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탐구 - 일본 고지라의 부활은 기적이다 by 멧가비


12년만의 부활, 기대 이상의 현대화. 부활은 성공적이었지만 사실 더 이상 나오기도 힘들었을 뿐더러 나오지 않아도 납득할 수 있는 후속작이었다.


극장용 특촬과 TV 특촬은 시장이 다르다. TV 특촬 작품들은 처음부터 '반다이'의 완구 판매 촉진을 위한 광고로 기획되기 때문에, 시청률과 상관 없이 꾸준히 후속작을 내놓을 수 있다. (아니, 내놓아야만 한다.) 물론 영화가 흥행하면 부수적으로 완구 판매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고 예산 후원도 그렇게 확보하겠지만 애초에 TV 특촬처럼 안전하게 패턴화 된 기획일 순 없다.


괴수 붐은 오래 전의 추억으로만 남아있고, 특촬 완구 시장을 주도하는 건 괴수보다는 히어로의 피규어나 변신 도구 등이다. 영화의 완성도를 올려 극장과 DVD 판매 수익을 노리기엔, 괴수 영화의 헤게모니는 사실상 헐리웃으로 넘어갔다. 자본의 힘도 무시하지 못하겠지만, 예상컨대 똑같은 자본으로 만들어도 미국 괴수 영화가 이길 가능성이 훨씬 높다. 미국에서도 비주류 장르지만 누군가 만들어야 한다면 더 많은 관객은 미국 영화를 선택할 것이다.


물론 특수 효과 등의 물리적인 측면 대신 각본의 완성도로 승부할 수 있겠지만, 현재 일본에 작가형 감독이 얼마나 남았느냐의 문제도 있고 작가주의 괴수 영화는 마케팅도 힘들다. 게다가 일본의 영화 내수 시장 자체가 일종의 갈라파고스화 되어서,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의 극장판이 주류를 차지한지 오래. 간혹 TV 특촬의 장편이 제작되긴 하지만극장 개봉하지 않고 'V 시네마'로 기획되거나, 개봉 하더라도 한정된 소수를 타겟으로 삼는다.


때문에 거대 괴수물 장편 영화 제작은 일본 내에서는 사양길에 접어든 비즈니스다. 최근의 극장 괴수 영화로는 소노 시온의 [러브 & 피스]가 있는데, 본격 괴수 액션 영화라기 보다는 루저 코미디에 부수적 요소로 들어간 정도. 그나마도 오리지널 디자인이 아닌 '가메라'의 패러디다. 거대 괴수물의 오랜 전통을 가진 일본에서도 괴수는 이제 그저 "쇼와"의 추억이다.


실제로 쇼와 시대를 배경으로 한 2007년작 [올웨이즈 3번가의 석양] 2편 도입부에는 꽤 그럴싸한 '고지라' 시퀀스가 삽입되기도 했지만, 시대극의 추억 소품 이상은 아니었다. TV에서는 울트라맨에게 퇴치 당하고 매회 교체되는 종이컵 괴수들 뿐, 명맥은 근근히 이어지고만 있었다.


사정이 이러니 토호에서 직접 만드는 본격 고지라 후속작은 기대할 바가 아니었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 대한 은유로 고지라는 돌아왔다. 54년의 원작 [고지라]가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에 대한 은유였으니, 프로 레슬링 붐을 타고 멀리 갔다가 원점으로 회귀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화려해도 가볍고 공허한 CG 영화보다는, 투박해도 확실한 실체를 가진 일본식 수트 액션 특촬이 좋다. 가짜 티가 나더라도 미니어처 건물이 무너지는 모습에 미학적으로 끌린다. 이런 와중에 '가메라' 시리즈의 후속작 소식도 비슷한 시기부터 들려오고 있다. 이 역시 불안해서 엎어질 가능성 높아보이지만, 영원한 라이벌이 꽤 괜찮게 컴백한 것에 탄력 받아, 대왕 거북이도 어느 순간 갑자기 짠 하고 나타날 수도 있지 않을까. 



덧글

  • 포스21 2017/03/10 20:35 #

    후후 그러고 보니 가메라도 신작이 나온다는 소문이 있고 , 이번 신고지라의 애니판도 추진 중이랍니다. 어떤게 나올지 기대되네요.
  • 멧가비 2017/03/11 14:01 #

    가메라는 오히려 예전 삼부작이 너무 좋았어서 반대로 걱정되네요. 작은용사들도 나쁘지 않았고.
  • 잠본이 2017/03/11 15:12 #

    카도카와가 다이에이 판권 사들여 영화부문 개편한뒤 가메라 갖고 뭔가 해보려고 계속 타진은 하고 있는듯한데 아직까진 신통한 소식이 없군요. 몇년전에 나온 파일럿 클립 하나 빼고는... (뜬금없이 쿠도칸이 나와서 갸오스에게 잡아먹혔던 게 나름 충격) 가메라와 함께 다이에이의 양대산맥이었던 대마신 갖고는 좀 미묘한 tv드라마 하나 내놓고 땡인데다가.
  • 멧가비 2017/03/11 16:50 #

    그게 쿠도칸이었어요?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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