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시스텐즈 eXistenZ (1999) by 멧가비


영화는 일종의 가상현실 체험 게임을 소재로 하고 있다. 아닌듯 묘하게 인체의 어딘가를 닮은 역겨운 외형의 게임기 '포드'는 탯줄처럼 생긴 케이블을 이용해 인간의 중추신경에 직접 연결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마치 샌드박스 오픈월드 게임처럼 룰과 미션이 주어지지 않은 채, 유저의 자유의지와 창의력으로 할 일을 찾아 해결해야 하는 방식의 시뮬레이션 게임 속에서 가장 첨예한 대립은, 게임을 만드는 자와 게임을 악마의 것으로 간주해 반대하는 자들 사이에서 일어난다.


영화 자체도 그러하거니와, 특히 게임의 진행은 맥거핀과 모호한 상징성으로 가득하다. 마치 관객의 이해와 해석을 원천적으로 거부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물론 영화가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부분도 있는데, 이것이 바로 게임의 모호한 성질과 관련 있다. 게임에 접속한 유저는 명료한 자기 인격을 갖고 있음에도 이따금 자신이 입은 게임 캐릭터의 AI에 주도권을 뺏기는 모습을 보인다. 또는 게임에서 로그아웃 한 후 약간의 착란이나 심신미약에 시달리는 모습 역시 보이는데, 여기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영화 속에서 게임을 약물 복용의 메타포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인체 파괴의 미학자 데이빗 크로넨버그가 고안한, 불쾌하게 유기체적인 가상현실 테크놀러지는 새로운 세대의 또 다른 중독성 약물인 셈이다. 중독성, 윤리의식 결여, 인격 해리 증상 등의 묘사로 메타포를 뒷받침하고 있기도 하는데, 이야기가 마무리 되고 나서도 이게 현실에서의 일인지 여전히 게임 속 게임인지 모호하다는 점 역시 약물로 인해 파괴되는 현실 감각을 관객으로 하여금 대리 체험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크로넨버그의 미래 통찰은 게임을 그토록 위험한 것으로 간주했던 것일까. 물론 비디오 게임을 소재로 했지만 어쩌면 자신을 잃을 정도로 천착하게 되는 모든 중독성 물질(문화)에 대한 경고성 풍자이기도 하다. 정신적 아노미 상태에서 이드(id)가 인격을 지배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디폴트 상태의 인격도 윤리적으로 점점 이드에만 잠식당하는 파행적 인격 변화를 말하려던 것일 수도 있겠다. 한 마디로 존나 예술적으로 꼰대같은 영화다.


크로넨버그의 영화 답게 불쾌한 미장센으로 가득한 점도 주요 포인트. 영화를 보다 보면 개구리 해부 하던 과학 시간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마치 동물 내장이 반찬으로 나온 날의 짬통을 구경하는 듯 역겹게 물커덩거리는 유기체적 소품들에선 묘하게 guilty pleasure 쾌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연출 각본 데이빗 크로넨버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