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리언 3 Alien³(1992) by 멧가비


데이빗 핀처의 영화 감독 데뷔작인 이 영화는 시리즈 내에서도 돌연변이처럼 유난하다. 심지어 첫 영화에서도 어느 순간부터는 여전사로서의 모습을 보이던 리플리가 유독 이 영화에서만 내내 주도적이지 못하고 무력하다. 뿐만 아니라 같이 에일리언을 상대해야 할 우주 죄수들 역시 극한의 상황 앞인데도 또렷하게 제정신들을 차리는 것 같진 않다. 살 마음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모를 정도로.


해석 나름, 나는 이 영화에서 공허한 종교광신에 대한 비판을 읽는다. 피오리나 161 우주 감옥은 일종의 예배당이기도 하다. 수도원에 더 가까우려나, 어쨌든. 범죄자 출신 신자(信者)라는 이 아이러니한(그려나 꽤 현실적인) 출신의 남자들은, 발정난 개처럼 달려드는 에일리언 러너한테 당장 죽게생겼는데도 진지하게 싸울 궁리를 하는 대신 구조대가 오네 마네 자기들끼리 싸우고 자빠졌다. 자신의 살고 죽음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보이지 않는 뭔가에만 매달리는 꼴이 아니겠나. 정작 자기들을 구원할 리플리를 알아보기는 커녕 강간할 뻔 했던 놈들이니, 이 얼마나 어리석고 눈 먼 인간들인가.


스스로 에일리언을 부를 미끼가 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리플리. 결국 그 마지막은 누가 봐도 거룩한 열십자 포즈로 용광로에 뛰어들며 마무리된다. 뱃속에서 튀어 나오려는 체스트 버스터를 붙잡고 동귀어진한 것은, 전편에서의 모성성을 부정할 정도로 거대한 희생 정신일 수도 있고, 괴물을 낳은 실패한 신이 되는 대신 인류의 구원자로 남겠다는 숭고한 의지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리플리는 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자신이 살아남는 것 이상의 가치를 따라 최후를 맞았다. 이는 전편의 모성애를 뛰어 넘은 것일 수도, 같은 맥락에서의 진화-확장일 수도 있을 것이다.


CF 감독 출신의 핀처는 전편들과는 다른 편집과 이야기로 시리즈 팬들에게 두고 두고 낯설 세 번째 영화를 만들었다. 당시 핀처의 야심이 어떤 것이었든 간에 극장 흥행은 상대적 실패, 스튜디오와의 싸움은 대대적으로 실패하고 만다. 단지 이야기가 낯설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리플리는 좋지만 에일리언 없이 리플리 혼자 다 해먹는 영화에는 손을 들어주지 않는 시리즈 팬들의 확실한 자기주장의 결과물이었을까.



연출 데이빗 핀처
각본 월터 힐, 댄 오배넌
제작 월터 힐, 시고니 위버


덧글

  • 루트 2016/12/02 02:40 #

    이리보면 에일리언은 오락영화를 넘어서 매회 다른 방식으로 야만에 대항하는 인간의 승리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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