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 공원 Jurassic Park (1993) by 멧가비


잠자는 사자의 콧털도 함부로 건드리는 게 아닌데, 영원한 잠에 빠졌던 종을 되살림에 있어서 자본가의 이상은 충분한 고찰을 거치지 않았다. 금지된 영역을 건드린 자본가와 과학자들 앞에서 공룡들은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 되어 자신을 창조한 자들을 저주한다.


영화는 과학에 대한 순수한 탐구심과 자본의 논리, 그 경계에서 중심을 잃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최악의 결과물 중 하나다. 사육할 수 있는 구경거리에 불과할 거라 믿었던 공룡은 인간이 상정한 통제력의 헛점을 절묘하게 파고든다. 전기가 끊긴 철조망을 찢고 개구리의 DNA를 이용해 교미의 통제 마저 깨부순 공룡들은 어쩌면 오만하게도 신의 영역에 침범한 인간들을 향한 대리 심판자였을 것이다.


마치 나비효과처럼 예상치 못한 악천후가 모든 일을 그르치고 참극을 만드는데, 성서 속 야훼의 분노가 연상된다. 자연 도태를 거스르고 생명 창조라는 바벨탑을 쌓아버린 인간들은 공룡이라는 징벌을 받는데, 그 공룡 카타스트로피를 촉발한 것은 갑작스런 폭우였다. 마치 '노아의 방주' 이야기에 나오던 그 비처럼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해 봤다. 열대성 호우인지 뭔지 모를 아무튼 그 망할 비만 아니었다면, 네드리는 아무도 모르게 샘플을 반출한 후 돌아와 시스템을 재가동 시켰을 것이고, 존 해먼드의 공원에서는 당장엔 사고가 없었겠지만 빼돌린 유전자 복원 기술로 인해 쥬라기 공원의 경쟁자가 생겨 독과점 없이 시장 경쟁 체제가 유지되는 결말로 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



연출 스티븐 스필버그
각본 데이빗 코엡
원작 마이클 크라이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