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동물사전 Fantastic Beasts and Where to Find Them (2016) by 멧가비


본가 시리즈에서 곁다리에 가까웠던 환상종들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 점은 좋은 선택이다. 그러나 CG 동물들의 매력을 빼면 영화가 심심해져버린다는 건 결국 인간들의 이야기를 해야 할 영화의 치명적인 단점이다. 영국판 '포켓 몬스터'가 될 생각이 아니라면 말이다.


캐릭터들에게 매력이 없다. 뉴트 스캐맨더는 주인공임에도 이야기를 주도하기 보다는 사건에 우연히 휘말리고 반쯤은 임기응변으로 해결한다. 덕분에 영화의 두 중심 이야기인 환상종 구출과 옵스큐러스의 뉴욕 테러가 사실상 거의 별개의 이야기인데 그저 억지로 붙여놨다는 인상이 강하다. 뉴트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해리처럼 성장형 인물이 아닌, 이미 자아가 확실한 성인 캐릭터인데도 뚜렷한 색깔을 느낄 수가 없다.


티나와 퀴니 자매는 캐릭터의 성격이나 이야기에 기능하는 방식은 다르나 공통적으로 예쁘고 선하고 따뜻한데, 진짜 그냥 딱 예쁘고 선하고 따뜻하기만 하다. 재미있거나 궁금하지가 않다. 코왈스키는 마법 사건에 깊이 개입한 머글이라는 점에서 흥미롭지만 엄밀히 말 해 본작에서부터 이야기에선 한 발 떨어진 관찰자에 가까웠고 앞으로의 시리즈에서도 재출연한들 비중이 커질 가능성이 적다. 코왈스키는 이미 이 영화에서 꿈을 이룸으로서 개인적인 스토리를 마무리 지었다. 물론 후속작에 다시 나오려면야 어떻게든 구실을 갖다 붙일 수는 있겠지만. 다만 한 가지, 앞으로 시리즈가 혹시나 마법사와 머글들 사이의 갈등을 크게 다루게 된다면 그 화해의 구심점이 될 캐릭터는 코왈스키일 것이다.


콜린 퍼렐과 에즈라 밀러는 배우의 이름값 만으로도 반전을 스스로 까발리는 거나 마찬가지여서 김이 샌다. 배우로서의 아우라가 거의 사라진 콜린 퍼렐도 안타깝지만 갑자기 조니 뎁은 또 뭐야. 겔러트 그린델왈드는 비유하자면 마법 세계의 매그니토다. 악당인데 악인은 아니고 과격하지만 젠틀하기도 한 복잡한 인물. 본가 시리즈에서 묘사된 단편적인 부분만으로도 이미 마법 세계의 Badass로서 젊은 시절을 제법 파란만장하게 보냈을 모습이 그려지는 멋진 인물이라 개인적으로 좋아했는데, 그게 조니 뎁이라니.


상기했다시피 환상종 관찰기와 어둠의 마법사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엮이지 않는 것도 큰 문제지만 결정적으로 영화의 성격이 뚜렷하지 않다. 개인적인 바람이라면, 탈옥한 그란델왈드가 유럽 테러에 환상종을 동원할 계획을 세운다는 전개라면 좋을 것 같다. 그럼 주인공과 악역 사이에 확실한 접점이 생기고 두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섞일 수 있을 것 같다. 거기에다가 오러들의 수사극 비중도 높이면 정말 재미있을텐데.


그렇게 된들 그란델왈드가 조니 뎁이라 망했어.




연출 데이빗 예이츠
각본 조앤 K. 롤링



덧글

  • 나이브스 2016/11/28 20:34 #

    정말 어려운 건 콜린 퍼렐이 다하고 마지막에 좋은 걸 조니 뎁이 가져간 거 같은 기분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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