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 Guardians of the Galaxy Vol. 2 (2017) by 멧가비


너무나 뜬금없이 잘생긴 얼간이여서 외려 정감가고 쿨했던 피터 퀼도 고민, 자만, 초심 상실 등 슈퍼히어로의 통과의례를 피하지 못한다. 유사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드러내며 소년만화 주인공처럼 "각성!"해서 싸우는 꼴은 보고 있기가 괴로울 정도다. 마블의 포퓰리즘은 시리즈 사상 손꼽히게 개성있던 주인공을 그저 그런 기성품으로 길들여버린다. 다음 출연 떄는 우주 사에바 료 같았던 그 피터 퀼로 돌아와 있길 바란다.


컴플렉스를 살의로 승화시키는 사이보그 자객, 그 차갑고 뜨거움이 멋졌던 네뷸라는 애정결핍 찔찔이로 전락한다. 각각 가족을 잃은 중년 남성의 울분과 개조 생명체로서의 비애를 과하지 않게 드러내서 좋았던, 희비극의 밸런스가 좋았던 드랙스와 라쿤은 서사를 잃고 개그 전담이 되어버렸는데, 드랙스의 불쾌한 개그는 2절, 3절을 반복해 회식자리 부장님처럼 꼴보기 싫어지며 라쿤은 안 해도 될 또라이짓으로 의미없는 위기를 만든다. 욘두는 뻔한 유사부자 클리셰의 희생양이다. 이래저래 감동으로 포장한들 그 죽음이 유의미해지랴. 화살은 마음으로 쏘는 거라니, 마블 영화 통틀어 최악의 대사 한 줄.


개성있어서 좋았던 부분들은 신파로 희석시키고 즉각적으로 "먹혔던" 코미디는 남발한다. 거진 10년, 여우가 된 마블은 관객이 바라는 것들을 지나치게 메뉴얼화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얄밉다. 노리고 던지는 개그들은 실제로 타율도 좋은 편이지만 홈런은 없고 잘 쳐봐야 2루타. 잽으로 포인트만 따낸 판정승 경기다.


80년대 추억 되새김질도 지나쳐, 거대 팩맨 쯤에서는 기어이 저걸 넣고 마는구나 싶다. 전작의 댄스 배틀과 같은 맥락인데, 그 댄스 배틀이 무거운 호흡을 끊어냄으로서 싸움에 직접적인 효과를 봤던 반면에 팩맨은 그냥 웃으라고 쑤셔넣었을 뿐이다. 또 먹히겠지, 하면서.


스탤론 등장. 80년대를 상징하는 배우의 느닷없는 까메오에 놀랍고 반가운 마음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데이빗 핫셀호프까지 얼굴을 내민다. 팩맨과 마찬가지로 대사로만 언급했을 때가 재미있었는데 직접 얼굴까지 나오니까 오히려 식는다. 양자경까지 나와버린다. 한 명씩 봤으면 다들 반가웠을 얼굴인데, 이 영화는 좋은 걸 절제하는 미덕을 모른다.


(역시나 80년대 영화를 상징하는) 커트 러셀이 연기한 '에고'는 전체적으로 지루한 가운데에서도 돋보이는 캐릭터다. 악당 포지션이지만 "악"이라기 보다는 태생적으로 파괴적인 욕구를 지녔을 뿐, 오히려 자신의 욕망에 순수하게 충실한 존재다. 메레디스와의 로맨스를 아들 피터에게 설명하면서도 자신이 직접 메레디스를 죽였다는 사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밝히는 건, 적어도 이 캐릭터가 권모술수를 부리는 협잡꾼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저 태생이 다르고 욕망이 다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할 뿐이다.에고는 피터에게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감추지 않았으며 아들인 피터가 셀레스티얼로서의 운명을 거부할 거라고는 추호도 의심을 하지 않는다. 이름처럼 흥미로운 "자아"다.


그러면서도 지구인을 진심으로 사랑했고 지구에 머물렀던 경험의 잔재가 남은 것인지 필멸자, 정확히는 미국 백인 가정의 아버지처럼 행동하려고 한다. 자신의 능력을 잇지 못한 자식들을 도구처럼 폐기했으면서도 피터와는 캐치볼을 하며 즐거워하는 이중적인(그러나 교활하지 않은)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 캐릭터에 대해 조금 더 알고싶어진다. 입체적인 면을 가진 안타고니스트였으나 회색 캐릭터의 다면성을 제대로 보여줄 수 없는 영화에 등장한 것이 비극. 이런 영화에는 조금 얄팍하더라도 명료하게 똑 떨어지는 캐주얼 악당이 잘 어울린다.


