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 맨 Repo Man (1984) by 멧가비


주인공 오토는 학교를 때려치우고 펑크족들과 어울리지만 그렇다고 펑크족은 아닌 어중간한 소년이다. 우연히 만난 전문가 '버드'의 소개를 통해 할부 대금 미납 차량을 강제로 회수하는 '리포 맨'이 되는데, 폭력과 위법으로 넘어가는 어느 선에 적당히 걸쳐있는, 마찬가지로 어중간한 갱스터 생활에 가깝다. 80년대식 물신주의를 상징하는 "자동차"를 탈취하는 일을 통해 해방감의 찌꺼기를 맛보지만 그나마도 확실하게 뺏는다기 보다는 몰래 훔쳐오는 방식. 어쩌다가는 차를 훔치다가 흑인 모드족들에게 붙들려 얻어맞기까지 하는 등, 오토는 여전히 이리 저리 치이기만 하는 인생이다.


그러던 오토에게 2만 달러의 현상금을 획득할 기회가 주어졌으니 그것은 바로 쉐비 말리부 한 대를 회수하는 일. 영화 도입부에 등장하는 이 수상한 쉐비 말리부는 바로 외계인의 시체를 트렁크에 실은 도주 차량이며 추적하는 자들은 정부의 과학자들. 안 그래도 피곤한 오토의 인생에 음모이론까지 끼어든다. 적응하지 못한 학업, 무관심한 부모 등에 떠밀려 거리로 나온 오토는 그저 일확천금의 기회를 탐냈었지만, 우연히 휘말린 리쿼샵 강도 사건으로 허무감에 빠진 오토에게 이제 쉐비 말리부는 오기로라도 얻어내고 말아야 하는 마지막 목적지가 된다.


일종의 보물찾기 식 플롯으로 구성된 이 영화는 파편적인 이야기가 하나로 모이는 과정에서 미국 사회에 대한 여러가지 풍자를 제시한다. 오토에게 멘토와도 같았던 선배 리포 맨 버드는 레드 컴플렉스를 드러내고 있으며, 리쿼샵을 털려다가 총에 맞은 펑크족 듀크는 자신을 돌봐주지 않은 사회를 원망하며 죽어간다. 쉐비 말리부는 그 자체로 네바다 주 "51 구역"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마치 범죄 영화의 돈가방처럼 LA 거리의 아웃사이더들을 끌어모으는 이 문제의 자동차는 거리의 악명 높은 로드리게즈 형제와 펑크족 등을 거쳐 결국 운명처럼 리포맨 사무실의 주차장에 놓여지게 된다. 자신을 돌봐주지 않는 사회에 진저리를 치고 거리로 나왔지만 거리 역시 물신주의에 젖은 어른들로 가득할 뿐이다. 다양한 문화와 인간 군상들이 뒤엉켜 사는 LA 사회에서 어디 한 곳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어중간하게 겉돌던 오토는, 마치 폭발 직전처럼 방사선을 내뿜는 쉐비 말리부를 타고 LA 상공을 비행하는 순간에야 진정한 안도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길에 올라타 자신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는 그 순간에서야 말이다. 모든 곳에서 내팽개쳐진 아웃사이더가 자신의 의지로 세상에서 벗어나는 결말은 아이러니하면서도 속 시원하다.




연출 각본 알렉스 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