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 SULLY (2016) by 멧가비


설렌버거는 영웅인가 사기꾼인가?


설리의 꿈에 나오는 질문이지만 실질적으로 설리 본인이 영화 내내 스스로를 괴롭혔던 자문(自問)이기도 하다. 물론 설리가 "영웅"이라는 것은 결과적으로 이미 나와있는 답이다. 영화는 본질적으로, 영웅을 영웅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를 탐구한다.


 US 에어웨이즈 1549편 기장 설렌버거는 비행 경력 40년의 베테랑. 은퇴를 앞둔 설리가 자신을 둘러싼 영웅담에 확신하지 못하는 것은 명백히 "장인(匠人) 정신"에서 기인한다. 155명을 무사히 살려내고도 남아있는 고민은 "판단이 옳았느냐"에 대한 것인데, 이는 장인으로서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수십 년을 자신의 위치에서 흔들리지 않고 한 자리를 지킨 장인이 돌발 상황에서 의지한 것은 메뉴얼이 아닌, 자신의 경력과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 "판단"이었기 때문이다.


매 순간 부단히 갈고 닦아 몸에 익히면 어떤 상황에서든 자연스럽게 실용(實用)할 수 있는 게 바로 장인의 기술. 설리는 돌발 상황에서 자신이 내린 판단과 그 결과물이, 최선인 듯 사실 그저 모양새만 좋을 뿐인 결과이진 않을까 고민한다. 당구로 말하면, 대회 나가서 마지막으로 기막히게 친 공이 내가 제대로 친 공인지 후루꾸인지 계속 생각하는 거지.


결국 청문회를 통해 자신에 대한 판단이 옳았음을 스스로 납득한 설리는 그제서야 "난 할 일을 했다"고 말하며 어깨의 짐을 내려놓는다. 최선의 판단과 결과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기 까지의 시간이었다.


설리는 영웅이 아니다. 다시 말하면 "영웅이 되려는 자는 영웅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설리는 그저 장인의 자세로 자신을 믿으며 행동했고, 전설로 남을 결과물에도 거만하지 않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확인하려 했던 것이다. 물론 타인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는 분야에서의 장인은 곧 영웅과 동일시 된다. 설리를 영웅으로 만든 것은 기술 이전의, 태도였다.



연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각본 제프리 재슬로
원작 체슬리 설렌버거 (자서전 Highest Du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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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행크스 역시 곧 40년 경력을 채울 날이 머잖은 연기 장인이다. 의도한 건지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포레스트 검프]나 [캐스트 어웨이] 등 행크스의 지난 영화들이 오버랩 될 만한 장면들을 삽입하며 안팎으로 뭉클한 느낌을 준다. 심지어 [스플래시] 마지막에 대릴 한나를 만나러 뛰어든 것도 허드슨 강 아니었나?


물론 감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도 빼놓으면 섭하겠지. 그래도 그렇지, 영화 속에 자기 얼굴 은근슬쩍 끼워 넣은 건 조금 자의식 강해보이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든다. 마블 영화도 아니고 대체 뭐여.



핑백

  • 멧가비 : 2016년 극장 영화 베스트 2016-12-07 18:39:14 #

    ... 의미로 기대 안 하고 봤는데 재미있었던 작품. 전작이 워낙에 그지 같았어서상업적인 이유가 아니었다면 아예 별개의 타이틀을 달고 나왔어야 더 좋았을 영화. 2.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 올해 유일하게 눈물 난 영화실화라는 점에서 더 시사하는 바가 크다저들이 155명을 무사히 구해내는 동안, 우리의 "그들"은 무얼하고 있었나 1. 캡틴 ... more

덧글

  • 잠본이 2016/12/11 15:15 #

    감독이 얼굴 끼워넣기라면 히치콕도 연상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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