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오브 투머로우 205 by 멧가비

40년대 출신인 빅슨은 80년대 미래로 가서 늙어버린 동료 옵시디언을 만난다. 늙은 옵시디언은 빅슨에게 "왜 우리를 버리고 떠났냐"며 비난한다. 빅슨이 옵시디언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는 건 곧 역사적으로 빅슨은 40년대를 끝으로 사라진 인물, 즉 지금의 빅슨에게는 아직 벌어지지 않은 미래의 일이겠지만 결과적으로 빅슨이 다시는 40년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을 말한다. 시즌1에서 다뤘던 "2046년의 스타 시티" 에피소드도 마찬가지였고. 엄밀히 따지면, 분기점으로 부터 갈라진 평행 우주의 미래라고 밝히고 넘어가야 한다.


그저 빅슨이 돌아오지 않은 평행 미래 중 하나일 뿐인가보다, 라고 시청자가 스스로 납득 해버리면 모든 순간 순간의 변경점마다 평행 미래가 하나씩 다 생긴다는 소리가 되는데, 그럼 이 드라마의 시간 여행 자체가 의미가 없다. 오히려 이 드라마의 근본 자체가 우주에 깽판치는 일일 뿐이다.


시간 여행 드라마를 표방하지만 엄밀히 말 해 과학적 사고는 거의 없는 드라마라고 볼 수 있겠다.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굳이 장르를 나누자면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페어리 테일에 가까울지도.


이 드라마의 단순함을 가장 알기 쉽게 보여주는 장면이 하나 나온다. 80년대의 마틴 스타인은 배에 칼을 맞는다. 상식적으로라면, 80년대 스타인이 칼을 맞은 이후에 죽었는지 살았는지에 따라서 (2016년에서 온) 현재의 마틴은 아예 존재 자체가 사라지거나 배에 오래된 흉터만 남아야 한다. 어차피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시간 여행을 상식적으로 설명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지만, 적어도 논리에는 이게 맞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는, 80년대의 마틴 스타인이 배에 칼을 맞자마자 동시에 2016년의 마틴도 복부에 검상을 입고 통증을 느낀다. 방금 칼을 맞은 것처럼 실시간으로 출혈까지 한다. 이게 얼마나 웃긴 거냐하면, 현재의 자신이 지켜보고 있는 과거의 자신에게 벌어진 신체 변화가, 현재의 자신에게 그대로 일대일로 동기화 된다는 소리다. 예컨대, 내가 지금 지켜보고 있는 과거의 내가 밥을 먹으면 지금 나도 그 맛을 느낀다는 거지. 과거의 내가 세수하를 하면 그걸 지켜보는 현재의 나도 얼굴이 깨끗해진다는 논리다.


저런 "동기화"를 시각적으로 제대로 표현하려면 모든 시간대, 모든 찰나의 마틴이 똑같이 변화를 겪어야 한다. 물리적으로 잴 수 없는 매 순간의 내가 계속해서 출혈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 즉 다른 사람들이 겪는 일반적인 시간대에서 분리되어 나만 추상적인 시간 흐름에 빠진다는 거다. 이런 개념을 잘 다룬 작품은 '닥터 후' 시즌5의 판도리카 에피소드일 것이다. 그러나 역시 이 드라마는 그런 거 없다.


이 드라마의 시간 개념을 쉽게 정의 내리자면, 역사라는 추상적이고 광활한 개념 위를 인물들이 오가는 게 아니라, 타임 머신을 탄 인물들이 주체고 역사는 부수적으로 따라붙는 개념이라는 역발상이다. 즉, 작중 주인공들이 눈으로 보고 있는 곳만 시간이 흐르고 다른 시간대는 주인공들이 쳐다 봐 줄 때 까지 멈춘 채로 대기하고 있는 형국. 마치 오픈월드 게임에서 플레이어 캐릭터의 시선이 닿는 곳의 배경 모델링만 활성화되는 것처럼 말이다.


괜히 투덜거려 보지만, 저연령 대상 드라마인 걸 감안하면 사실 불만거리도 못 된다. 이 이상 시간 여행에 대해 고찰해봤자 정작 주 시청자 애들은 지루해하기만 할 거고. 바꿔 생각하면, 저연령 특촬물 치고 제작 퀄리티가 높은 셈이니 오히려 감지덕지한 일이겠지.


그나저나 비숍 형. 이제 완전히 꼬부랑 노인이 되셨구려. 세월이 그렇게 됐구만.


덧글

  • 코드0 2016/11/23 03:17 # 삭제

    이쯤되면 시즌1이 더 나아보일 지경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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