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 맨 Repo Men (2010) by 멧가비


영화에서 언급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이론은 영화 속 시민들의 삶을 절묘하게 함축한다. 인공장기가 생필품처럼 소비되는 세상. 그러나 그 수요에도 불구하고 만만찮은 가격으로 인해 대금을 완납하지 못하면 강제로 회수되는, 즉 돈이 없으면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세계관인 것이다. 인공장기를 달고 사는 시민들은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삶과 죽음이 중첩되어 있는 채로 살아간다. 그리고 고양이가 담긴 박스를 여는 것은 '리포 맨', 바로 회수업자들인 셈이다.


빌린 돈이 결국 내 돈이 아니듯, 고리로 대여한 인공장기의 삶은 결국 자신의 목숨이 아니다. 살고 죽음을 스스로 결정하거나 통제하지 못하는 삶이라는 부분에서는 미국 의료제도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을 읽을 수 있다. 목숨줄을 쥔 자들이 실세를 쥐는 디스토피아에 살고 있으면서도 인공장기를 통해 연명을 욕망하는 영화 속 인간들은 마치 [은하철도 999]의 승객들처럼 한심하면서도 애처롭다.


주드 로가 연기한 주인공 레미는 모순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승승장구하는 회수업자에서 하루 아침에 채무자의 신세로 전락하고 마는데, 마조히스트처럼 채무자들의 몸을 헤집어 잔인하게 장기를 회수하는 등 냉혈한이었던 그가 인공 심장을 달게 된 후에야 마치 진짜 심장을 단 사람처럼 행동하게 된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리고 [브라질]에서 모티브를 얻은 듯한 그의 마지막 역시 또 다른 의미에서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상태라는 점도 작품의 주제의식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이야기 진행이 파편적이고 흐름이 난잡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폭력의 수위와 고어한 연출 등이 빈틈을 꽤 메꿔주기도 한다. 유머감각이 묘해서, 이게 지금 재미있는 건지 없는 건지 헷갈리는 독특한 감각이 있다. 회사에 쳐 들어간 레미와 베스의 기록 삭제 장면은 끔직하고 불쾌한데 에로틱하기도 하다.


장기 거래가 주 소재이니만큼 고어한 연출이 눈에 띄는데, 남발하거나 아끼지 않고 적재적소에 쓰이는 편이다. 액션 설계도 나쁘지 않다. 주드 로와 포레스트 휘태커는 전문 액션 배우만큼은 아니더라도 제법 몸을 쓰는데, [올드보이]의 장도리 신을 오마주한 그 장면은 2013년의 정식 리메이크작보다도 훨씬 매끄럽게, 그리고 작품의 전체적인 톤에 맞게 잘 짜여져 있다.


[6백만 달러 사나이]나 [소머즈]를 이 세계관에 데려다 놓아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니나 시몬의 'Feeling Good'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노래인데, 어레인지한 버전이 영화의 분위기와 안 어울리는 듯하면서도 잘 붙는 맛이 있어서 기괴하게 어울린다는 느낌.




연출 미구엘 사포크닉
각본 원작 에릭 가르시아 (The Repossession Mam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