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건 Logan (2017) by 멧가비


수미쌍관의 양식미가. [엑스맨] 1편에서 재비어는 로건에게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주겠다 약속한다. 지금은 로건이 재비어의 어두운 기억을 덮어주고 있다. 로건과 로사의 유사부녀 관계 역시 1편에서 로건과 로그를 통해 묘사하려다가 후속작에서 흐지부지 사라졌던 컨셉을 다시 끌어와 마무리 지은 격.


방황하던 로건을 발견해 거둬준 게 재비어였다면 말년의 재비어 곁에 남은 유일한 엑스맨이자 물리적 보호자는 로건이다. 늘 죽을 자리를 찾아 헤메던 로건에게 있어서 지금의 재비어는 살아 남아야 할 유일한 이유이기도 하다. 불사의 몸을 가진 로건과 정신계열 최강자인 재비어라는 두 노인의 조합은 여전히 상호보완적이다.


두 캐릭터의 말년, 죽음의 의미가 슬프게 엇갈린다. 과거를 잃고 사람을 모두 잃은 로건이 마지막에서야 가족의 의미와 충만함을 느끼고 죽었다는 건 꽤 근사한 최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재비어는 뮤턴트들을 보호하고 바르게 이끄는 일에 평생을 바쳤지만 폐인이 되어 세상에 위협이 되고 결국 엑스맨들을 직접 죽게 만들어, 그 삶의 끝을 허무하고 비극적으로 마무리한다.


그러나 둘은 공통적으로 평생 가정을 이뤄본 적이 없으며 또한 말년에 공통적으로 유사가족의 테두리를 형성한다. 누군가의 아버지가 된다는 건 자식을 가르치고 보호하는 것 뿐만 아니라 자신이 늙은 후에 젊은 자식의 보호를 받는 무기력함까지 받아들인다는 것인데, 로건과 재비어 모두 그 점을 담담히 잘 받아들이고 떠났다. 엑스맨 시리즈의 영화가 가족이라는 개념에 대해 이렇게 솔직하고 섬세한 정의를 내릴 줄이야.


거대한 세계관에서 분리되어 있다거나 전작들을 안 봐도 무방한 영화라는 평들이 있던데, 천만의 말씀이다. 이 영화는 전작들을 관통해 온 감정들이 누적된 결과물이다. 로건과 재비어의 지난 서사들을 지켜봐 온 관객만이 온전히 이 영화의 정서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시빌 워]와 일맥상통한다.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를 통해 쌓인 스티브와 버키 사이의 감정선, 그리고 [어벤저스] 시리즈를 통해 쌓인 스티브와 토니의 감정선을 알고 있어야 [시빌 워] 관람이 온전한 의미를 갖는 것처럼 말이다.


R등급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피와 육편이 산개하는 액션 시퀀스. 울버린 영화로서는 이제야 제 장르, 제 등급을 찾은 것. 힐링팩터와 아다만티움 클로는 그러라고 있는 거니까.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 중 하나가 폭력과 살인에 대한 성찰인데, 지난 영화들처럼 피 한 방울 안 튀는 "순진한 척" 하는 영화에서였더라면 공허한 메아리였을 것이다.


장수 프랜차이즈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늘 중심에 있었던 울버린-로건과 프로페서X-찰스 재비어라는 캐릭터의 서사를 마무리하는 영화다. 게다가 [데드풀]에 이어 이례적으로 R등급인 엑스맨 영화. 여러모로 상업적인 기획이 끼어들어 방향을 잃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하려는 이야기만 나지막이 하고 끝낸다. 로건과 재비어라는 캐릭터에게 있어서는 쓸쓸하고 처절하면서도 가장 의미있는 최후일 것이다. 로건은 아무도 모를 숲에 묻혔지만 끝까지 엑스맨이었고, 재비어는 늘 휠체어를 탔지만 이번엔 그 의미가 달랐다.




연출 제임스 맨골드
각본 마이클 그린



핑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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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lelelelele 2017/03/03 20:21 #

    로건의 마지막 대사가 참 여러가지 의미로 마음을 울리더라구요.. ㅜㅜ.
    로라역의 다프네 킨은 X-23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을 실사화로 극대화시킨 멋진 배우같고요. 평소 모습들이나 아버지에게 안겨있는 모습보면, 참 이런 배역을 소화해낸다는게 대단한 거 같아요. 물론 제작진들이 확실히 백업 해주겠지만, 연기는 본인이 하는거니... 서양인들은 흔히 말하는것처럼 역변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 외견 그대로 잘 커줬으면 좋겠습니다..

    재밌는건, 영화 개봉전 나오던 이야기 중 하나가, 애초에 로건은 R등급 영화로 기획되었다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선 데드풀이 폭스 상부에 제대로 한방 먹여준 게 가장 영향이 크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거의 방치해놓고, 제자승인도 쉽사리 내주지않고, 각본수정 지시하고 제작비도 삭감하고.. R등급 히어로무비라 쉽사리 허가내주지 않았으리란건 이해는 가는데, 그래도 가장 폭스에게 가장 무시하던 타이틀이 가장 강력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줘서 참 좋았어요. 이건 폭스보다 제작진, 레이놀즈, 그리고 테스트영상에 큰 호응을 보내준 팬들의 승리같아 보입니다...

