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라 Godzilla (2014) by 멧가비


욕받이가 된 98년작 바로 다음인 만큼 절치부심한 흔적이 많다. 언터처블인 원조 "고지라"의 위엄을 되살린 점이 특히 그렇다. 98년작의 '질라'가 천덕꾸러기가 된 이유 중 하나는 신에 비견되던 존재를 구축 가능한 "맹수"의 영역으로 끌어내렸다는 것. 그런 필멸자의 이미지는 라이벌로 등장하는 무토 부부에게 넘겨버리고 새로운 고""라는 열도의 재앙신 고""라와 같은 위치에 선다.


클래식 고지라와 질라를 모두 품에 안으면서도 영리하게 이미지를 구축한, 밸런스 좋은 고질라 영화다. 특히 쇼와 시절부터의 전통인 괴수 레슬링을 재현하면서도 높이와 중력감을 부여해 스펙터클함을 최대치로 끌어올림으로써 헐리웃 쇼미더머니를 과시하기도 한다. 여전히 괴수들을 안개와 어둠에 감추지만 적어도 [퍼시픽 림]처럼 보는 사람 열 받게 하는 정도는 아니다.


공간 배경의 일부를 일본으로 삼고 일본인 캐릭터를 끌어들인 것 역시 센스 있는 선택이다. 토호의 고지라 시리즈와는 별개인 방계이면서도 은근슬쩍 직계인 척 하는 데에 성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가장 비중있는 일본인 캐릭터가 무능력한데다가 대책 없이 낙관적이면서 그저 설정을 설명하는 도구로만 소비되는 점은 지적할 만하다. "세리자와"의 이름을 달고 나와 54년 원작 정통성을 등에 업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고지라에 대한 세리자와의 근거 없는 믿음은 제3의 눈인 각본가 혹은 지난 고지라 시리즈를 봐 온 관찰자로서의 시각이 개입되는 셈이라 톤이 튄다.


라이벌로 등장한 괴수 무토는 기묘한 생태를 하고 있는데, 가장 보호해야 할 알주머니가 보란듯이 환한 빛을 발하는 건 조금 넌센스가 아닌가 싶어 의아하다가도, [울트라맨] 시리즈가 생각나서 재미있다.


고질라의 디자인은 일본의 본가 시리즈를 통틀어도 상위권일 만큼 맘에 든다. 원래부터 고지라 하면 코끼리 다리로 유명하지만, 이 영화의 고질라는 특히나 하체가 튼튼해 마치 괴수계의 스모 챔피언인 것만 같다. [공상과학대전]을 읽은 독자라면 웃을 수 있는 부분이겠다.


인간 캐릭터 파트가 너무 길고 필요 없는 드라마가 부여된다. 2005년작 [킹콩]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누울 자리 못 보고 다리 뻗는 느낌이다. 극장용 괴수 영화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두 시간 가량 괴수만 주구장창 보여줄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그래도 조금 더 궁리 했으면 좋았을텐데 관습적인 구조를 따른 점이 아쉽다.


고질라의 아이덴티티에 대한 관점, 공포의 대왕이 아니고 반대로 가메라처럼 인류를 지키는 수호신도 아닌, 그저 먹이(방사능) 경쟁에서 싸워 이겼을 뿐인 중립적인 시각인데 나쁘지 않다. 일본의 전통 특촬에 비해 거대 자본이 들어간 영화이니만큼 조금 더 상업적인 측면이 필요했으리라. 적절했다.




연출 개럿 에드워즈
각본 프랭크 대러본트, 데이빗 S. 고이어, 맥스 보런스틴




핑백

  • 멧가비 : 콩 스컬 아일랜드 Kong: Skull Island (2017) 2017-03-10 16:52:45 #

    ... 우는 최상위권 서열 맹수다. 주인공 일행과 필요 이상의 관계를 형성하지 않음으로써 뉴욕으로 끌려가지도 않는다. 당연하다. 콩에게 뉴욕이란 죽어라 가는 귀양길이니까. [고질라]에 이어 레전더리와 토호의 괴수들이 만나게 될 또 다른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본격 시작을 알리는 작품으로서 그럴듯한 설정 소개를 마친 작품이다. 덕분에 한 편의 ... more

덧글

  • 니킬 2017/03/09 20:43 #

    무토는 방사능을 노리고 인간과 도시를 적극적으로 공격해오는데, 고질라는 '무토 절대로 죽인다'는 행동방침으로 인간들이 휘말리든 말든 전혀 신경 안 쓰다가도 어린애들이 탄 버스는 또 은근슬쩍 챙기는 식으로 같은 방사능 먹는 괴물이어도 무토와는 다른 배드애쓰 이미지를 챙기는게 인상적이더군요.
  • 멧가비 2017/03/10 16:06 #

    헐리웃이 사랑하는 배드 애스의 전형성을 도입했겠죠. 장난감 팔아먹으려고.
  • 포스21 2017/03/09 21:46 #

    뭐 꽤 재밌게 본 영화였습니다. 참고로 같은 세계관이라는 콩 : 해골섬 도 기대중이죠. ^^
  • 잠본이 2017/03/10 00:34 #

    와타나베 켄은 이름만 세리자와지 하는 짓은 거의 야마네 박사 포지션이라 영 실속이 없는...ㅠㅠ
  • 멧가비 2017/03/10 16:05 #

    그러게요. 옥시전 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하나 쯤 해줬어야 했는데..
  • K I T V S 2017/03/10 20:59 #

    고지라 vs 콩 후속편에서 옥시전 디스트로이어가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 잠본이 2017/03/11 15:04 #

    요즘 세상에 옥시전 디스트로이어는 고작해야 패트레이버 구ova에서 시게상이 장난치는 횟감으로밖에 쓰이지 않는게 현실 아니겠습니까(망언)
  • K I T V S 2017/03/10 21:00 #

    아무리 고지라가 인간따윈 어떻게든 상관없어로 일관하는 대자연의 수호자 라곤 하지만 항공모함을 비켜가고 다리를 안 통과하고 옆으로 지나가는 것을 보면 은근 선역기믹이 강했다고 느껴서 뭔가 뿌듯했었습니다.

    혹시나 고지라2(2019)에선 킹기도라가 보스이고 고지라vs콩(2020)에선 데스토로이야 헐리우드버전이 나오거나.. 우주전쟁의 트라이포드, 퍼시픽림과 연계하여 카이주 군단 혹은 클로버필드의 성체 클로버가 나올수도 있겠다.. 판권문제만 해결하면 모조리 몬스터버스에 출연시키면 보스로 멋있을거 같다고 느껴서요ㅠㅠ
  • 멧가비 2017/03/11 14:01 #

    킹기도라는 좀 더 나중에 나오는 끝판왕이었으면 좋겠어요
  • 잠본이 2017/03/11 15:04 #

    기도라는 일찍 등장할수록 다구리당하고 바보될 확률이 높아지니 아무래도 뒤로 미루는게...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