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 301, 302 by 멧가비


"플래시포인트"를 선언했지만 별 거 아닐 줄 알았다. 노라 앨런이 죽지 않았다, 빼고는 애초에 코믹스랑 아무 상관없이 그냥 이름만 갖다 쓴 수준인데다가, 원작과의 유사성이야 사실 별로 중요한 게 아니지만 애초에 드라마판에서 구현할 만한 게 아니었다. 그거 하나 하자고 애로우랑 레오투 설정을 다 바꾼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 아무 기대 안 했지만, 결과도 역시나.


일반인들을 메타휴먼으로 각성시키고 사이 좋았던 인물들끼리 틀어지게 만드는 등 일일이 신경쓰기 피곤한 설정들을 한 방에 성사시켜버리는, 일종의 데우스 엑스마키나적인 소재로 갖다 쓴 거다. 그 시작이 케이틀린인 것 같다. 케이틀린이 킬러 프로스트로 각성하는 게 이번 시즌에서 케빈 스미스가 연출한다던 그 에피소드인 것 같다. 뭐가 됐든 좋으니까 케이틀린 분량 늘려줘라.


소재를 허접하게 쓴 건 기대도 안 한 거라 실망스럽진 않은데, 각본마저 게으른 건 용서가 안 된다. 기껏 양친이 살아있는 세계관을 만들어내놓고선 그걸 되돌리려는 이유가 월리가 죽고 죠가 알콜중독에 빠졌기 때문이라니, 이건 납득이 가능한 수준이 아니다.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게 영웅이라고 생각하는 순진한 정서는 스몰빌 때 부터 있던 거니까 그러려니 하겠지만, 그 희생이라는 게 부모의 목숨이다?


부모를 살려서 역사를 바꿔놓고도 그걸 후회하고 되돌릴 정도의 계기라면 타인 중 누군가 개인의 목숨이 아닌 더 거시적인 무언가여야했다. 이래서야 자기 부모랑 다른 사람 목숨 갖고 저울질 한 것 밖에 안 된다. 게다가 그 대상이 월리 웨스트인 건 별 의미도 없고 애매하다. 죠의 알콜중독? 그건 진짜 안 넣으니만 못한 장면이다. 자길 아버지처럼 키워 준 사람이 알콜중독에 빠진 게 대체 얼마나 안타깝고 가슴 아팠으면 그걸 되돌리려고 친부모를 죽이냐고.


최소한 "엄마를 죽여줘"같은 정신 나간 대사는 넣지 말았어야 했다.



덧글

  • 네메시스 2016/10/20 06:37 #

    플래시 시즌 3가 몹시 걱정되네요. 레전드는 재미 없다고 해서 다운만 받고 때려친 지 오래고... 애로우는 시즌 1 분위기로 돌아가서 좋은데... 플래시 얘가 걱정됩니다. 지금 제가 생각했던 대로 전혀 흘러가고 있지 않아요. 제가 생각했던 것은...
    본래 플래시포인트처럼 아예 세상 자체가 달라지고 -> 능력을 잃은 배리 -> 그린 애로우인 로버트 퀸에게 도움을 요청해 능력을 되찾고 -> 플래시포인트에서의 에피소드 -> 시간을 되돌아가 엄마를 구하려는 배리를 막은 배리 -> 시즌 1 피날레에 엄마를 구하러 간 배리가 소멸되지 않고 다시 생겨남 -> 그 배리를 멈춤. (즉, 시즌 1 피날레에서 엄마를 구하려던 배리를 만류하던 미래의 플래시는 플래시포인트를 겪은 배리.)
    뭐 이렇게, 원작이랑 최대한 가면서 한 아홉 에피 정도는 때울 줄 알았는데 완전 다르더군요. 다른 드라마들도 있어서 그런 건지... (전 슈퍼걸~레전드까지 크로스오버되는 에피소드가 플래시포인트이라고 굳게 믿었었습니다.) 심지어 다르게 갔다 해도 실망스러운 각본입니다. 어제 303을 봤는데 그리 재밌지는 않았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신파극 냄새도 났네요...
  • 멧가비 2016/10/20 13:45 #

    코믹스처럼 아예 세계관 리셋할 생각으로 추진한 기획이 아니기 때문에 처음부터 한계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다른 드라마들과 충돌하기도 할테니까요.
  • DAIN 2016/10/21 12:07 #

    플래시 3시즌은 개인적으론 무거울 수도 있는 이야기를 한없이 가볍게 풀어서 주인공이 자기 딴엔 열심인데 결과적으로 삽질하는 걸 반복하는 개그로 가는 걸로 보여서 … ㅎㅎㅎ
    3시즌 1화 막판에 웨스트 집안에서 아이리스가 안 보일 때 "ㅋㅋㅋ 그런다고 니가 원하는 대로 될 것 같냐~" 하는 기분으로 봤달까요.
  • 멧가비 2016/10/21 14:02 #

    어찌보면 세 시즌 전부가 플래시의 삽질인 것도 같습니다. 적은 예산의 실사화 작품에서 스피드스터를 묘사하는 데에 분명히 한계가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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