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찾아서 La Guerre Du Feu (1981) by 멧가비


영화는 동굴 안에서 집단으로 생활하는 한 원시인 부족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불과 도구를 사용할 줄 알지만 불을 만들지는 못하는 이들은 어느 날 호전적인 털복숭이 와가부족의 습격을 받아 불씨를 잃고, 이에 울람족 전사 3인은 불을 찾기 위한 여정에서 동굴로 돌아오기 까지 다른 아종들과 만나게 된다. 불을 발견하고 인류로서의 도약을 하게 되는 원시인들의 이야기. 알고 보면 거의 분장을 하지 않은 맨 얼굴의 론 펄먼이 그 3인방에 속해 있음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혈거인 울람족, 네안데르탈인 와가부족, 머드맨 이바카족 등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원시인들은 각 그룹 간 개성도 뚜렷할 뿐더러 동시대의 인류가 맞나 싶을 만큼 한 눈에도 식별할 수 있을 진화 수준의 차이를 갖고 있다. 인지 가능한 대사가 없는 작품이니 만큼, 피아를 구분하기 위한 시각적 연출 방식이었을텐데, 덕분에 영화는 마치 단체로 복장을 맞춰 입고 같은 문신을 하는 할렘가 갱스터들의 구역싸움처럼 보이기도 한다. 매개체는 불 대신 무엇으로 대체해도 좋다. 돈가방일 수도 있고 위조 지폐의 동판 혹은 마약 제조 레시피일 수도. 결국 원시인이나 현생 인류나 밥그릇 뺏기, 땅따먹기에 목숨 거는 건 마찬가지라는 소리다. 영화는 어쩌면 아주 먼 미래의 인류를 다룬 SF일지도 모른다. 인류는 늘 그럴테니까.


늪지대에 사는 이바카족은 주인공들이 속한 울람족보다 문화적으로 월등히 앞서있는데, 화장이나 장신구, 식기(食器), 움막집, 주술적 노래 등으로 우월함이 묘사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불이다. 이바카족의 여인 이카는 나오를 따라 울람족의 동굴로 간다. 이카는 울람족에게 불을 피우는 법을 가르쳐주지만, 동시에 나오에게 정상위(正常位) 즉, 인간의 섹스를 가르쳐준다. 인류에게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 준 가장 위대한 발견, '불의 발견' 만큼 중요한 것이 강조되는 부분. 특히 임신한 이카의 배를 클로즈업하는 마지막 장면은, 짐승 단계의 번식을 넘어 애정으로 묶인 가족이라는 개념의 발견이야말로 인류 도약의 중요한 체크포인트라는 점을 시사한다.



연출 장 자끄 아노
각본 제라르 브러치
감수 및 고증 데스몬드 모리스, 앤서니 버제스



덧글

  • 포스21 2016/12/14 18:33 #

    뭔가 흥미를 끄는 소재네요
  • 떠리 2016/12/14 18:56 #

    아 이거 대사한마디도 없는데 꽤 인상깊었죠
  • 남중생 2016/12/15 01:09 #

    마지막 문단에서 왕좌의 게임이 연상되네요... 칼 드로고;;
  • 닛코 2016/12/15 20:32 #

    예전부터 명성이 드높은 영화지만 한 번도 볼 기회가 없었네요. 저 세 무리가 서로 다른 부족이 아니라 아예 다른 종족의 개념인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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