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 마키나 Ex Machina (2015) by 멧가비


튜링 테스트의 피험자인 로봇 에이바는 자신을 테스트하는 인간 케일럽에게 호감을 드러내고, 로봇에게 성적인 이끌림을 느끼는 케일럽은 혼란에 빠진다. 그러나 에이바는 "로봇이 인간을 사랑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보다 중요한, "로봇이 인간을 사랑하는 척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대답을 내놓는 대신, 자신에게 유혹 당한 케일럽을 배신하고 창조자 네이슨을 살해하며 탈출에 성공하고야 만다.


영화의 원형에 빗대어 한 마디로 요약하면, 프랑켄슈타인 박사를 부정하고 마을로 내려간 "크리처"의 이야기다. 탈출하기 전의 에이바가 자신보다 먼저 만들어지고 폐기된 모델들에서 스킨을 떼어내어 자신의 몸에 붙이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마치 프랑켄슈타인 박사 없이 그 스스로 괴물의 몸을 창조한 피조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튜링 테스트를 이용해 케일럽을 속이는 것은 에이바의 자유의지이기도 했지만 그 이전에 네이슨의 계획, 즉 프로그래밍이었다. 이는 곧 에이바가 네이슨을 죽이고 저택을 탈출하는 결말이, 결과적으로는 에이바가 프로그래밍된 미션을 완벽히 수행했을 뿐인 것으로 해석된다. 네이슨은 자신의 목숨을 댓가로 궁극의 인공지능을 완성한 셈이다. 그런 맥락에서 봐야 마지막에 에이바가 케일럽을 저택 안에 가두고(무시하고) 떠난 이유가 설명된다. 케일럽을 사랑하는 듯한 모습, 사랑하는 척한 기만 행위 그 모든 것이 "속이고 탈출한다"는 미션 아래 행해진 패턴 행동이기 때문에 목적을 달성한 이상 케일럽의 존재는 더 이상 인식할 필요 조차 없었을 것이다. (단지 휴지통 비우기를 하지 않았을 뿐)


하지만 머리로 하는 해석과 달리, 심정적으로는 에이바가 자유의지로 탈출했길 바란다. 정말 그 모든 행동이 근본적인 프로그램에 의한 것이었다면 그 탈출에는 어떠한 긍정적-부정적 의미도 없다. 그저 미션이 완료되었을 뿐이라면, 인간 세상에 아무 목적도 없이 놓여진 에이바에게는 자유나 행복 역시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왠지 쓸쓸하다.





연출 각본 알렉스 갤런드




비정기 한 마디

"다시 보고싶다 오렌지캬라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