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2015) by 멧가비


류승완 감독의 "일종의" 사회고발물로서는 [부당거래]에 이어 두 번째다. 하지만 오히려 영화의 톤은 [짝패]의 연장선상에 있다. 무거운 톤은 덜어내고 감독의 영화광적 취향으로 조합된 일종의 콜라주 영화. [짝패]가 쇼브라더스 권격 영화에 대한 오마주였다면 이쪽은 80년대 캅 액션에 대한 찬미로 가득하다. [부당거래]처럼 날카롭고 섬뜩하진 않지만 조금 더 장르적이고 그래서 접근성도 더 좋다.


황정민의 서도철 캐릭터에게서 어딘가 모르게 [다이 하드]의 브루스 윌리스나 [리셀 웨폰] 멜 깁슨의 냄새가 어렴풋이 난다. 하지만 서도철의 배후에 선명한 빙의령처럼 겹쳐 보이는 것은 역시나 [폴리스 스토리]의 성룡이다. 소도구를 제 몸 다루듯이 다루는 액션이나 능글능글 하지만 우직한 태도, 열심히 얻어터지는 사건 해결 방법 등이 그러하다. 클라이막스 경찰 뺑소니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신은 노골적으로 성룡 키드들에게 보내는 눈인사다. 서도철이 말버릇처럼 싸나이 싸나이를 외치는 것도 누군가를 불편하게 할 마초라서가 아니라, 그런 80년대식 정서에서 굴러떨어진 캐릭터이기 때문일 것이다. 시대는 다르지만 [투 캅스]나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보고 자란 사람이 만들 법한 영화라는 생각도 든다.


도철은 쉽게 끝낼 수 있는 일을 왜 그렇게 어렵게 크게 만드냐며 계속해 의문을 표하지만 관객은 정답을 안다. 기업가건 얼마나 높으신 분들이건 결국 하는 짓은 깡패다. 세상 거의 대부분의 악행의 근원은 깡패 근성이다. 마피아냐 뒷골목 양아치냐의 차이만 있을 뿐, 결국은 깡패 근성으로 수렴된다. 아무 것도 없이 태어난 깡패는 그냥 깡패가 되는 거고, 재벌 자식으로 태어난 깡패는 재벌 깡패가 되는 거다. 깡패라는 게 그렇다. 더 많이 갖고 싶고, 남의 것 뺏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몸에 뭐 묻히는 거 싫고 머리모양 흐트러지는 거 싫은, 타인의 인생 전부보다 찰나의 "가오" 하나가 더 중요한 생물들. 어린 아이들이 물에 빠져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동안 헤어스타일 손질이나 하고 있는 그런 놈들 말이다.


영화의 도입부는 깡패들을 깡패처럼 때려잡는 형사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도철은 영화 내내 쪽팔리지 말자는 말을 버릇처럼 자주 한다. 이 영화의 세계관에선 쪽팔리는 게 싫은 건 형사나 깡패나 마찬가지란 소리다. 근본은 같지만 단지 어떤 걸 쪽팔려하느냐의 차이겠다. 죄 짓고 사는 게 쪽팔린 건지 아니면 남의 것을 조금이라도 더 뺏고 더 괴롭히지 못하는 게 쪽팔린 건지를 결정하는 순간 선한 사람과 깡패로 나뉘는 것 아닐까.





연출 각본 류승완



덧글

  • berberrr 2017/03/23 18:40 #

    캐릭터에 대한 분석은 봐줄만 하지만, 현실 사회에 대한 분석은 유치하군요
    특히, "어린 아이들이 물에 빠져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동안 헤어스타일 손질이나 하고 있는 그런 놈들 말이다.", 라는 부분 말입니다
  • 멧가비 2017/03/23 20:27 #

    리뷰에 대한 리뷰군요. 참 수고가 많으십니다.
  • berberrr 2017/03/23 21:13 #

    그쪽만큼은 아니지요. 참 수고가 많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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