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 피스트 시즌1 (2017) by 멧가비


재미가 없다기 보다는 늘어진다. 밀도가 낮다. [데어데블]이나 [제시카 존스] 정도의 템포로 편집했더라면 길어봐야 6, 7회로 끝낼 수 있는 이야기를 12회로 늘린 셈이다.


이야기는 산만해서, 대니의 개인사와 랜드 사 암투, 핸드의 파벌 싸움이 한 줄기에 섞이지 못하게 따로 국밥이다. 대니 서사는 잘 해봐야 조실부모 억만장자 클리셰니 각색하던가 쳐내는 게 나았을텐데 이걸 제일 많이 보여준다. 정신병 걸릴 정도로 같은 장면만 계속 나온다. 미첨네 광기 배틀이 제일 재밌는데 몰입될만 하면 툭툭 끊고 점프하다가 결국 워드의 폭발을 끌어내는 장치로만 소모된다. 제일 재밌는 파트를 제일 홀대한다.


대니 랜드는 주인공치고 아주 짜증나는 놈이다. 멘탈은 약해서 쉽게 좌절하고, 속아서 이용당하는 데에는 도가 텄다. 아닌 척 은근히 성깔도 더러운데 그 성질머리 갖고 뭔가 속 시원한 성과를 내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배우가 [왕좌의 게임]에서 맡았던 꽃기사 역할이랑 비슷하다. 주변에서는 다들 대단하다 해주는데 정작 하는 꼬라지를 보면 야광 주먹 말고는 대단한 게 없다. 주변에서 다들 자기를 속인다고 엄청 삐치는데, 삐치기만 하지 학습해서 나아질 생각은 안 한다. 게다가 가만 보면 싸움도 잘 못 하는 것 같다. [에이전트 오브 쉴드] 메이 정도 레벨이랑 싸워도 백프로 강냉이 다 떨구고 피오줌 싼다.


원래 서구에선 동양의 쿵푸를 경외하면서도 동시에 마초답지 못하다고 얕잡는 경향이 있다. "기"라는 개념을 중요한 소재로 갖다 쓰면서도 흔해 빠진 이완제로 무너뜨리는 것부터가 그런 이중적인 관점을 대변한다. 어차피 저들의 정신나간 오리엔탈리즘은 기대도 안 했고 딱 그 수준이다. 차라리 80년대 오리엔탈리즘 클리셰를 조롱하는 블랙 코미디라고 생각하면서 보면 속 편하다. 하지만 적어도 액션 설계에는 공을 들였어야지. 배우가 훈련이 덜 됐으면 만화처럼 두건 덮어 씌우고 대역을 확실하게 쓰던가. 취권 흉내내는 놈까지 나와버리는 순간에는 맨정신으로 내가 이걸 보고 있는 게 현실인가 싶어 닭살이 다 돋는다. 수사적인 표현이 아니라 진짜로 닭살이 돋았다. 드라마에 오만 정이 다 떨어진다.


오리엔탈리즘은 딱 80년대 수준에서 머물러있다. 뿅뿅이 전자 음악도 삽입된 것으로 봐선 80년대 레트로 컨셉이 확실히 기획 단계에 있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제대로 레트로는 또 아니어서, 제작진 중에 그렇게 하고 싶은 놈 따로 하기 싫은 놈 따로 있어서 충돌한 게 아닌가 싶다.



마담 가오가 소집한 챔피언들 중 중국계, 일본계는 오소독스하게 제법 가닥이 잡힌 전사들인 반면에 한국계만 흐느적대는 꼼수쟁이인 건 좀 빈정 상한다. 딱히 어떤 의도가 있었을 것 같지는 않지만 불쾌하다. 그 와중에 혼자 가운 입은 의사인가 연구원인가던데, 역시 동아시아 중에서도 공부 잘 하는 이미지는 한국이 독보적인가보다.


드라마가 등신 같으면서 또 마냥 지루하지만은 않은 게, 마치 저녁 여덟 시 일일 드라마 같은 맛이 있다. 가족의 비밀, 사내 권력 암투 그리고 유치하기 짝이 없는 인물 됨됨이들. 저녁 먹으면서 욕 하며 보는 맛을, 마블 그것도 넷플릭스 드라마에서 느낄 수 있다니. 이건 놀라운 경험이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놀랍다.


끝까지 믿을 수 있는 인물이 없다는 점 특히 인상깊다. 클레어, 제리 등 확실히 보장된 인물을 제외하면 새로 등장하는 인물 모두가 어떻게 돌변할지 끝까지 안심할 수 없다는 점이 죽인다. 콜린은 처음부터 묘했지만 설마 핸드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제일 씹새끼일 것 같았던 워드가 개심한 게 놀라운데 조이는 느닷없이 다보스랑 티타임을!


대니와 콜린 신념 다툼이 마치 다단계 설명회에서 싸우고 연 끊는 친구 사이 같다. 바쿠토의 핸드 굴러가는 구조 자체가 다단계 기업과 흡사한 면이 있다. 그냥 신비하게 암약만 하는 게 아니라 현실 사회, 그것도 양지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설정은 확실히 재미있는 각색이다.


죽었다가 돌아온 해럴드의 묘사는 스티븐 킹의 [공포의 묘지]가 떠오른다. 참고했을까.


