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 토리노 Gran Torino (2008) by 멧가비


미국의 역사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인종주의, 에 대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식 사과의 제스처라고 해야할지. 혹은 "더티 해리"가 말년에 찾은 비폭력 자경주의의 해답이라고 해야할지. 영화는 많은 생각을 남긴다.


영화의 정서는 영화가 표면적으로 드러내는 것보다 조금 더 복잡하다. 몽 족 갱들을 보는 코왈스키의 눈빛에선, 난 전쟁터에 나가 외국인들과 싸웠는데 왜 쟤들은 평화로운 시대에 같은 민족끼리, 그것도 사촌끼리 저러고들 있나, 하는 이해불가의 분노가 느껴진다. 그리고 그 의문의 끝에는, 자신 역시 자기 자식들에게마저 마음을 열지 않았다는 회한이 남진 않았을까. 결국 전쟁은 PTSD만을 남겼고, 그토록 보수적으로 지키려던 땅에는 이민자들이 자리를 잡고, 자신의 장례식에는 슬퍼할 가족 하나가 없게 된 노인의 마음을 어떤 한 문장으로 정의 내릴 수 있으랴.


결국 코왈스키는 아버지인 자신의 삶을 부정하고 울타리를 떠난 혈육 보다, 내 품으로 들어온 이웃에게 유산을 남기며 마지막을 맞는다. 코왈스키와 타오가 유사가족이 되어 이해와 정을 나누는 "이웃 사촌" 스토리는 자못 감동적일 수 있지만, 그 안에 깔려있는 Whitesplain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순간들엔 영화의 정서와 메시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미묘해진다. 정확한 성향을 종잡을 수 없는 이스트우드 본인의 인종적 태도와 마찬가지로.


품에서 총 대신 지포 라이터를 뽑으며 최후를 맞는 코왈스키의 모습은, 마치 검을 뽑지 않고 상대를 이기는 달인의 위엄처럼 보이기도 한다. 총으로 자신의 앞마당을 지키는 미국 전통 자경주의의 달인이라고 해야할까.




연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각본 닉 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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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를 듣고 있으면 코왈스키의 입에서 정말로 온갖 다양한 타 인종(특히 아시안) 비하 단어가 튀어나온다. 대충 알아 들은 게 예닐곱 개 정도인데, 실제로는 토탈 53개의 멸칭이 대사에 포함되었다고 한다. 대단하다 대단해.


엔드 크레딧에 흐르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노래는 솔직히 좀 깬다. 방금 죽은 사람 목소리로 부른 노래를 굳이 넣었어야 했나. 여운 좀 남기려는데 현실로 떠밀려 나온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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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닛코 2016/12/13 22:26 #

    이번 대선 기간에, 본인이 젊었을 때엔 인종차별이 없었다는 말을 했다고 들어서 확 깼습니다...
  • 멧가비 2016/12/14 14:33 #

    그래서 참 이상한 사람이에요. 본인이 인종주의자인 것 같진 않은데 인종차별에 대한 개념이 5, 60년대 쯤에 머물러 있는 것 같거든요.
  • 닛코 2016/12/15 20:33 #

    전성기 무렵에 모든 게 멈춰져 있는 것 아닐까요.. 라고 하기엔 연출하는 영화들이 그렇지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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