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머맨 The Lawnmower Man (1992) by 멧가비


순수하고 선한 마음을 가졌지만 지능이 부족하다는 이유 만으로 마을 최고의 호구이자 동네북 취급을 받는 청년 조브. 우연히 과학자의 눈에 띈 그는 피험자의 지능을 끌어올리는 실험의 모르모트가 된다. 그러나 처음부터 불안정했던 실험은 조브의 지능을 비상식적으로 향상시키고, 급기야 초능력에 눈을 뜬 조브는 새로운 인격을 가진 악마적 초월자로 거듭난다.


크리스트교 경전 중 구약의 '욥기(Book of Job)'를 비틀어 모티브로 삼은 이 영화의 주인공 조브는 이른바 신앙심이 비틀린 욥이다. 조브가 네트워크의 신이 되기 전 참혹하게 복수한 인물이 (욥의 친구들과 동일하게) 세 명인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초능력을 얻기 전 신부(神父)로부터 받았던 학대는, 각성한 조브로 하여금 신성(神聖)을 부정하고 그 스스로 새로운 세상(네트워크)의 신이 되겠다는 갓 컴플렉스를 갖게 만든다. 여기서의 핵심은 평범한 사람이 신을 꿈꿨다, 가 아닌, 평범한 사람도 신처럼 군림할 수 있는 공간을 제시했다는 것.


아직 현실 세계에 있을 당시에도 이미 조브는 신을 자칭할 수 있을 만큼의 초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폭주의 끝에 물리적인 몸을 버리고 네트워크 세상으로 들어가 버렸다는 것은, 네트워크라는 차세대 공간이 현실 세계의 가치를 초월할 시대가 올 것을 예견한 셈이다. (장 보드리야르의 '시뮐라시옹' 이론의 영향일수도) 영화의 마지막, 조브의 예언대로 세상의 모든 전화 벨을 울려 자신의 재림을 알리는 장면은 그런 맥락에서 의미심장하다.


현대의 시각으로 보면 상당히 기초적인 컴퓨터 그래픽이 사용된 점 등이 이질적이기도 하지만 본작은 그런 시대적 한계를 가진 부분이 아닌, 시대를 앞선 상상력을 중점으로 두고 감상, 평가함이 공정할 것이다. 2천년대에는 모든 사람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을 거라는 대사는 그 통찰이 대단하거니와, 네트워크를 통해 인간 개체들을 하나의 군체 의식으로 묶겠다는 조브의 계획은 마치 [에반게리온] 시리즈의 '인류보완계획'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재미있는 발상이다.


영화는 일견, 컴퓨터 네트워크 기술의 급격한 발전이 새로운 인텔리 집단을 배출해내고 사회 권력 지표를 뒤집을 것을 경계하는, 구세대 지식층의 기득권 상실에 관한 공포처럼 읽히기도 한다.


세기말 가상현실을 다룬 많은 영화들이 그러했듯, 이 영화도 미래지향적 아이디어의 하나로 사이버 섹스를 채택하고 있다. 어쩌면 그 당시 영화들이 사이버 오락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쾌락을 조금 과대평가한 모양이다.


명대사
"지식은 기술을 통해 무한히 진보할 수 있다. 단, 지혜의 검증을 거쳐야 한다."



연출 브렛 레너드
각본 브렛 레너드, 지멀 에버렛
원안 스티븐 킹 (The Lawnmowerman, 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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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멧가비 : 트랜센던스 Transcendence (2014) 2017-02-03 18:23:12 #

    ... 지배하려는 마왕보다는, 인류를 진화시키고 보호하려는 메시아에 더 가까웠다. 갓 컴플렉스의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면 바로 윌이 가진 게 그것이었으리라. 흔히 비교되는 [론머맨]과의 결정적인 차이도 여기에 있다. 영화가 탐구하는 의문은, "인류는 신을 만났을 때 그가 신이라는 걸 알아볼 수 있을까"에 대한 것이었다. 윌의 의도와 비전을 ... more

덧글

  • 2016/12/06 18:35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무지개빛 미카 2016/12/06 18:37 #

    마지막에 끝까지 루트를 찾다가 백도어를 찾아내자 활짝웃던 조브의 얼굴이 압권이었죠
  • 멧가비 2016/12/07 00:25 #

    CG가 아직 인간을 닮지 않았던 시절의 맛 같은 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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