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뽀뽀 タンポポ (1986) by 멧가비


카우보이 모자를 쓴 그 남자는 직업은 장거리 트럭 기사인 고로. 여정에서 머무는 곳이 곧 집인 그가 발길을 멈춘 곳은 더럽게 맛 없는 한 라멘 가게다. 라멘집 여주인 담뽀뽀에게 반한 카우보이 고로는 패기있게 결성된 팀과 함께 라멘집을 성공 가도에 올린 후 다시 방랑을 시작한다. 무법지대 마을을 구원한 서부극 해결사의 뒷모습처럼.


영화는 서부극의 변주임과 동시에 스포츠 영화의 플롯을 일부 빌리기도 한다. 라멘집 주인 담뽀뽀는 카우보이 고로의 트레이닝으로 성장하는 신인 복서와도 같다. 뻔한 로맨스 대신 쿨하게 각자의 갈 길을 가는 마지막은, 로맨스 커플보다는 사제 혹은 동업자 관계에 가까웠던 이들의 관계를 완성하는 마침표를 찍는다. 서로에게 반했음에도 맛의 추구라는 대의 앞에서 그들은 프로페셔널리즘을 해치지 않는다.


고로와 담뽀뽀의 라멘집 이야기에서 못 다한 "먹음"에 대한 담론은 영화 틈틈이 삽입되는 액자 단편들로 대신한다. 스파게티 동호회 이야기는 음식을 앞세운 위선과 허세의 공허함에 대해 풍자하며, 기찻길 옆 오막살이 이야기는 죽음도 불사하는 모성(母性)을 저녁 밥상으로 상징한다. 마트의 미스테리한 할머니 이야기는 먹지 못하니 찔러나보는, 욕망과 집착에 대한 블랙 유머 쯤. 야쿠쇼 코지 파트는 "먹는다"는 행위와 에로티시즘을 동일시 하는 일이 얼마나 불쾌해질 수 있는지를 꼬집는다. 마치 '나인 하프 위크'에 대한 안티테제처럼 말이다.


결국 음식을 둘러싼 군상들의 천태만상과도 같았던 영화가, "먹는다"는 개념의 원점 회귀인 모유 수유로 끝을 맺는 것은 영화의 메시지를 단적으로 함축한 장면이겠다. 결국 먹는 것의 궁극적 도달 목표는 살아감 그리고 맛을 즐기는 것, 그 외에는 공허하다는 말로 해석해도 무리는 없으리라.


예측하기 힘든 전개와 곱씹게 되는 난해한 유머들, 그리고 그 밑에 깔려있는 따뜻한 정서의 언밸런스가 돋보이는 묘한 영화다.



연출 각본 이타미 주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