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스컬 아일랜드 Kong: Skull Island (2017) by 멧가비


탐험가들이 해골섬에서 원주민을 만나고 괴물들과 대왕 고릴라를 만난다. 사실 그 밥에 그 나물인 상차림이다. 하지만 각각의 캐릭터들이 가진 태도를 대대적으로 수정함으로써 새 부대에 담긴 새 술이 된다. 어니스트 쇼어색, 메리언 C. 쿠퍼의 "고릴라가 미녀 때문에 죽는" 이야기에서 벗어난다.


해골섬의 괴물들은 임무 수행하듯 기계적으로 공격만 하던 비디오 게임 몬스터 신세에서 벗어난다. 온순한 초식 동물도 있고 자연에 의태하는 녀석도 있다. 피터 잭슨의 짓궂은 B급 매력으로 가득했던 호러 크리처 소굴은 조금 더 "생태계"에 가까워진다. 원주민들은 맹목적으로 콩에게 제물을 바치고 콩은 무심하게 먹튀하던 소통부재의 마피아 커넥션 관계에도 유기적인 변화가 생긴다. 조금 더 평화로운 상호 신뢰가 형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해골섬은 이제 더 이상 죽음의 어트랙션이 아니다. 개성을 지운 대신 큰 세계관의 일부로서는 조금 더 자연스럽다.


콩은 공포의 대왕으로 군림하지도, 금발 미녀에게 까닭 모를 집착을 품지도 않는다. 새로운 콩은 다른 동물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생태계의 일원이자, 영역을 지키려 싸우는 서열 최상위권의 맹수다. 주인공 일행과 필요 이상의 관계를 형성하지 않음으로써 뉴욕으로 끌려가지도 않는다. 당연하다. 콩에게 뉴욕이란 죽어라 가는 귀양길이니까.


[고질라]에 이어 레전더리와 토호의 괴수들이 만나게 될 또 다른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본격 시작을 알리는 작품으로서 그럴듯한 설정 소개를 마친 작품이다. 덕분에 한 편의 독립된 영화로서의 완결성과 밀도는 떨어진다. 영화의 정서와 태도는 흐릿하고 인물들은 낭비된 채로  "세계관 스타트"라는 깃발을 향해 그저 달리기만 한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비유하면 페이즈1의 [토르]와 [퍼스트 어벤저]가 이래서 욕을 많이 먹었었지.
(물론 퍼스트 어벤저는 재평가 해야 하지만 여기서 할 얘기는 아니고.)


영화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안녕하세요 콩입니다. 다음에 뵙죠."





전체는 허술하고 부분적 장점들이 있는 영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헐리웃 배우 사무엘 L. 잭슨의 연기력 폭발을 오랜만에 볼 수 있었던 점만으로도 절반은 만족한다. 나중에 조금 더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시점에서 등장했더라면 더 요긴했을 캐릭터여서 아쉽지만.




연출 조던 보트로버츠
각본 맥스 보런스틴, 데릭 코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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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는 장면 중 하나. 몽둥이 까진 좋은데 딱부리를 무기로 쓰다니. 언젠가 있을 "대 고질라 전"을 대비한 밸런스 패치라면 이해 못 할 것도 아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연걸도 아니고 좀 심하다. 


- 콩의 캐릭터성이 크게 달라진 건 물론이거니와 전에 없던 '부모의 존재'가 본격적으로 언급된다. 혹시 이 버전의 콩은 [킹콩] 시리즈의 그 콩이 아니라 [콩의 아들]의 키코를 대체하는 캐릭터인 건 아닐까.


- 근작 중 가장 심장을 뛰게 한 쿠키. 미제 킹기도라는 얼마나 대단한 괴물일까.


- 스컬 크롤러는 봉준호 [괴물]의 그 '괴물'에서 영감을 얻은 크리처라고 한다. 하지만 밝혀지지 않았다 뿐이지 문어 낚시 시퀀스에서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덧글

  • 시안레비 2017/03/10 18:25 #

    문어는 저만 그 생각 한게 아니었군요 ㅎㅎ
  • 멧가비 2017/03/11 14:04 #

    우연이 아니라 노린 연출이라고 생각합니다ㅋ
  • 포스21 2017/03/10 18:43 #

    아.. 킹콩이 문어 먹는 장면 말이군요. ^^ 그외에도 스컬 크롤러가 해골 토하는 장면(군번줄하고) 역시 괴물 쪽에 오마주 인듯...
  • 멧가비 2017/03/11 14:06 #

    괴물 오마주인 건 감독이 직접 말 했다고 합니다
  • 니킬 2017/03/10 19:16 #

    병사가 상처를 강물로 씻고 있을 때 콩이 와서 똑같이 상처를 강물로 씻어서 뭔가 인간과 괴수 사이의 관계에 대해 의미가 있는 장면인가~하면서 봤는데... 갑자기 저 장면들로 전개되는걸 보면서 '아, 이 영화를 너무 진지하게 생각했구나' 싶어졌습니다.;;;
  • 멧가비 2017/03/11 14:06 #

    생각보다 콩이 무뚝뚝한 영화더군요.
  • K I T V S 2017/03/10 20:32 #

    저는 그래도 나름 만족하면서 봤었습니다. 콩이 문어먹는 장면 보고 맛있겠다했을 정도;;;
  • 잠본이 2017/03/11 15:25 #

    한줄요약이 찰지군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토르 1편 수준이라니 이거 보러가야 하나 고민되는
    (그러고보니 거기에도 히들이와 잭슨횽이 나오네요)
  • 멧가비 2017/03/11 16:48 #

    토르1에는 잭슨횽 대신 콜슨횽이요
  • 잠본이 2017/03/11 22:12 #

    쿠키장면 얘기죠.
  • 멧가비 2017/03/12 14:24 #

    이런, 쿠키 내용을 까맣게 잊고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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