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Next (2007) by 멧가비


소재는 너무나 필립딕!스럽게도 미래를 보는 남자의 이야기. 물론 [페이첵]처럼 시원하게 미래를 꿰뚫어 본 것도 아니고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미래 예지가 시스템화 되어있는 것도 아닌, 고작 2분 후의 일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설정에 맞게 주인공 크리스 존슨은 큰 야망은 커녕, 오히려 철저한 보신주의에 입각한 바, 자신의 능력을 소소한 돈벌이 꼼수로 이용하는 지극히 소시민적 초능력자로 설정되어 있다.


길든 짧든 언젠가 꼬리는 밟히기 마련이고, 존슨의 능력을 탐한 더러운 정부 요원들의 추적을 받는다. 영화에서(그리고 필립 K.딕의 이야기에서)  묘사되는 정부 요원들이 대개 그러하듯, 줄리언 무어가 연기한 캘리 패리스 요원 역시 정부의 대의를 위해서라면 개인 한 명의 인권 쯤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도구화할 수 있는 인물이다. 영화에서 어떤 순간엔 마치 크리스 존슨에 대한 추적이 핵폭탄 테러를 막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인 것처럼 주객전도 되어 보일 정도다. 아마도 원작과 달리 시대적으로 냉전이라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울 수 없기 때문에 테러범들이 무국적의 괴한들로 격하된 영향이 클 것이다.


역시나 필립딕의 이야기에서 자주 그러하듯 여기서도 운명의 여인이 등장한다. 존슨은 너무나 인간적으로, 정부 요원의 추격을 받는 와중에도 운명의 여인을 꼬시는 데에 예지 능력을 술술 풀어낸다. 심지어 그게 먹힌다. 나머지는 적당한 구라빨! 결국 운명의 여인과 만나자마자 불같은 섹스를. 이 이야기는 어찌 보면 대단하지만 또 어찌 보면 너무나 약소한 초능력을 가진 한 소시민의 너무나 인간적인 로맨스인 것이다. 니콜라스 케이지의 졸린듯 무기력한 연기가 은근히 찰떡같이 달라붙는 게 놀랍다.


클라이막스로 가면 존슨이 2분 예지 능력을 활용하는 방식에 대한 재미있는 연출로 영화가 채워진다. 이 부분이 마치 8090 한국에서도 제법 유행했던 '분기점 게임북'을 보는 듯해서 재미있다. 특히 정면에서 날아오는 총알에 대응하는 모습에서는 묘하게 웃기지만 멋있는 느낌마저 든다.


필립딕의 단편을 기초로 한 영화 중에서도 유독 소품에 가까운 영화인데, 초능력을 활용하는 방식이나 니콜라스 케이지가 재미있어서 눈에 띄면 중간부터라도 끝까지 보게 되는 영화 중 하나다. 심지어 로맨스물인 것 치고 케이지와 제시카 비엘의 케미스트리가 영 꽝인데도 말이다. 전성기 이후의 케이지 영화 중에 은근히 그런 게 많다.





연출 리 타마호리
각본 개리 골드먼
원작 필립 K. 딕 (단편 The Golden Man, 1957)



덧글

  • nenga 2016/12/28 21:10 #

    줄리안 무어랑 비엘이랑 역을 바뀠으면 어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 멧가비 2016/12/28 21:23 #

    근데 또 그러기엔 사실상 세컨 주인공은 줄리언 무어고 비엘은 적당히 꽃병풍이라 그걸 바꿨더라면 어땠을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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