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 The Fly (1986) by 멧가비


"파리 대가리를 한 인간"이라는 시각적 충격이 작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르주 랑주란의 원작 소설 대신, 커트 뉴먼의 58년작 영화를 실질적인 원작으로 상정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원작을 재구현하는 데에서 그치는 대신 같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전혀 다른 무언가로 진화시킨다.


관객에게 서스펜스를 제공하는 방식 자체가 58년 원작과는 다르다. 안드레가 뒤집어 쓰고 있던 보자기가 벗겨지고 파리 대가리가 나타나는 "순간"의 쇼크가 58년작이 주는 공포였다면, 본작에서는 점점 파리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을 단계별로 보여주고 그 신체 변형과 파괴를 불쾌한 엔터테인먼트로 삼는다. 결과의 공포인 원작, 과정의 공포인 리메이크로 구분할 수 있겠다.


80년대 특촬 기술로 완성된 신체 파괴의 불쾌감은 자아를 잃고 괴물이 되어가는 과학자의 절망을 표현하는 데에 있어서 골드블럼의 뻣뻣한 연기를 보완해준다. 그만큼 파리 괴물로 변해가는 단계의 특수 분장이 주는 정서 자체가 강렬하고 또한 서사적이다. 골드블럼이 장자의 호접몽을 연상시키는 꿈에 대해 말하는 부분 쯤 가면 묘한 슬픔까지 뒤섞이는 기묘한 공포 영화가 된다. "미녀와 야수" 코드에서 미녀를 담당한 지나 데이비스가 꾸는 구더기 아기의 꿈 역시 영화가 주는 공포에 다각도로 입체감을 더한다.


58년 원작이 '스파이더맨' 코믹스에 영감을 줬(을 것으로 추측하)듯, 이 영화의 몇 장면은 샘 레이미의 2002년작 '스파이더맨'에서 거의 그대로 되풀이 된다. 스파이더맨과 더불어 가면라이더 역시 58년 원작이 그 원형일 것이라고 나는 주장하는데, 92년작 '진 가면라이더-서장'에서는 그 기괴하고 끔직한 변신 장면을 통해 이 영화의 영향을 드러낸다. 가면라이더의 크리에이터인 이시노모리 쇼타로가 해당 영화에 대해 강한 만족감을 드러낸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연출 데이빗 크로넨버그
각본 데이빗 크로넨버그, 찰스 에드워드 포그
원작 조르주 랑주란



덧글

  • rumic71 2016/09/23 19:35 #

    과연, 진 가면라이더에 관한 말씀에는 납득이 갑니다.
  • 잠본이 2016/09/24 23:50 #

    모든 것은 파리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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