사소하게 재미난 부분 많은데 전체적으로는 역시 꽝. 제시카 헨윅 몸매 보는 맛에 전 회 다 봤지 안 그랬으면 힘들었을 것 같다. 헨윅은 [왕좌의 게임]에서는 크게 인상깊지 않았는데 여기선 꽤 좋다. 운동복 입은 모습이 훌륭하다. 멋진 근육질 미녀.


결국 [디펜더스]를 앞두게 됐는데, 전 8회 분량이라니, 그렇게 짧은데 이야기 진행이 가능한가. 짧게 던져봐서 반응 좋으면 영화로 만들 생각일지도 모르지. 극장 개봉은 무리일테니 넷플릭스 전용 영화로라도.



덧글

  • Sakiel 2017/04/19 09:05 #

    개인적으로도 미첨 가문 기싸움하는게 제일 재밌었고 헤럴드가 돌아온 이후 부자관계가 미묘한 맛이 있어서 참 좋았는데 그 부분은 너무 소홀하고... 액션도 이건 머 매트릭스 시절보다 못하니.

    감독이고 뭐고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레트로 분위기를 내려면 확실하게 내든가.
  • 멧가비 2017/04/19 18:16 #

    잘은 모르겠지만 뭔가 촉박하게 기획된 건가 싶네요
  • lelelelele 2017/04/21 22:34 #

    전체적으로 형편없었던건 동의합니다. 누구나가 그렇게 느낄거고.. 실제로 같은 드라마급에서도 괜찮은 마샬아츠를 살린 미드도 있다던데, 이건 왜 이렇게 형편없게 만든건지...
    그래도 매트릭스랑 비교는 좀 아니라고 봐요. 세월이 많이 지나긴 했지만, 그래도 그건 영화인데 이쪽은 드라마이니... 급이 좀 다르니까요.
  • 닛코 2017/04/19 21:56 #

    멧가비님께도 "제시카 헨윅=전진" 전도합니다
  • 멧가비 2017/05/02 22:32 #

    다행히 저 배우한테 흥미 잃은 후에 댓글을 봤습니다
  • lelelelele 2017/04/21 22:39 #

    드라마의 허접한 퀄리티나 형편없는 액션, 고정관념에 박혀있는 오리엔탈리즘이야 다 그렇다치더라도, 개인적으로 실망한 것중 하나는 캐릭터구축 삐끗한거랑, 코스튬을 포기한거 아닐까 싶더라구요...

    타사제작도 아니고, 무려 본가인 마블텔레비전에서 제작하는건데... 꽤나 그럴듯한 코스튬을 만들어놓고도 회상씬에나 쓰고 제대로 활용하지 않은건 너무 어리석은 선택이 아니었나 싶더라구요.
    물론 복면 하나 씌운다고 드라마에 더 긍정적으로 변화한다거나 그런건 아닐테지만.. 유튜브 리뷰어 크리스스턱만이 지적한대로, 그래도 복면을 씌우고 주역캐릭터 액션 스턴트를 더 적극적으로 도입했다면 그나마 액션은 아주 조금이라도 개선될 여지가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실제로 데어데블도 제작진이 스턴트와 배우 구분을 힘들게 하기 위해 코믹스와 달리 코부분까지 가리는 마스크를 채택했다고 하던데... 원작 코스튬이 아주 구현 불가능하지 않을정도로 힘든 디자인도 아니고, 최근 마블코믹스쪽의 아이언피스트 코스튬은 기존 복면에 트레이닝복 스타일의 복장을 하고 있는데, 이런것도 구현하지 않아주다니... 너무 아쉬웠습니다.

    덕분에 넷플릭스판 MCU 디펜더스 팀에서는 데어데블만 혼자 너무 튀게 코스튬을 입게 됐더라구요. 루크나 제시카야 시크릿아이덴티티도 없다시피 하고, 코스튬도 중요하지 않다지만 아이언피스트는 캐릭터 고유의 개성이 있는 코스튬을 적절히 드라마스케일에 맞게 각색하지 못했다거나, 만들기는 해놓고 회상장면에서만 활용하고 끝낸게 너무 별로였어요 ㅜㅜ
    영화쪽 호크아이 같은 경우 얼티밋유니버스 디자인은 복면을 안하는경우도 있고, 딱히 복면이 필요한 캐릭터는 아닌데.. 스트릿 히어로의 정체성을 가진 아이언피스트에게서 복면을 빼버린건 중요한 매력 하나를 반감해버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제작자 스캇 벅은 아이언피스트에 이어서 인휴먼스 제작자로도 결정되어 현재 한창 촬영중인데, 이 양반 인휴먼스는 제대로 내놓을수 있을런지 좀 불안불안 합니다.

    그나마 좀 재미있는건 이제 이 세계관에도 미스티나이트(루크케이지 출연)와 콜린윙 캐릭터가 실제로 구현됐다는 건데, 디펜더스에도 출현할 이 두명의 캐미가 좀 궁금하네요. 실제로 코믹스에선 이 둘이 콤비가 되어 '히어로즈포하이어' 같은 팀의 주역으로 활동하기도 했고, 둘은 콤비로서는 도터오브더드래곤' 이라는 이름으로 팀으로 활약하기도 했었거든요.
  • 멧가비 2017/05/02 22:32 #

    수트 안 챙겨 입는 건 시리즈 나름의 개성이라고 생각해서 싫지 않은데,
    말씀하신대로 데어데블 혼자 그러고 있는 건 좀 신경 쓰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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