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2010) by 멧가비


닫힌 사회의 구조적 폭력, 사회 정의에 대한 무관심과 고발 의식과의 거리 등 이 영화의 거시적인 주제의식들은 이미 수 없이 반복된 레퍼토리다. 이 영화만의 정서와 개성을 부여하는 건 폭력에 희생당하는 여성성에 대한 동정적 시선도, 잔혹한 폭력도 아니다.


가장 공감되는 관점은, 인간 관계의 온도차, 즉 비극이 발생하는 지점을 바로 그 온도차로 상정한 부분이다. 복남이 서슬 푸른 낫을 들기로 결심하는 데에는 자신과 딸의 비극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해원의 외면과 그에 대한 원망 등 복잡한 것이 작용했으리라. 관찰자이자 간접적 가해자인 해원의 존재는 영화를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만든다.


복남에게 있어서의 해원, 해원에게 있어서의 복남이라는 사람이 갖는 의미는 영화 내내 서로 다른 온도로 묘사된다. 복남에게 해원은 자신을 지지해줄 거라 믿은 단 한 사람, 나아가서는 탈출구 없는 삶에 유일한 구원과도 같은 존재다. 그러나 해원에게 복남은 그저 고향 친구이며, 지금은 그저 길에서 외면했던 그 사망 여성보다 딱히 의미있지 않은 존재에 불과하다. 해원의 죄책감과 관련된 회상 장면은, 그저 의미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심정적으로는 일부러라도 외면하고 싶은 존재에 더 가깝다는 암시를 준다.


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러 온 해원에게 복남은 또 다른 마음의 짐을 얹어 준 골칫덩이였는지도 모른다. 현실의 인간 관계에서도 주는 만큼 돌려받지 못한다는 소외감이라던가, 특정한 누군가로부터 존중 받지 못한다는 박탈감 등이 공격성으로 치환되어 주변에 스플래시 데미지를 주는 일이 결코 적지 않다. 이걸 한 마디로 요약하면 "니가 나한테 어떻게 이럴 있어."


복남은 끝에 가서 해원에게 "넌 너무 불친절해"라는, 어휘는 가볍지만 내포된 뜻은 깊고 묵직한 원망의 말을 남긴다. 애정과 정성을 준 만큼 받지 못한 원망이기도 하지만, 타인과 더불어 사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최소한의 역할을 외면하고 혼자 살 수 있다고 믿는 방관자들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겠다.




연출 장철수
각본 최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