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리어 The Warriors (1979) by 멧가비


이 영화가 재미있는 것은 시대 불명의 갱스터 판타지인 척 하지만 알고 보면 뒷골목 불량배들의 심리와 행동을 정확히 꽤 날카롭게 관찰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삼오오 유니폼을 맞춰입고 으스대지만 경찰 사이렌 소리에 꽁무니 빼고 도망가는 한심한 꼴이라든지, 당장 죽게 생겼는데 여자만 보면 눈이 돌아가는 멍청한 짓거리 등에선 그들이 뒷골목 인생에 머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설명된다.


영화는 깡패들의 세계를 의협이나 스타일리쉬함으로 포장하진 않지만 일말의 동정의 시선 쯤은 둔다. 열차 안에서 화려하게 차려입은 두 쌍의 연인들을 무표정하게 지켜보는 스완과 머시의 얼굴에선, 타고난 출신지와 계급적 한계 등이 복잡하게 얽힌 상념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처지 비관이나 사회 구조에 대한 원망 등 직접적인 감정으로 단순하게 휘발되진 않는다. 그 장면에서의 스완과 머시의 눈빛에 담긴 정서를 이해하는 것이 곧 이 영화가 담은 정서의 절반을 이해하는 것이리라 생각한다.


깡패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마약 매매나 살인 등 구체적인 중범죄가 언급되진 않는다. 그 많은 패거리들 중 총을 가진 것은 최종 악당인 단 한 녀석 뿐이다. 나머지 녀석들은 어차피 자기들 땅도 아닌 곳에서 텃세를 부리며 깡패 놀이를 하느라 바쁘다. 그저 불안했던 시대에 거리로 내몰린 10대들의 몸부림 쯤으로 애처롭게 봐 줄 여지를, 영화를 관람한 동시대 아웃사이더들을 위해 남겨 놓은 것은 아니었을까.



연출 각본 월터 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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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잡아도 7, 80년대 미국, 중국, 일본의 서브컬처 역사는 서로 모티브를 주고 받는 구조를 형성한다. 특시 80년대 이후 영화와 게임의 상호 교환적인 복잡한 계보 안에서 이 영화가 차지하는 위치는 대단하다고 볼 수 있는데, 고대 그리스 소설의 플롯을 모방하는 것으로 시작해 일본(특히 캡콤)의 벨트스크롤 형 액션 아케이드 게임 전성기의 단초가 되는 이 영화는 "나비효과"로 치자면 나비의 첫 비행 중 유독 힘찬 날갯짓 한 번 정도는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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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지에 고립된 불한당들의 귀향길이라는 점에선, '숨은 요새의 세 악인'이 떠오르기도 한다.

- 월터 힐의 이소룡에 대한 동경은 이 영화에도 드러난다. 영화 속 갱 중 한 무리는 아예 '용쟁호투' 짐 켈리의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 TV 시리즈 '쿵푸'는 결국 데이빗 캐러딘이 주연을 맡게 됐지만 원래는 이소룡의 주도로 기획됐던 서부 액션극이었다. 이소룡이 기획할 당시의 제목은 'The Warrior'였다고 한다. 월터 힐이 거기 까지 알고 있었을지 아니면 그저 우연히 비슷한 제목이 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 캡콤의 아케이드 게임 뿐 아니라, 그 보다 먼 훗날의 '세인츠 로우' 시리즈에도 분명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 흔적들이 보인다.

- 영화 속 인상 깊은 갱 중 하나인 '베이스볼 퓨리즈'는 '짝패'에서 류승완 감독에 의해 오마주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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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JOSH 2016/11/18 01:57 #

    > 일본(특히 캡콤)의 벨트스크롤 형 액션 아케이드 게임 전성기의 단초가 되는 이 영화는

    맞아요, 맞아~~
    후대의 주먹질 게임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영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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