, 의 차이라고 볼 수 있겠다. 더 멀리가서 단적인 예를 들자. 올드보이의 일본판 원작과 미국판 리메이크에서 각각 이우진 포지션에 해당하는 카키누마와 에이드리언의 모습, 그 차이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 영화는 그러한 동양적인 살인극의 한 경향, 그 상징성과 추상성에 대해 꽤 알기쉽게 가이드해주는 영화에 가깝다. 범인의 살해 동기를 "혈통으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 추측할 수 있는 설명불가의 저주 혹은 망령들림" 쯤으로 말할 수 있는데 이는 서양의 살인극에서는 정말 찾기 힘든, 그리고 특히나 일본의 서브컬처에 깊게 자리잡은 (이제는)클리셰(가 되어버린 것) 중 하나다. 작품 속 가명(家名)인 한 이누가미(犬神)부터가 마치 망령처럼 사람에 붙어 해코지를 가하는 일본의 전통적인 요괴의 이름이라는 점 또한 상징의 하나다. 여기에 비하면 서양권에서의 악마 빙의 등은 상대적으로 굉장히 직접적이고 물리적이다.


본작은 정서 뿐 아니라 극을 진행하는 장치들에서도 일본산이라는 인장을 찍고있다. 꽃꽂이 가위, 거문고 줄 등이 살해 도구로 사용되는 등 설사 작품 안에 외국인이 있다 하더라도 용의 선상에서 제외될 만큼 다분히 일본적이다. 시체를 수습하러 일본식 기와지붕을 오르는 장면은 초현실적인 미학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연출 각본 이치카와 곤
원작 요코미조 세이시



덧글

  • 소시민 제이 2016/09/10 16:47 #

    확실히 손자인 김전일을 봐도... 마지막에 왜 그랬는지에 대한 동기가 나오죠.

    손자 놈이 툭하면 할애비 이름 걸고 손모가지 선언하는데....

    적어도 할애비는 살인 사건이 일어날법한 곳에만 갔지, 손자놈 처럼 가면 사람들 줄줄이 죽어나가지는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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