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첵 Paycheck (2003) by 멧가비


미래를 보는 기술을 완성한 과학자 제닝스는 기업이 기술을 악용하지 못하도록 의로운 사보타주를 행하게 된다. 기억이 지워질 자신을 위해 준비해 놓은 설계들, 정확한 타이밍에 정해진 도구를 사용하는 계획을 통해 제닝스는 자신이 열어버린 판도라의 상자를 닫는다. 한 마디로, 자기가 싼 똥 자기가 치우는 이야기.


제닝스는 본래 기업의 프로젝트에 기술 전문가로 참여하는 대신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기억을 지우는 하청 일을 맡아 한다. 그러던 와중에 참여한 것이 바로 미래를 보는 실험. 기억을 지운다는 것은 즉 "과거"를, 그리고 어쩌면 "현재"까지도 포기하는 개념이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과거를, 현재의 일을 기억하지 못할 것을 아는 삶이기 때문에 현재를 포기하는 것. 그러나 제닝스는 기억을 지움으로써 미래까지도 포기해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처한 것이다.


자아를 결정하는 것은 생물학적 신체가 아닌 "기억"이라는 명제는 SF사에서 오랫 동안 논의되어 온 개념이다. 즉, 기억을 돈과 맞바꾼다는 것은 역대 SF 작품들의 고민들을 전면으로 부정하는 일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는 어쩌면, 테크놀러지가 윤리보다 우선시 되는 가치전복의 미래에 대한 또 하나의 경고다. 미래의 노동자들은 기억 노동을 하게되진 않을까.


물론 함의와는 달리 영화는 안전한 헐리웃 액션물로 소비된다. 감독부터가 오우삼이요, 주연은 벤 에플렉이니 이는 초기 기획부터가 이미 그러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수 많은 철학적 체크포인트들을 그냥 지나치면서도 영화는 한 가지 확실한 해답을 제시한다. 미래를 알 수 있다면! 답은 역시 로또라는 것.




연출 오우삼
각본 딘 조개리스
원작 필립 K. 딕 (단편 Paycheck, 19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