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걸 201 by 멧가비


시즌1을 보면서 내내 생각한 이 드라마의 문제점은 "이 드라마의 세계관에 슈퍼맨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였다. 슈퍼맨이 있는데 슈퍼맨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게 납득되지 않는 일들이 한 시즌 내내 벌어졌었으니 말이다. 그게 이 드라마에 대한 애증의 근원이었는데.


슈퍼맨이 등장했다. 그 한 방으로 깔끔하게 종결. 게다가 DCFU의 똥폼 잡는 놈이 아닌, '로이스 앤 클락' 이후 정말 오랜만에 보는 슈퍼맨 같은 슈퍼맨이라는 점이 좋다. '슈퍼맨 리턴즈'도 있지만 클락 켄트로서의 분량이 워낙에 적어서 좀 애매하다. 배우 생긴 게 좀 애매한데, 다 필요없고 슈퍼맨 실사화는 무조건 좋다. 정말 오랜만에 '스몰빌' 보는 기분이어서 존나 감동받았다.


설정상 슈퍼맨으로서 활동한 게 최소 12년 이상인데, 작중 시대 배경과 무관하게 경력만 생각하면 역대 실사화 작품 중 가장 미래의 슈퍼맨인 셈이다. 안경 쓴 어리버리 연기가 12년이나 먹히고 있었다는 게 대단하고, 12년간 어리버리 말단 기자로 구르고 있는 것도 다른 의미로 대단하다.
(물론 12년 전 슈퍼맨일 때 기자가 아니었을 수도 있고 현재도 말단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래도 로이스와 공인된 커플이라는 점, 그 도도한 캣이 사족을 못 쓴다는 점 등을 보면 클락 켄트로서도 꽤 존재감이 있는 인물로 설정된 듯 하다.



코믹스 팬들한테 서비스 엄청 뿌리더라. "비행은 통계적으로 안전한 여행 수단이다" 드립부터 시작해서, 지나가는 시민 입에서 고담시가 언급될 줄이야. 미스 테슈마커 등장은 엄청 의외다. 슈퍼맨 실사 프랜차이즈는 워낙에 전설적인 작품으로 시작해 실사화 계보가 길어서, 굳이 코믹스까지 건드리지 않아도 갖다 쓸 레퍼런스가 많다는 장점이 있다.


리나 루터는 코믹스에서 본 적이 없는 캐릭터인데, 첫인상은 단순히 렉스 루터 여자판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스몰빌의 테스머서에 가까워보인다. 그러다가 당연히 뒷통수 치고 흑막인 거 밝혀지겠지 싶지만 이게 또 모르는 게, 토이맨의 아들이 카라의 베프로 설정된 걸 보면 렉스의 여동생도 든든한 아군이 돼서 대통합과 화합의 시대를 열지도.


슈퍼맨이 존재하니 렉스 루터도 존재하는 게 당연한 거였지만, 그래도 직접적으로 이름이 언급되면서 존재가 확정돼버렸다. 이게 문제라면 문제인 게, 맥스웰 로드가 처음에 슈퍼걸한테 한 짓들이 결과론적으로는 이미 십년 정도 전에 렉스가 슈퍼맨한테 했던 짓들을 멍청하게 또 반복했을 뿐이라는 게 돼버린다는 거다. 애초에 렉스 루터의 대체에 가까운 포지션이었던 맥스가 시즌1 후반에 갑자기 캐릭터성이 바뀌면서 아군에 가깝게 돌아섰던 건, 바로 그 점을 제작진들도 미처 생각을 안 하고 있다가 뒤늦게 깨달은 건 아니었을까 싶다.



시즌1에서도 언급됐던 캐드머스 프로젝트가 이번 시즌의 주요 포인트인 듯 한데, 애로우-플래시 세계관이랑 통합을 앞두고 참 타이밍 대단하다 싶지만, 아만다 월러는 이미 죽었는데? 뭐 어떻게든 되겠지.


테러 도구로 드론이 사용되는 장면에서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슈퍼맨 TAS에서도 드론 같은 게 꽤 나왔던 것 같고, 아무튼 예전에는 굉장히 SF적인 느낌 나는 소재였는데 이제 실사 드라마에 불쑥 나와도 그냥 그러려니 하게 되네.


슈퍼맨이 당분간 내셔널 시티에 머문다고 한다. 슈퍼맨한테 거주지가 큰 의미가 있나? 스펙은 우주급이면서 전국구도 아니고 지역구처럼 스케일 좁게 노는 게 좀 웃기다. 그냥 이번 시즌에 쭉 나올 거라는 말이겠지만 굳이 안 해도 될 말이었다. 그럼 여태 사는 동네가 달라서 안 나왔었다는 소리잖아.



