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시움 Elysium (2013) by 멧가비


우주 콜로니엔 마법과도 같은 만병통치 테크놀러지가 존재하는데 본토 지구는 매드맥스에 근접한 버려진 땅이 되어있다.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가 한 세계관 안에 공존하는 모순. 극단적인 계급적 사회를 영화는 베이스로 삼고 있다. SF 장치인 척 하지만 사실은 미국의 의료 민영화를 풍자하는 듯한 설정은 불쾌할 만큼 예언적이다. 하지만 상징성 유의미함과 영화의 완성도가 늘 비례하는 건 아니다. 설정은 허술하고 이야기 전개는 설득력이 없다. 영화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캐릭터들이 바보같아 보일 정도로 말이다.
지배계급의 삶을 보장하는 데이터는 그 보안과 취급이 소꿉장난인가 싶을 정도로 허술하며 콜로니를 지키는 방위체계는 훈련 덜 받은 경비업체 신입사원들만 데려다 놓은 것 같다. 밀입국자들 꼴랑 몇 명이 유토피아를 초토화시킬지 모르는 소동을 벌이고 있는데 지배계급들은 지나치게 상황을 낙관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콜로니 시민들 입장에선 오히려 조디 포스터의 캐릭터가 더 이상적인 지도자일 것이다.


현실의 지배계급은 이처럼 순진하고 멍청하진 않을 것이다. 영화는 결국 지배계급이 의료기계를 독점하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각 가정마다 한 대씩 비치되어 있을 정도로 흔한 물건이라면 지구에 각 도시마다 한 대 씩만 제공해도 더 많은 생산성이 보장된다. 오히려 착취에 효과적일 것이다. 게다가 콜로니의 지배 계층들이 지구를 버린 이유가 인구과밀이라고 하는데, 이는 의료기계 때문에라도 콜로니 자체에도 머잖아 닥칠 미래다. 영화의 가장 핵심적인 갈등의 요소를 이야기로 풀어내지 못하고 그저 데우스 엑스 마키나도 못되는 맥거핀으로 내버려두고 있다. 

디스토피아 장르에 슈퍼히어로 설정이 섞인다. 살기 위해 인간성을 포기한 모순으로 읽히는 지점이라 흥미롭다. 그러나 조금 지나칠 정도로 극단적인 인종 묘사는 불쾌함을 넘어서 헛웃음이 나온다. 버려진 땅에 남은 멕시칸과 흑인들을 백인인 맷 데이먼이 구원한다니. 아무리 LA가 배경이라도 이건 심하다.


조디 포스터의 캐릭터는 지나치게 스테레오 타입 연기를 한다. 포스터는 아마도 드물게 악당을 연기했을텐데, 어린이 영화의 악당처럼 알기 쉬운 얄팍한 캐릭터다. 심지어 포스터의 연기가 낭비되었다는 생각 마저 들지 않는다. 주어진 캐릭터가 그것 뿐이지 포스터의 연기 내공이 스며들 여지 자체가 없다.


닐 블룸캠프 영화 특유의 메카닉 디자인은 마음에 든다. 스포츠카를 연상시키는 소형 셔틀이나 튀지 않는 로봇들의 디자인이 묘하게도 세계관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이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액션은 현대 헐리웃 영화들이 편의상 그러하듯이 역시나 쇼트를 잘개 쪼개고 카메라를 미친놈처럼 흔들어댄다. 여느 액션 영화들과 비교해봐도 과잉이다. 




연출 각본 닐 블룸캠프

덧글

  • Sakiel 2017/03/06 16:59 #

    디9에선 그나마 페이크다큐라는 포맷이라도 있었지 딱히 내용도 없고 실속도 없는데 액션마저 디9에서 발전한 게 없으니 영화가 참 볼 맛 안 나더군요. 발상 자체도 그다지 독특한 느낌은 없고. 세계관 설명이 너무나도 부실하고 허술해서 좋은 게 좋은 거지 수준으로 넘어가 줄 수준도 안 됐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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