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북아시아 전반, 특히 일본의 무속 신앙에 "언령(言霊)"이라는 개념이 있다. 말 그 자체가 주술적인 힘을 발휘해 어떠한 작용을 한다는 건데, 이 영화에서는 사람의 흥망을 결정짓는 중요한 키워드로 사용되기도 한다.
예언으로 흥하고 예언으로 망한 사무라이의 이야기로 볼 수 있겠다. 애초에 거미숲의 요괴 노파는 와시즈에게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믿거나 말거나인 예언 몇 줄을 던졌을 뿐. 와시즈의 흥망을 결정한 것은 예언 그 자체가 아닌, 예언에 대한 와시즈의 기대와 두려움 그리고 그 아래에 있는 욕망이다. 예언을 믿지 않았더라면 쿠데타는 없었을 것이며 와시즈 그 자신의 죽음도 없었을 것이다.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는 "말의 무게"라는 추상적 개념을 구체적으로 형상화 하는 것은 요괴 설화의 충돌이다. 일본에 전승되는 요괴 중에는 인간 여자의 모습으로 나타나 인간을 조종해 죽인다는 "조로구모(絡新婦)"에 대한 설화가 있다. 또한 "오오무카데(大百足)"라는 거대한 지네 요괴의 설화도 있는데, 전승에 의하면 오오무카데는 인간의 타액이 묻은 화살에 맞아 죽는다고 한다. 영화는 인간으로 변한 조로구모의 타액이 묻은 화살이 오오무카데의 비극적인 죽음을 완성하는 이야기다.
영화는 다분히 판타지이고 호러이자 쿠로사와 식 에픽 드라마의 프로토타입이기도 한데, 극중에서 와시즈의 기치(旗印)인 지네 형상 깃발은 후에 '카게무샤'에서 재활용 되기도 한다.
연출 쿠로사와 아키라
각본 쿠로사와 아키라, 하시모토 시노부, 키쿠시마 류조
원작 윌리엄 셰익스피어 (맥베드)


덧글
재활용 어쩌구가 아니고 다케다가에서 쓴 하타 사시모노 중에 무카데가 있습니다. 使番衆이 사용했다니까 가짜 신겐이 신겐노릇 하는 장면들에서 나오는게 당연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