덧글

  • 닛코 2016/10/19 20:31 #

    렉스의 동생은 코믹스에서는 좋은 사람처럼 나왔는데, 이번 DC 리버스에서부터는 음... 모르겠습니다. 이제 막 이야기 시작이라 나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저 슈퍼맨은 가끔 스틸로만 보지만 너무 라틴스럽게 생겨서 당황스럽기도 해요.
  • 멧가비 2016/10/20 13:53 #

    리나 루터가 요즘도 나오는 캐릭터인가보군요. 기존의 아이덴티티가 좋은 사람이었다면 드라마에서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새 슈퍼맨은 영상으로 봐도 확실히 전형적인 북미 백인 얼굴은 아닙니다. 근데 뭐...누가 봐도 라틴계인 딘 케인도 있었던지라 전 그냥 맘에 들어요.
  • 벚나무꽃길 2016/10/20 15:00 #

    라틴계스러워서 당황스럽고, 덧니가 당황스럽고, 굽이 높아서 당황스럽고, 정강이 보호대도 당황스럽고.. 하지만 역시 슈퍼맨은 좋습니다ㅜㅜ
  • 잠본이 2016/10/21 00:33 #

    딘 케인은 혈통이 꽤 글로벌해서 일본계, 프랑스령 캐나다계, 아일랜드계, 웨일스계 혼혈입죠(...)
    처음봤을땐 어디 하와이에서 온줄 알았으나 정작 고향은 미시간
  • 멧가비 2016/10/21 14:03 #

    그건 또 의외네요. 개인적으로는 얼굴로만 봐선 라틴계 + 사모아인 혼혈일 줄 알았는데 사모아 혈통은 아닌가보죠?
  • 잠본이 2016/10/22 18:48 #

  • 네메시스 2016/10/20 06:19 #

    타일러 슈퍼맨이 참 좋았네요. 몇몇 팬들이 CW 슈퍼맨 쇼 만들자고 할 때 결사반대했지만 슈퍼걸 201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그나저나 해외 팬덤에 DCEU 팬들이 너무 많네요. 한 사람이 타일러 슈퍼맨은 시민들한테는 해맑게 웃고, 영웅스러울 때는 멋지게 표정을 짓고, 농담을 날릴 때는 유쾌한 표정을 짓지만 카빌 슈퍼맨은 언제나 인상을 찌푸리며 웃지 않는다는 짤을 만들었는데 DCEU 팬들은 "영화를 보긴 본 것이냐" "코믹스는 보냐" "카빌은 리브보다 최고의 슈퍼맨인데 무슨 소리냐" 둥의 말이 되지 않는 소리를 하더군요.
  • 멧가비 2016/10/20 13:50 #

    슈퍼걸 드라마도 처음부터 CW 주도로 만들어졌다면 지금처럼 밝고 클래시컬한 분위기로 만들어질 수는 없었을 것 같습니다. 스몰빌에서 지금 애로우, 플래시를 보면 CW가 추구하는 분위기가 대충 보이거든요.

    DCEU 팬들이 해외에는 꽤 많은가보군요. 팬덤 취향이야 존중하지만 카빌이 리브보다 위라는 건 좀 너무 어거지 같네요. 리브를 신격화할 필요는 없지만 카빌이 뭐 딱히 크게 인상깊은 슈퍼맨인 것도 아니라...
  • 미노 2016/10/20 08:48 # 삭제

    카빌은 머리털 때문에 흑흑 ㅠㅠ
  • ㄴㅂ 2016/10/20 09:38 # 삭제

    DCEU의 그리스도를 연상시키는 미장센과 내러티브를 갖춘 장엄한 슈퍼맨은 사실 피곤한 감이 좀 있었죠. 능력도 초인인데 성격도 인간적이지 않아 공감하기도 힘들고.
    슈퍼걸 드라마인지라 슈퍼맨이 등장하는 건 일종의 반칙 아닌가 싶었지만, 간만에 성격이 인간적인 슈퍼맨이 영상화되어 기쁘네요
  • 멧가비 2016/10/20 13:43 #

    네 맞아요. DCEU의 슈퍼맨도 코믹스 속 모습 중 하나지만 리처드 도너의 슈퍼맨을 먼저 접한 세대로서는 이번 드라마의 슈퍼맨이 더 익숙하고 반갑더라구요.
  • 코드0 2016/10/21 16:13 # 삭제

    확실히 이 슈퍼맨이 요즘 나오는 슈퍼맨중에서 친근한 인상으로 보이더라고요 카빌 슈퍼맨도 괜찮지만 오히려 플롯의 희생양이 되버린거랑 다르게 제법 활약해주는것도 있고요
  • 멧가비 2016/10/21 20:42 #

    드라마에서 이런 슈퍼맨 보는 게 진짜 너무 오랜만이라 좋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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