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리언 Alien (1979) by 멧가비


안 그래도 빡센 임무 마치고 퇴근하는 채광 노동자들, 심지어 자는 걸 깨워서 시간 외 근무를 하란다. 곧 줄줄이 죽어나갈 임무를 맡은 이 승무원들은 영화의 시작부터 불공정한 계약에 시달리는 가련한 운명을 띄고 있다. 고용주의 폭압에 시달리는 다 같은 노동자들인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 조금 깊숙하게 들어가면 그 와중에도 차별은 존재한다. 주인공 리플리는 노동 계층 사이에서도 "여성"이다. 설정상의 직급이 뭐든 그는 이 무리 안에서도 (또 다른 여성 승무원과 함께) 가장 손에 쥔 것이 없는 입장이다.


영화의 에일리언, 지노모프는 여성을 착취하는 남성의 성(性)적 강압과 폭력이다. H.R 기거가 남자의 성기를 모티브로 디자인한 지노모프의 대가리는 이 영화에서 성적 폭력의 뉘앙스를 갖게 된다. 원치 않는 임신, 흉골을 부수는 고통과 함께 태어나는 이 놈은 자라서 "좆대가리"를 달고 또 다시 폭력을 시도한다. 혀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혀보다 더 끔찍한 또 한 세트의 이빨을 들어밀면서 말이다.


회사가 심은 안드로이드 애쉬는 바로 이런 더럽게 폭력적인 남성성에 대한 은유로 영화 안에서 기능한다. 애쉬라는 놈이 리플리를 죽이려고 잡지를 둘둘 말아 입 안에 쑤셔넣는다. 회사 내에서 권력 없는 여직원이 남자 상사에게 착취 당하는 클리셰가 바로 blow job이질 않겠는가. 게다가 이 쑤셔넣는 놈은 몸에서 허연 액체를 줄줄 흘린다. 뜻하는 바는 너무나 명확하다. 더럽게스리.


리플리는 영화 마지막에 속옷 바람으로 지노모프를 끝장낸다. 가장 연약한 모습으로 터프하게 남성성을 꺾는 결말.


미술을 빼놓고 논할 수 없는 영화다. H.R 기거의 유기체적이면서도 메카니컬한, 불쾌하면서도 아름다운 디자인은 그 시각적 존재감만으로 곧 이 영화 자체이기도 하다. 영화의 불쾌한 폭력적 정서와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지는 프로덕션 미술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바이오메카니컬함에 아름다움 마저 느껴진다. 덕분에 영화는 호러와 SF, 시각적 몰입감과 내러티브의 긴장감, 주제 의식 등 어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모두 만족시키며 80년대 SF 붐의 시발점이 되고, 또한 수 많은 아류작들의 "퀸 에일리언"으로서 그 역사의 꼭대기에 군림하게 된다.



연출 리들리 스콧
각본 댄 오배넌
제작 월터 힐
미술 H.R 기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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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 기거가 실무를 맡은 유일한 에일리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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