    나머지 다른 이유는, 그동안 엑스맨 프랜차이즈에 큰 공헌을 해준 휴잭맨에 대한 존중 차원에서 제작에 배려를 많이 해준거 같고요.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제작할때 윗선으로부터 전혀 터치받지 않았다고 하는걸 보니..

    이제 폭스가 자기들만이 할 수 있는 차별화가 뭔지 데드풀로 확실히 알았으니.. 엑스맨이라는 거대한 타이틀로 해볼수 있는 수많은 시도들을 다 해봐줬으면 좋겠더라구요. 굳이 판타스틱포에 신경쓰지 않고도, 엑스맨이라는 큰 판권 하나 가지고도 이 안에 있는 무수한 캐릭터와 설정, 타이틀로 거대한 세계관을 구축할 수도 있는데 말이죠
  • 멧가비 2017/03/05 18:41 #

    그게 늘 문제죠 이 시리즈는. 세계관은 큰데 하는 얘기는 맨날 그 밥에 그 나물인 게요. 그래서 로건 하나 잘 됐다고 그 다음 영화들도 낙관적일 수만은 없을 것 같습니다. 어찌될지 모르니 판포도 마냥 쳐박아 둘 수만은 없겠죠.
  • lelelelele 2017/03/06 20:00 #

    멧가비 / 최근 엑스맨 제작자이자 판타스틱포 리부트도 제작했던 사이먼 킨버그가 말하길, 차기 엑스맨 소재에 대한 힌트를 주며 동시에 판타스틱포에 대해 언급했더군요. 저번처럼 팬들에게 실망을 안길순 없기에, 확실하게 준비가 되지 않는 이상은 당분간은 제작에 손대지 않을거라고 하더라구요.

    사실 폭스측에게도 판포 판권은 이제 계륵에 가까운 존재가 되어 버렸으니, 리부트하기도 쉽지 않을거라고 봐서요. 아마 판권기한 임박 전 2~3년 전에 다시금 시도하지 않을까 생각은 되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일단 소유중인걸 과거 데어데블처럼 쉽사리 마블에게 넘겨주긴 싫기도 할텐데... 과연 판포 앞날은 어떻게 될지.. 아마 리부트 기간을 고려하면 판권 갱신기간은 7~8년 정도 되지않을까 싶네요.


    대신 폭스측이나 사이먼 킨버그는, 엑스맨과 데드풀을 더 탐구해보려고 하는거 같아요. 차기 엑스맨 시리즈들인 (아마 정보는 다 접하셨겠지만 그래도 풀어보자면)

    엑스맨 메인시리즈( 수퍼노바라는 가제가 붙었는데, 확실한건 아니라고 하더군요. 90년대 배경. 아포칼립스 후속작, 워킹타이틀 틴 스피릿 )

    뉴 뮤턴츠 - 트릴로지가 확정된 조쉬 분 감독의 뉴뮤턴츠 코믹스를 기반으로 한 스핀오프 시리즈

    데드풀2 - 엑스포스의 기반이 될 영화, 케이블과 도미노 출현예정

    엑스포스 - R등급 확정.

    갬빗 - 앞의 3작품땜에 내년으로 촬영이 밀렸고, 계속 개발중이며 채닝테이텀이 아직 남아있다네요.

    엑스맨 드라마 차기작 - 리전에 이어, 예전에 캔슬된 헬파이어클럽 소재 드라마를 대신해 다른 걸 제작할 모양이더군요. 브라이언 싱어가 파일럿 에피소드 연출하고 센티넬, 블링크, 폴라리스 등의 캐릭터가 등장한다고 하네요. 폭스가 드라마 판권이 없기에, 리전에 이어 마블과 합작하는 드라마이구요.

    라고 하는데, 여기에 더해서 최근에 준 힌트로는 알파플라이트(캐나다 히어로팀) 엑자일스(다른차원에서 온 캐릭터로 구성된 팀)를 사이먼 킨버그가 고려하고 있다더군요. 이거 다 엑스맨 판권에 속한 소재들인데, 폭스 내에서 성공 가능성이 낮아진 판포 대신에 방대한 설정과 수많은 타이틀을 보유한 엑스맨을 더 활용하기로 마음먹은 거 같더라구요. 과연 사이먼 킨버그가 이 많은 작품들을 제대로 다 컨트롤하며 시리즈의 수명을 연장시킬수 있을지.. 여러모로 앞날이 궁금합니다.
  • 닛코 2017/03/07 10:40 #

    더 울버린과 로건을 둘 다 제임스 맨골드가 했다는 것이 참 특이해요.
    이사람 이렇게 할 수 있었으면서 왜...
  • 멧가비 2017/03/07 14:26 #

    대자본 영화가 그런 경우가 많죠. 감독은 그냥 그림 찍는 고용 감독이고 사실상 완성도는 각본 단계에서 완성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저는 그래서 아직도 배트맨 시리즈를 망친 게 조엘 슈마허의 탓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 닛코 2017/03/07 10:42 #

    그런데 왜 이렇게 오랜만이셨습니까...
  • 멧가비 2017/03/07 14:28 #

    포스팅 말씀하시는 거면, 영화는 이게 올해 본 첫 극장 영화고 드라마는 보던 것들이 다 재미없어져서요. 제일 좋아하던 애로우도 그냥 그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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