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자들 (2015) by 멧가비


이젠 또 하나의 한국식 장르라고 불러도 됨직한 사회고발물. 그 가운데에서도 누구나 알법한 굵직한 실제 사건들을 조합해 관객으로 하여금 단순히 분노가 아니라 현실에 대한 회의마저 들게 만드는 리얼리티에 주력하는 영화다.


학연으로 맺어진 이권 커넥션이나 노골적인 성접대 묘사 등 상류 사회의 썩은 부분을 날카롭게 고발하면서도, 그 사건들의 한복판을 활보하는 건 지나치게 장르적인 영웅형 검사 주인공. 톤이 튄다. 엉뚱한 영화에 엉뚱한 주인공이 들어와 있는 느낌. 하지만 괜찮다. 사회고발 다큐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극이니까. 원작이 만화니까. 관객이 몰입할 수 있는 장르 주인공 하나 넣는 것 나쁘지 않다. 그 편이 서사의 측면에서는 되려 미학적인 맛도 있다.


설교투의 어조? 그냥 대사가 아니라 아예 관객과 눈을 마주치며 전하시는 훈화 말씀? 굉장히 새로운 화두를 던지는 거라고, 이러면 관객이 놀랄 거라고 착각하는 것 같지만, 그래 그것도 좋다. 촌스럽고 구식이면 어떠하랴. 영화의 톤이 그렇고 하고자 하는 말이 그거라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깡패 주인공은 너무 갔다. 말이 좋아 복수지, 결국 높으신 나쁜 놈들 하는 꼴 못 봐주겠어서 나서려는 거고, 순진하게 바친 충성심이 배반당해서 상처 받았다 이거 아냐. 게다가 다 잃고 폐인 된 깡패 두목 옆에 끝까지 남는 우직한 "아우들" 하며, 답 안 나오는 낭만에 멀미가 느껴진다. 


사회의 암세포 조직을 통째로 드러내어 보여주는 영화의 톤, 나쁜 놈들이 얼마나 나쁜지를 까발리겠다는 태도의 영화에서 그 암세포 조직의 가장 말단인 깡패들에게는 설탕옷을 입혀버린다. 깡패란 본디 더러운 일을 하고 싶은데 손에 뭐 묻히는 거 싫어하는 돈 많은 악당들 대신 더러운 걸 만지면서 더러운 돈을 받아먹는 자들이다. 높은 성에 숨어사는 돈 많은 악당보다 어쩌면 일반 시민 사회 가까이서 직접적으로 칼과 주먹을 들어대는 악행의 파수견들이다. 그런 깡패도 있고 아닌 깡패도 있다, 하는 건 애초에 깡패들이 만든 깡패 영화가 관객들에게 제공한 판타지일 뿐이지 현실은 그런 거 없다. 애초에 남들 못살게 굴고 나쁜 짓 하고 싶은 놈들이 되는 게 깡패인데, 그런 깡패가, 그런 깡패 조직이 의협심인지 낭만인지 뭔지 모를 요상한 캐릭터를 부여받아 사건을 해결하는 데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영화다. 그 깡패 무리의 대가리가 영화의 주인공이며 가장 비싼 배우가 가장 멋지게 연기한다. 니미.


느와르라든지 애초에 사실적인 척, 현실을 은유한 척 하지 않는 장르 안에서의 깡패며 악당이며 하는 캐릭터들은 그 세계관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존재하며 관객이 알아서 필터링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 속 더러운 사건들을 이름만 바꿔 나열해놓는 영화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세상의 더러움에 저항하는 이런 마음씨 고운 깡패도 현실에 존재합니다, 라는 말 밖에 안 된다. 이건 영화가 하려는 주장을 영화 스스로가 전면으로 부정하고 영화의 메시지를 무너뜨리는 셈이다. 연기 잘하는 A급 스타 배우를 그 자리에 앉혀놓고 주특기인 눈빛 연기를 쏴대면 저절로 설득력을 얻을 거라 생각한 걸까. 큰 나쁜 놈들 고발하는 영화에선 작은 나쁜 놈은 적당히 우리편으로 퉁치고 뭉개도 되나. 원작이 어쨌건, 이 영화의 무신경한 척 이율배반적인 태도가 너무 싫다.





연출 각본 우민호
원작 윤태호 (만화 내부자들,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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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체로서 딱 하나 좋았던 건 배우들의 어색한 조합이다. 조승우와 이병헌, 백윤식과 이경영. 서로 다른 장르에서 대표를 뽑아 어색하게 팀을 짠 듯한, 잘 안 달라붙는 듯한 이질감. 아마 해당 배우들이 서로 쌓아온 경력들의 세계관이 다르기 때문이겠지. 그 서로 부딪혀 불협화음을 내는 듯 삐걱거리면서도 고수들이 초식을 주고받는 듯 묘한 그 리듬이 맘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