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로게이트 Surrogates (2009) by 멧가비


전세계의 사람 중 98% 이상이 아바타 로봇을 통해서만 세상을 살아간다. 때문에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매끈하게 생긴 아바타 로봇들로만 가득한 기괴한 세상. 자신의 몸으로 직접 거리를 나서는 게 마치 알몸 외출이나 되는 듯 백안시되는 분위기의 묘사가 재미있다.


영화는 소통의 부재, 그리고 "인간다운"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주인공 톰 그리어는 써로게이트만으로 돌아가는 세상에 적잖이 회의를 가진 인물인데, 그를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아내와의 관계다. 한 집에 살고 있으면서도 각자의 방에 누워 써로게이트로만 소통하는 이상한 부부관계 말이다. 같이 있어도 같이 있지 않은 아이러니한 인간관계가 영화의 핵심.


어쩌면 영화는 개봉 당시보다 요즘과 더 맞닿아 있다. 스마트폰 메신저가 대중화되어, 사람들과 만나서도 서로의 얼굴 대신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게 된 2천 10년대 사회의 모습을 아주 조금 일찍 예견한 셈이다. 영화 중간에 등장하는 써로게이트 뷰티샵(?) 장면은, 다듬어진 모습만 세상에 노출하는 SNS 문화에 대한 예언이기도 하다. 동시에 성형 대국 한국의 관객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확실한 건 주류 판매량과 출산율은 엄청나게 줄어들었을 거라는 점이다. 맘에 드는 이성을 만나도 당장 눈 앞에 없으니 섹스가 가능할 리 없고, 사람들과 모여서 술을 마실 일이 없으니 더욱이나 감정이 고양되어 치르는 충동적인 섹스는 사실상 과거의 유물이 되었을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그 와중에도 '재킹'이라는 기술을 이용해, 써로게이트를 통해 일종의 전자 마약을 즐긴다는 설정이다. 삶이 어떠한 형태가 되든 쾌락과 환각 상태에 의존하려는 어리석음은 변하질 않을 것이라고영화는 내다보고 있나보다.


캔트 박사에 의하면 취지는 좋았다. 영화 속 말마따나, 신체가 부자유스러운 장애인들의 사회 진출 발판이 될 것이며 외모의 편견에 갇히지 않는 점은 분명 세상을 좋게 만드는 면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직접적인 묘사만으로도 보안이나 안전 문제 등에서 수많은 허점을 드러내기도 한다. 어떤 면에서는 영화 [토이즈]에서 묘사된 장난감의 군사 병기화가 이미 실현된 미래이기도 하며, 마음만 먹으면 "빅 브라더"가 얼마든지 탄생할 수 있는 세상이기도 하다. 써로게이트가 문제를 일으키기 전에 유저와의 링크를 끊어버리는 진압 방식은 묘하게 [마이너리티 리포트]와도 닮아있지 않은가.


아니 당장에 이 세계관이 위험한 것은, TV에 나와서 대통령이 뭐라고 떠든들, 저게 대통령이 하는 말인지 다른 누군가가 뒤에서 해주는 말일지 구분할 방법이 없다는 거다.



연출 조나단 모스토우
각본 마이클 페리스, 존 D. 브란카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