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스 코드 Source Code (2011) by 멧가비


세 가지 장르 플롯이 존재한다. 타임루프, 평행우주 그리고 수사물. 그러나 세 파트가 전혀 무관한 다른 영화처럼 보인다는 게 문제. 또 각 파트들은 일관되게 설득력이 약하다. 그리고 셋 중 어느 한 쪽도 메인 플롯이 아니다. 이건 설정에만 의존하고 각본은 무성의한 것.


주인공은 전혀 연관성 없는 세 가지를 동시에 진행한다. 도입부에서 부여받은 소스 코드 임무. 소스 코드 바깥에 있는 현실 세계 자신의 신변 정리, 그리고 여자 꼬시기. 하나의 플롯이 나머지 것들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 구조로 그저 비비지 못한 비빔밥처럼 뒤엉켜있기만.


생판 처음 본 데다가 몇 마디 나누지도 않은 여자에게 갑자기 사랑을 느껴, 모든 임무의 초점이 여자를 구하는 것으로 맞춰지는 순간 나머지 것들은 그저 들러리가 된다. 차라리 "진짜" 션이 원래 사랑하고 있던 여자였는데 그게 무의식에 남아 콜터에게도 영향을 끼친다는 묘사가 조금이라도 있었어야 했다.


테러범이라는 놈은 뻔한 B급 망상가형 악당이다. 게다가 시작부터 열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예측 가능하다. 수사물의 구조를 하고 있으나 수사물로서의 재미를 반쯤 날리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폭탄 테러라는 소재는 그저 맥거핀, 사실은 션이 범인이라거나 하는 반전 같은 건 없더라.


(편의상)지구2의 콜터가 해피 엔딩을 맞은 건 냉정하게 따지면 지구1에서 지켜보고 있는 굿윈의 양심 덕분이다. 임무의 성패와 별개로 굿윈이 죄책감과 동정심으로 콜터를 해방시킨 것이다. 주인공이 스스로 얻어낸 성과가 아니기 때문에 주인공의 고군분투를 함게한 관객으로서 성취감을 느낄 수 없다.


설정은 경솔하고 무책임하다. 굿윈이 마지막에 돌아선 건 박사의 잔인한 이기심에 질려 콜터를 동정했기 때문인데, 애초에 그렇게 잔인한 태도를 취할 이유 자체가 없다. 마침 아프간에서 치명상을 입은 콜터가 있고 마침 승객 중 션과 싱크로율이 맞았을 뿐, 앞으로의 모든 임무에 콜터가 적합하다는 보장은 없는 상황이다. 열차 임무는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다. 반드시 뇌사 상태의 뇌가 필요한 게 아니라면 죽어가는 사람을 학대하는 대신, 소스 코드 전담 요원들을 양성하는 게 장기적으로 보면 리스크도 적고 효율적이다. 박사가 조금만 영리하고 자기 일에 이해도가 높았더라면, 콜터는 임무 완수와 동시에 해방되고 굿윈도 굳이 배신하는 상황에 내몰릴 필요가 없었다. 굳이 필요 없는 이기심을 품은 캐릭터를 대척점에 놨다는 건 주인공에게 억지스러운 고난을 부여하는 것과도 같다.


평행 우주론 대신 가상현실이라는 소재를 사용했더라면 조금 나은 영화가 되진 않았을까. 조금 더 장르적일 수 있었을 뿐더러, 마지막에 굿윈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굿윈이 콜터를 지켜보고 있는 그 현실도 사실은 소스 코드로 이뤄진 가상현실이라는 반전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13층] 아류 소리 듣겠지만, 알맹이 없는 허풍선이보다는 창조적 우라까이가 낫지. 


이미 죽은 자에게 임무를 부여해 영혼 까지 털어먹는다는 설정 자체는 섬뜩하다. 그러나 이미 [로보캅]으로 익숙하기도 하다. 소스 코드로만 존재하는 디지털 인격의 권리? [블랙 미러] 크리스마스 에피소드가 더 짧고 묵직하다.




연출 던컨 존스
각본 벤 리플리


---


- [매트릭스]에 비견될 정도로 호평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매트릭스] 부터가 상당히 과대평가 됐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후려치기 당한 거 아닌가.


- 여주인공 미셸 모나한은 좋다. 내 스타일이야.



덧글

  • Enigma 2017/03/13 03:28 #

    미셸 모나한 낯익은 얼굴이었는데 알고보니 그 토끼발 영화의 여주였군요.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비정기 한 마디

"다시 보고싶다 오렌지캬라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