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탈 리콜 Total Recall (1990) by 멧가비


결론에 대한 해석의 여지는 아직도 모호하다. 영화각 결국 퀘이드의 꿈(가상 체험)이었냐 아니냐에 대한 것으로 나뉠텐데, 하우저라는 인격을 극복한 퀘이드의 진짜 이야기였다면 영화는 단순한 영웅담에 그친다. 그 보다는, 모두 리콜사가 퀘이드에게 제공한 꿈이라는 설정이 더 재미있다. 영화를 퀘이드의 꿈으로 간주한다면 영화 전체가 퀘이드의 내면적 공포를 들여다보는 과정이 되기 때문이다.


아내 로리의 언급에 비춰보면 퀘이드는 도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남자다. 시골 출신일 수도 있고, 슈월츠네거의 악센트를 반영해 유럽 이민자로 상상할 수도 있다. 숲과 호수의 경치를 보여주는 시뮬레이션 윈도우에, 로봇이 조종하는 무인 택시. 이는 미래의 기술적 진보를 보여주는 미장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삭막한 도시 생활의 디테일이기도 하다. 눈 뜨면 코 베어간다는 말마따나, 지나가던 웬 아줌마가 퀘이드의 가방을 뻔뻔하게 가져가려고 까지 하는 도시에 사는 남자의 이야기인 것이다.


퀘이드는 단순 육체 노동 계층이기도 하다. 화성 또한 광산 채굴산업을 위주로 경제가 돌아가고 있을텐데도 퀘이드는 화성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어차피 같은 종류의 노동을 더 척박한 환경에서 하게 될텐데도 아랑곳 않고 오매불망 화성을 꿈 꾼다는 건, 노동자들의 레드 오션인 대도시를 벗어나 척박한 땅에서 개척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싶은 야망으로 해석할 수 있다.


로리의 존재 역시 이민자 출신 육체 노동자의 공포의 반영이다. 아침 식사까지 직접 차려먹은 퀘이드가 광산에 나가서 이두박근이 터져라 일 하는 동안 로리는 집에서 테니스 연습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미모의 백인 금발 미녀 아내를 부양하는 저소득 노동자의 애환이 영화 안에 숨어있는 것이다. 꿈에서 배신자가 된 아내로부터 고간을 -그것도 수 차례!- 걷어차이는 건 이 남자의 부담감이 성(性)적으로 위축되는 단계에 까지 왔음을 의미한다. 꿈에서 만들어낸 이상형이 실제 아내와는 달리 근육질의 히스패닉,다분히 같은 노동 계층을 연상하게 하는 타입의 여성인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화성에서의 영웅담은 노골적이기 까지 하다. 돈이 없으면 숨도 맘껏 쉬지 못하는 재벌의 독과점 시스템을 격파하고 돌연변이로 묘사되는 빈민 계층의 영웅이 되는 것은, 퀘이드의 억눌린 자존감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하게 해 주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겠다.


한창 전성기를 맞이하기 시작한 아놀드 슈월츠네거 특유의 농담(one-liner)들은 역시나 빠지지 않는다. 덕분에 영화가 던지는 철학적 질문과는 별개로 시대를 대표할 만한 액션 영화로서도 기억된다. 슈월츠네거의 장르적 가벼움은 영화의 난해함을 윤색하고 접근성을 높여 순작용과 부작용으로 동시에 작용한다. 아놀드 슈월츠네거의 영화이기도 하지만 감독인 폴 버호벤의 영화이기도 하고, 그 전에 원작자인 필립 K. 딕의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를 이루는 세 주축의 개성이 모두 적당히 살아있어 구성적으로 좋은 작품이기도 하다.




연출 폴 버호벤
각본 댄 오배넌
원작 필립 K. 딕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 We can remember it for you wholesale, 1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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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nenga 2016/11/28 20:07 #

    웬지 주연 배우 본인의 실제 생활이 떠오르는군요
  • 동사서독 2016/11/28 21:00 #

    사실 아놀드 슈왈제네거 이미지에 맞춰 원작의 캐릭터 설정을 바꾼 것이기도 합니다.
  • 멧가비 2016/11/28 21:20 #

    오히려 슈월츠네거는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대표적인 인물이지 않나요
  • nenga 2016/11/28 21:36 #

    이혼사가 떠올라서요
  • 111111 2016/11/28 21:14 # 삭제

    별로 사실 아놀드는 노동자 계급이라기엔 너무 행복한 삶을 사는 것으로 묘사됨
  • 멧가비 2016/11/28 21:23 #

    노동자 계급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음을 다시 생각해 보시길
  • 111111 2016/11/28 21:53 # 삭제

    그러면 딱히 화성을 욕망할 이유도 없어지지 포인트가 뭔지 모르심?

    애초에 작가 코멘터리 보면 그렇게까지 장황한 의미부여는 없다 그랬음

  • 111111 2016/11/28 21:54 # 삭제

    대놓고 폴 버호벤부터가 원래 스크립트대로 아놀드를 연기시키는건 말도 안되는 처사라고 해서 주인공을 좀다 단순한 액션 히어로로 바꿨음
  • ^^ 2016/11/28 21:29 # 삭제

    같이간 친구들이 이해하지 못할 영화다. 차라리 옆에 있는 사랑과 영혼 보자라고 한게 떠오르네요.
  • 천마 2016/11/29 14:17 # 삭제

    슈왈제네거 주연의 토탈리콜을 주인공의 환상으로 해석하면 상당히 재미있지만 그렇게 되면 문제가 되는 장면이 있습니다.

    리콜사 사장이 다른 손님에게 한창 자신들의 환상여행에 대해 설명하고 있을때 비서가 급히 화면으로 그를 부르는 장면인데 이건 주인공이 꿈에 진입하기 시작하는 상황에서는 알 수 없는 부분이죠. 주인공이 날뛰다 제압당하는 장면도 문제인게 주인공이 의식을 잃은 다음 사장이 직원들을 질책하는 장면도 주인공이 의식을 잃은 다음이라 인식을 할 수 없는데다 이 부분으로 인해 주인공이 처한 상황이 현실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리게 됩니다.

    비서가 사장에게 급히 알리는 장면이 없고 여행을 시작하는 장면에서 바로 주인공이 날뛰는 장면으로 가서 마취제를 여러발 맞아가며 의식이 흐려지면서 화면이 암전하는 연출을 한 후 택시장면으로 넘어갔다면 모든게 리콜사의 여행이었을 수도 있다는 해석이 좀더 그럴듯하게 됐을것인데 그게 아쉽습니다.
  • 멧가비 2016/11/30 15:40 #

    리콜사에 가서 의자에 앉은 이후가 모두 꿈이라면 문제가 안 되죠. 숏바이숏으로 분석할 만큼 연출이 치밀한 영화도 아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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