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름 아닌 SF 액션 영화에서 톰 크루즈가! 언제나 차밍 스마일을 놓치지 않는 헐리웃 영웅 톰 크루즈가 약골인 책상물림 장교를 연기한다니. 일단 설정의 도입은 신선하다. 그러나 우주의 기운이 톰 크루즈를 약골인 채로 가만 두질 않는다.
이쪽 장르의 조상님인 [사랑의 블랙홀]에서 시간의 신이 빌 머레이에게 인간미를 일깨워 준 것처럼, 이 영화에서 시간은 톰 크루즈를 전장에 내던져 생존 전략을 배우게 한다. 마치 시간의 신이라는 유저가 톰 크루즈라는 캐릭터를 조작하는 비디오 게임인 것만 같다. 같은 하루를 반복하며 미믹들의 패턴을 외우고 결국 오메가를 물리치는 결말. 원코인 클리어를 위해 오락실에서 몸 바쳐 사라진 수 많은 백원짜리 동전들에게 바치는 헌사와도 같은 영화다.
하루를 반복하며 전장을 지겹도록 겪는 빌 케이지. 루프라는 형식을 통해 전쟁의 트라우마를 표현하는 측면도 있지만 입대 첫날이 무한 반복되는 악몽이기도 하다. 어떤 면에서는 대한민국 성인 남성들에게 호소하는 바가 남다르다.
캐릭터 묘사가 좋다. 케이지에겐 능력을 낭비하지 않는 영리함이 있고 리타는 구출해야 할 연약한 "옛날 여성" 따위가 아니다. "그녀를 구하기 위해" 같은 멍청한 소리는 누구도 하지 않는다.
비주얼 디자인 역시 훌륭하다. 강화 수트나 VTOL 등이 쓸 데 없이 과시적이지 않으면서도 멋있고 자연스럽다. 미군이 머잖아 실전에 투입하진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 기분이 조금 찜찜하긴 하다.
연출 더그 라이먼
원작 사쿠라자카 히로시 (All you need is kill, 2004)
덧글
필요없는 부분을 쳐내고 할리우드식으로 각색을 잘한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