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라 랜드 La La Land (2016) by 멧가비


세바스찬과 미아라는 연인은 사실 시작부터 그 끝이 정해진 채로 시작한 관계다. 좌절로 생겨난 마음의 결핍을 채워줄 누군가가 필요할 때 서로를 발견한 것이다. 냉정히 말해, 그 순간 필요했던 사람을 만난 것.


세바스찬이 막연하게 꿈을 좇는 것을 잠시 멈추고 현실적인 돈벌이를 택한 것은 미아와의 관계에 대한 책임감이었다. 그리고 결국 그 행보는 바를 차리는 세바스찬의 꿈으로 가는 직선로였다. 스튜디오의 오디션에 번번히 낙방하던 미아가 직접 쓴 각본으로 일인극을 하게 된 것은 세바스찬의 조언 덕분이었다. 그리고 그 한 번의 공연이 미아를 헐리웃 스타로 만들었다. 남자에게 필요한 건 자존심과 고집을 꺾을 명분, 여자에게 필요한 건 진짜 재능을 찾아 줄 길잡이였던 것이다. 자존심 센 예술가들에게 그 도구가 사랑이라는 형태의 당의정을 입은 채로 다가왔을 뿐이다.


빈 곳을 메꿔나가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것들 다 준 그들이 결국 각자의 길을 가는 예정된 수순이었기도 하다. 환한 대낮에 다시 가 본 그리피스 공원, 이제보니 별로 볼 게 없다던 그 경치는 두 사람의 관계가 서로를 촉진할 에너지를 모두 소비했음을 은유한다.


셉스 바의 환상 장면은 슬퍼서 더 아름답다. 그 마지막 뮤지컬 신은 수제 느낌나는 세트와 그림으로 채워지는데, 그것은 그들이 "가지 않은 길"을 몽상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삶을 후회하거나 이루지 못한 옛사랑에 대한 미련과는 다른 종류의 정서다. 그 순간의 선택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다, 는 확인에 더 가까울 것이다. 예컨대, 오래된 필름을 굳이 현상해 앨범 빈 자리에 끼워넣는 일종의 인생 중간 정산 쯤 되지 않을까. 가지 않은 그 길. 그것을 꿈꿀 때 행복했었고 그렇게 됐어도 좋았겠지만, 어쨌든 우리는 우리가 선택한 길을 걸어 온 결과로 지금 여기 이렇게 와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결말이 좋다.


결국 [위플래쉬]와 껍데기만 다르고 본질은 같은 이야기다. 이 두 연인도 결과적으로는 서로에게 도구였으니 말이다. 다만 각자 추구하던 것은 광기나 욕망이 아닌 조금 더 순수한 꿈이었고 상대방의 도구가 되기를 기꺼이 원했으며 그 과정이 행복했었다는 점이 다르다. 단어 선택을 다시 하자면 서로에게 도구라기 보다는 거름이었다고 해도 좋겠다.


사실 플롯 자체는 수 없이 반복됐던 이야기. 이제와 새삼 슬플 것도 없는 클리셰에 가깝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마음 어딘가 한 구석을 자극하는 것은 음악의 힘일 것이다.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존재하는 의미를 재발견하게 해 주는 데에 있어서 그런 뻔한 플롯은 역설적으로 오히려 좋은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연출 각본 데미언 샤젤





핑백

  • 멧가비 : 2016년 극장 영화 베스트 2017-01-02 18:13:48 #

    ... 을 제대로 연 작품특히 올 개봉작 중 "후속작이 기대되는" 것만 따지면 세 손가락 안에 꼽는다 이 때만 해도 올해 재미있는 영화 엄청 많이 나올 줄 알았지... 6. 라 라 랜드 정말 오랜만에 보기도 하거니와 어느 순간부터 영 취향에서 멀어진 게 바로 뮤지컬 장르.그래도 어쩌나 하나 봤는데 기대 이상으로 영화가 좋아서 다행이다. 5. ...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