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신저스 Passengers (2016) by 멧가비


동면기의 기능 고장에서 시작된 이야기. 생각해보면 소재 자체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재난물 가운데서도 정말 SF 장르와 밀접한 형태다. 동면기가 나오는 영화는 많은데 그 동면기가 말썽을 일으켜 이야기가 시작되는 영화를 내가 전에도 본 적이 있었나 생각해봤는데 답을 못 찾았다.


극한 상황에서의 윤리적 고민이나 스톡홀롬 증후군 등 생각해 볼 소재가 많지만 영화는 그것들을 한국식 이자까야에 걸린 일본화 족자처럼 적당히 분위기만 내는 장식 이상으로 활용하지 않는다. 짐이 오로라를 살린 셈이라는 결과론적인 모순의 인과관계에도 무심하다. 사고가 아니라, 의도해서 짐을 깨워놓고 숨어서 관찰하는 제 3의 인물이 있다거나 하는 식의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 반전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던 와중 타이밍 좋게 등장한 모피어스는 그냥 자유이용권 주러 나타난 아이템 셔틀이었더라.


사건의 원인이 어쩌면 현실의 것과 같은 데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은 남는다. 도입부에 식민지 사업의 수익구조가 자세히 설명됨과 동시에, 기업이 노골적으로 "돈벌이"를 하려 든다는 인상을 주는 언급들이 이어진다. 고장날리가 없다 한결같은 대답이 돌아올 뿐인데도 셔틀은 흔해 빠진 우주 쓰레기에 파손이 됐고 동면 장치는 기능 고장을 일으켰다.


이론상 정말 완벽한 기능과 스펙을 가졌음에도 일어날 수 없는 고장을 일으켰다는 건 셔틀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중간 업자들을 부품을 빼돌려 해먹었거나, 아예 더 높으신 양반들이 원가절감 어쩌고 하면서 법률상 규격 미달인 셔틀을 뻔뻔하게 운용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역시 영화에서는 고장날 수 없는 셔틀이 왜 고장이 났는가에 대한 질문은 그 누구도 하지 않는다. 아담과 이브처럼 덩그러니 둘만 남은 남녀가 싸우고 화해하고 백년해로 하는 데에 필요없는 질문이기 때문이겠지. 아주 대단한 사랑들 하셨을 거야.


영화가 뻔한 결말을 향해 가고 있는 시점에서는 너무 지루한 나머지, 저 둘이 비축된 식량과 자원을 일부러라도 낭비해서 다 쳐먹어버리고 나머지 승무원과 승객들이 깨어난 후엔 식량난으로 헬게이트가 열리는 장면이라도 나왔으면 좋겠더라. 나 잠든 사이에 기득권층들이 내꺼 다 훔쳐먹는 게 단지 지금의 우리나라 뿐이겠는가 싶은 생각도 들고.




연출 모튼 틸덤
각본 존 스파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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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놓고 도박을 하는 꼬라지는 아무리 영화라지만 못 볼 꼴이다. 에일리언이 강해서 힘들어야지, 사람 쪽이 멍청해서 에일리언이 승승장구 한다면 스릴이 생길리가 만무하다. [패신저스] 때도 그랬지만, 식민지 개척이 그 따위로 주먹구구 이뤄진다는 것만 보면 상당한 디스토피아 영화가 된다. 데이빗 패스빈더가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다. 데이빗이 ...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