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미러 304 샌주니페로 San Junipero by 멧가비


클럽에서 만나 불꽃을 튀긴 두 여인의 80년대 로맨스. 그리 하나씩 밝혀지는 이야기의 서술 트릭. 두 여인은 80년대 사람이 아닌,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가상현실 시뮬레이션의 접속자다. 게다가 시뮬레이션 속 아바타의 외모와는 죽을 날을 기다리며 요양, 투병 중인 고령이라는 점. 



두 여인은 결국 샌주니페로라는 가상의 도시 이름을 한 디지털 서버에 정신을 업로드하고 소멸하는 육체로부터의 완전 분리를 받아들인다. 현실을 완벽히 구현한 전뇌공간 속 데이터가 되어 산다는 것은 영원한 권태로움 역시 받아들인다는 말이기도 하다. 두 여인은 길게 돌아 삶의 끝자락에 서로 만나 그렇게 영원한 동반을 약속한다.


블랙 미러의 에피소드 치고는 이례적으로 따뜻하다. 켈리는 딸과 남편을 죽음으로 잃고 자신만 샌주니페로에 "건너 가는"것을 주저하지만 결국 육체와 분리되면서 자신의 지난 삶과도 작별한다. 즉, 새로운 삶을 받아들인 것. 반대로 요키는 성지향성 때문에 영원히 고통받은 삶을 미련없이 마무리하고 새로운 삶을, 켈리와 함께하는 사실상 첫 삶을 시작하게 된다.


판타지에 가까운 테크놀러지를 이룩한 시대이니만큼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 역시 진보했음을 알 수 있다. 죽음을 앞둔 두 할머니의 동성 결혼이 약간의 부침 없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는 점. 그와 대비되는 것은 클럽에서 춤 추는 켈리와 요키를 바라보던 80년대 시뮬레이션 속 (아마도 현실에서 같은 시대를 살았을) 다른 접속자들의 시선이다.


켈리와 요키가 체험판을 끝내고 완전히 건너가 살게 된 샌주니페로가 기존처럼 80년대 버전일지, 아니면 작중 조금씩 소개된 다른 시대의 버전일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미뤄 추측컨대, 두 여인이 영원한 정신적 삶을 맡기기로 결정한 곳은 그들의 젊은 시절에 고통을 줬던 그 80년대일 것이다. 그것이 보상심리일지 혹은 그저 죽어서 영원히 꾸는 꿈과 같을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연출 오웬 해리스
각본 찰리 브루커


덧글

  • 닛코 2016/10/25 01:09 #

    이 에피소드에 감동했다는 후기가 속속 올라오더라구요
  • 멧가비 2016/10/25 13:52 #

    블랙미러 보시나요?
  • 닛코 2016/10/25 16:54 #

    아직 하나도 못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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