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플라이스 Splice (2009) by 멧가비


21세기 바이오펑크 영화 중 제일 흥미로운 영화. SF의 불쾌한 상상력을 현실의 가정 문제에 은유한 지점이 그렇다. 합성 생명체 '드렌'은 번식 본능을 향해 달리는 괴물이다. 이는 [스피시즈]의 반복이기도 하다. 프랑켄슈타인의 무책임함과 광기가 끼어들기도 하고, 불임 컴플렉스가 개입되어 이야기를 신경질적이고 날카롭게 만든다.


드렌에게는 동족이 없고 부모가 없다. 역할 모델이 없는 단일 개체 생물로서는 당연히 창조주라 할 가장 가까운 "인간"을 모사할 수 밖에 없다. 마치 고릴라 무리에서 자란 타잔처럼 말이다.


또한 드렌은 인간이 아니지만 인간과 유사한 생식 구조를 지닌다. 그리고 클라이브와 엘사의 패착은 드렌으로 하여금 스스로를 어떤 존재로 인식하도록 가르칠지에 대해 창조주로서의 성찰이 없었다는 것이다. 처음 드렌이 배양되던 수조에는 핀업걸이 그려진 스티커가 붙어있으며 드렌은 바비 인형을 선물 받기도 한다. 이래서야 왜곡된 인간의 성 역할 관습을 흉내 낼 수 밖에 없다.


드렌은 자연스럽게 두 창조주 중 여성인 엘사와 반목하며 유사모녀 관계에서 벗어나, 번식기를 맞은 성인 개체간의 번식 경쟁마저도 모사한다. 동물의 번식 본능은 종의 존속을 유지하는 매커니즘이지만 동시에 폭력과 동족상잔의 씨앗이기도 하다. 드렌이 처음부터 수컷이었더라면 클라이브는 진작에 죽고 영화가 빨리 끝났을지 모르겠다.


[마스터즈 오브 호러] 시리즈의 [제니퍼] 에피소드와 통하는 면이 있다. 흉측한 괴물을 만들어 놓고 반대로 에로틱한 장면들을 연출함으로서 관객들에게 게임을 제시한다는 면에서 말이다. 이래도 안 꼴릴 거냐고 짓궂게 묻는 것 같다. 다행히 이 영화의 드렌은 [제니퍼]보다 덜 못생겼지만 덜 에로틱하다.







연출 각본 빈센조 나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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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멧가비 : 스피시즈 Species (1995) 2017-03-08 16:44:45 #

    ... 처음 갖추는 순간이 아닌, 성체가 될 때 고치를 깨는 것은 이 생명체의 궁극적 목적이 번식에 있음을 뜻한다. 모든 생물의 가장 궁극적인 삶의 목적이기도 할텐데, [스플라이스]에 끼친 영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설정이고 스토리고 나발이고, 영화가 작정하고 밀어주는 건 나타샤 헨스트리지라는 모델 출신 주인공의 초현실적 미모, 거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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