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2005) by 멧가비


선문답 같은 대사들이 오가고 몸에 맞춘 수트를 입은 미남들이 거드름을 피운다. 스타일을 내세운 느와르, 물론 현실의 깡패 이야기가 아니다. 현실의 깡패들이 깡패가 되기 전에 꿨을 법한 꿈. 추잡하고 비루한 뒷세계의 일이 아니라 누군가를 폼나게 때려주면 그만인 멋진 마초들의 꿈동산. 멍청한 마초들이 몽정하는 꿈의 세계관을 돈 들이고 공들여 영화로 만들면 이 영화처럼 된다.


이병헌이 연기한 선우는 관리하는 업소의 지하에서 말썽을 피운 깡패들을 두드려 팬 후 옷 매무새를 다시 만진다. 안 그래도 열받는 참에 화를 돋우는 폭주족들을 때리려 가면서 풀려있는 수트 단추를 단정하게 채운다. 보통 몸을 쓸 땐 그 반대여야하지 않나. 즉 영화 속 폼잽이들의 모든 말과 행동은 나르시시즘, 즉 자뻑으로 수렴된다. 


미녀(희수)에게 첫 눈에 반해 판단 착오를 하는 순정 마초인 내가 너무 멋지고, 난처한 상황에 빠진 미녀에게 관대함을 베푸는 내가 너무 멋지고, 개처럼 구른 자신을 버린 보스에게 bittersweet한 복수를 행하는 나를 누가 본다면 존나 뻑가겠지 하는 거다. 그런 마초 동화 세계에서 폼에 죽고 사는 자기 자신이 너무 멋있어 견딜 수 없는 남자들의 후까시 올림픽 같은 영화다. 폭주족들을 때려주기 전 선우가 화 나 있었던 것도, 그런 자신의 멋짐을 희수가 인정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후까시라는 벽돌과 허풍이라는 시멘트로 쌓아 올려진 성은 그 대단한 뻔뻔함이 아름답기 까지 할 정도다. 자뻑의 미학이란 이런 것. 담배초콜릿 같은 영화.


서사가 마무리 된 후 영화 전체를 함축해주는 문제의 그 장면도 같은 맥락에 위치해있다. 선우가 바라본 것은 창 밖의 마천루들이 아니라 그 마천루들에 겹쳐있는 자신의 얼굴이다. 그리고 섀도 복싱.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괜히 하는 섀도 복싱은 아무도 쳐다보지 않을 때조차 자신의 멋짐을 과시하고 싶어하는 소년기의 행동이다. 해골섬의 대왕 고릴라가 금발 미녀 때문에 죽었다면, 영화 속 선우는 나르시시즘 때문에 죽은 것이다.





연출 각본 김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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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멧가비 : 무사 (2001) 2017-03-25 14:33:53 #

    ... 신은 날아가는 나비라도 구경하는냥 산만하고 공허하다. 이런 영화의 여자 캐릭터는 늘 인간으로서의 그 자신이기보다는 일종의 "성배"나 "돈가방" 역할을 하게 된다. [달콤한 인생]의 신민아를 여기에 데려다 놓아도 똑같은 그림이 나올 것이다. 여솔, 최정 뿐만 아니라 행군에 참여한 고려인들 모두가 그저 안 좋은 시대에 안 좋은 장소에 놓 ...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