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라이트 Moonlight (2016) by 멧가비


노골적으로 마초이즘을 부추기는 미국 사회에서도 흑인 빈민가는 터프하지 못하면 부서지는 것으로는 최상위권 난이도의 정글이다. 첫사랑에게 두들겨 맞은 상처로 자신을 숨기고 살게 된 샤이론에게 '블랙'이라는 별명은 가면이자 갑옷이다. 케빈은 자신이 평생을 쓰고 사는 가면을 친구에게도 나눠 준 셈이다. 샤이론에게는 섬세한 내면을 드러낼 용기가 없고 케빈처럼 가면 위로 가짜 얼굴을 그릴 융통성도 없다. 결국 아무도 몸을 건드리지 못하도록 머슬카와 근육, 권총이라는 단단한 갑옷에 의지해 그저 외롭게 버텨내고 있을 뿐이다.


타인을 스테레오 타입으로 인식하길 즐기며 기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동성애자든 뭐가 됐든 소수로 낙인 찍어 고립시키기를 잘하는 미국 사회의 편협한 단면이 드러나는 영화. 많은 아웃사이더와 소수자에게 위로를 건네는 진정성이 느껴지지만, "달빛 아래 흑인 소년들은 파랗게 보인다"는 대사를(아무리 원작 제목일지라도) 진지하게 읊고 있는 인물들을 보면 또 한편으로는 존나 힙스터 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에미넴은 자신이 흑인이었다면 음반 판매량은 절반이었을 거라며 자평한 바 있다. 같은 논리로, 이 영화가 주류 백인 사회를 배경으로 했다면 호평은 지금의 절반 쯤 되었을지 모른다. 화이트 트래쉬가 주인공이었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인종차별 논란이 끊이질 않는 아카데미에서 드물게 최우수 작품상을 탄 점이 화제가 됐지만, 반대로 흑인 감독 영화가 오스카를 탄다면 당연히 이런 영화겠지, 하는 생각도 든다. 흑인이 오스카를 타려면 흑인이어서 힘든 이야기를 해야 한다. 여전히 백인이 인구 대다수인 국가에서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겠지만, 트럼프 집권에 대한 반작용으로 과대포장 된다는 생각이 들어 찜찜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연출 각본 베리 벤킨스
원작 터렐 앨빈 매크리니 (희곡 In Moonlight Black Boys Look Blue)



덧글

  • UnPerfect 2017/03/11 14:55 #

    마지막 문단이 와닿네요. 흑인들은 언제까지 흑인들만의 이야기를 해야 하는가... 미래에 인종간의 벽이 거의 허물어지는 때가 오더라도, 이 경향은 그보다 몇 십 년은 더 계속될 테지요.
  • 멧가비 2017/03/11 16:52 #

    갑자기 인구비율에 큰 변동이 있지 않는 이상 여전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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