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 LUCY (2014) by 멧가비


영단어 'Mother Nature'는 대자연을 가리킨다. 세계 여러 민족의 창세 신화에도 여성형 거인들이 언급된다. 그리스 신화의 가이아에서 한민족의 마고할미까지. 이렇듯 언어학적, 신화학적으로 모성은 곧 인류와 대자연의 근원을 상징하기도 한다. 가깝게 보면 무언가의 근원을 상징적으로 비유할 때 "XX의 자궁" 등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영화에서는 '원인 루시'를 직접 언급함으로서 인류, 자연의 근원을 추적해 모성의 상징성에 도달한다. 'C.P.H.4'를 임산부의 체내에서 추출한다는 설정이나, 그걸 루시가 다시 자궁에 가까운 아랫배로 흡수하는 모습 또한 루시가 인간의 한계를 넘어 초월자가 되는 과정의 구심점에 모성을 주요 키워드로 심어놨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흥미로운 상징성이나 소재가 영화를 무조건 좋게 만들진 않는다는 것을 또 한 번 증명한다. 그럴듯한 상징성의 언급과는 별개로 영화는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건지 모르게 횡설수설.


마치 아주 길고 장황한 드라마의 축약판인 것 처럼 예상하지 못한 전개. 플롯의 비가측성으로 관객의 허를 찌르는 경우와는 다르다. 그저 한 편의 영화 안에서 톤의 변화, 기복이 지나치게 심하고 결국 완성도에 까지 의심을 품게 만드는 경우에 가깝다. 크게 나누면 한국계 범죄 조직과의 대결, 그리고 루시의 초월자로서의 감각 체험. 두 파트가 유기적으로 맞물리지 못하고 따로국밥이다.


최민식 아니라 최민식 할아버지가 와도 한낱 인간들과 상대해주시기엔 루시 님께서 너무 위대하신가보다. 아주 약간의 능력 자랑 타임을 지나고나면 주변에 총칼이 난무해도 루시는 그저 열반의 경지에 드는 일에만 집중할 뿐이다. 이래서야 최민식의 용암같은 연기력 발산도 그저 섀도우 복싱이나 다를 바가 없다. [레이더스]의 칼잡이만도 못한 푸대접이질 않나.


그런가하면 위대한 루시 님의 열반을 관객에게 조금이라도 간접 체험하게끔 해 주는 것도 실패. 차라리 조금 얄팍하더라도 [닥터 스트레인지]의 사이키델릭 시퀀스처럼 시청각적인 자극을 주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그렇게 위대해진 초월자의 결말이 그저 뿅 사라져버리는 것, 이라는 밥 먹고 트림하는 것만도 못한 결론이다.


관객에게 전달해야 할 대부분의 것을 대사로 때우는데 대부분 모건 프리먼의 몫이다. 그나마 내용도 유행 지난 유사과학이라 귀담아 들을 가치도 없다. 프리먼의 캐릭터가 이렇게 쓸모없고 멍청해 보이는 날이 올 줄이야. 대사와 분량은 얼마 안 줄 거지만 그 잠깐의 등장만으로 믿음직하고 권위 있어 보이는 역할이 필요할 때 고민 없이 데려다 쓸 수 있는 배우가 되어버린 것 같다. 이 영화가 모건 프리먼을 재미없는 배우로 만들어버렸어.


결론, 설정이 무색하게도 장르적인 야심이라고는 전혀 없는 무개성의 영화로 끝난다. 모든 게 약에 절은 루시의 꿈이었더라면 차라리 B급 블랙 코미디라도 되었을 것을.






연출 각본 뤽 베송



덧글

  • ChristopherK 2017/03/07 18:19 #

    뭐 이 평가가 유명했죠.

    영화가 언제 끝나는지 알려주는 친절한 영화
  • 잠본이 2017/03/10 00:37 #

    한순씨가 공각기동대 실사판에서 할법한 짓을 이미 미리 다해버려서 웃긴 영화기도 하죠(반 농담)
  • 멧가비 2017/03/10 16:04 #

    소령은 루시보다는 조금 더 무투파 아닌가요
  • 잠본이 2017/03/11 15:02 #

    다시 생각해보니 그냥 소령보단 인형사 융합후 소령이 더 루시에 가깝겠네요(끼워맞추기)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