하워드 덕의 ('깜짝' 아닌 그냥) 재출연. 아니 이쯤 되면 하워드의 본격 출연을 기대하는 팬들에 대한 희망고문이다. 하워드를 조금 더 허를 찌르는 와일드 카드로 쓰던가 왓처만 등장 시키던가 둘 중 하나만 했으면 좋았을 거다. 근데 맨 처음 나온 왓처, 우아투 맞나?


번외 얘기지만, 피터는 지구 태생으로서의 정체성만 놓고 보면 80년대에 완전히 머물러 있는 문화적 냉동인간이다. 지구에 오거나 어벤저스와 만났을 때 여기서 코미디를 뽑아내면 재미있지 않을까. 같은 냉동인간 포지션인, 그러나 머무른 시대가 다른 캡틴과의 만남이 기대된다.


총평. 마블 시네마틱 시리즈 중 가장 쿨했던 영화의 후속작이 시리즈 사상 가장 촌스러운 작품이라는 아이러니. 노골적이어서 지루한 스타로드 우상화 작업이지 않았나.





연출 각본 제임스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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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점

- 로켓의 야습 대응 시퀀스는 훌륭하다. 하필 스탤론이 나온 영화에서 공교롭게도 다른 엉뚱한 캐릭터가 [람보] 1편을 연상시키는 점이 묘했고, 저거야말로 아메리칸 닌자가 아닌가! 하며 감탄할 수 밖에. 그러고보니 아메리칸 닌자도 80년대 풍이구나.

- 뜬금없는 까메오 배우들로 60년대 초대 가오갤을 구현한 점. 비유하자면 [스타트렉] 리부트 영화에 TOG 멤버들이 나와 앉아있는 느낌이랄까. 스탤론이나 양자경 등 모두 가오갤은 커녕 마블과도 하등의 관련이 없음에도 그런 느낌이 들었다. 알면서도 속는, 뻔한데도 먹힌다는 게 이런 거구나. 그들의 전성기에 이 영화가 만들어졌다면 스탤론이 피터 퀼을, 양자경이 가모라를, 빙 라메스가 드랙스를 연기했어도 어울렸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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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 까메오 배우들 줄줄이 나올 때 빙 라메스 보고, 죽지 않았었나? 생각했는데 마이클 클락 던컨이랑 헷갈린 거였다.


- 에고와 메레디스의 로맨스 회상 파트는 존 카펜터의 1984년작 [스타맨]과 미묘하게 분위기가 비슷하다. 그러고보니 커트 러셀과 제프 브리지스는 닮은꼴 소리를 많이 듣는 관계다. 브리지스가 [아이언맨] 1편에 나오지 않았더라면 에고 역할 맡았으려나.


- 오프닝의 'Sea monkey' 드립을 그냥 '바다 원숭이'로 번역했더라. 번역자가 씨몽키를 모르던가 딱히 대체할 단어를 생각해내지 못했나보다.


- 어쩌면 맨티스도 에고의 자식이었던 건 아닐까.


- 여기서의 스탠리는 [시빌 워]의 스탠리와 동일인물인 걸까. 그렇다고 한들 그 조차 농담이겠지만.



덧글

  • 니킬 2017/05/04 16:09 #

    하워드 덕은 초반에 그냥 지나가는 역으로 나온게 의외였습니다. 코스모 스페이스독도 그림이 나오는게, 정말 제작진들이 예네 활약하는거 보고싶지않냐고 낚시질하는거 같더군요.;;;
  • 멧가비 2017/05/04 18:37 #

    이스터 에그면 이스터 에그인지 알게 했으면 좋겠어요 헷갈리게 하지 말고
  • 동굴아저씨 2017/05/04 16:29 #

    신파를 따지자면 전 판도라에서 최악이라고 느꼇던 터라 이정도는 애교로 보이더군요.
  • 멧가비 2017/05/04 18:40 #

    한국영화 판도라요?
  • 동굴아저씨 2017/05/04 21:00 #

    한국영화 판도라 맞습니다.
    언제부턴가 한국쪽 신파는 영 적응하기가 힘들어져서 한국영화자체를 잘 안보게 되더군요.
    물론 가오갤에 신파가 필요했냐는 것은 ???이긴 하지만요.
  • 시안레비 2017/05/04 16:40 #

    주인장님 글에 크게 공감합니다.. 이번 2편은 지루하고 피로감을 계속 불러일으키는 '전편보다 못한 속편'이었어요

    소소한 연출에서도 그게 느껴지더군요 '이 정도면 대충 팔리겠지'싶을 정도로 그냥 적당히 때려박은듯한 무성의함이 그대로 느껴져서 그만.. 이대로면 3편은 기대안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1편을 너무 재밌게 본 탓인지 많이 아쉬웠어요 ㅠ
  • 멧가비 2017/05/04 18:39 #

    전 애초에 1편도 그렇게 애착 가는 영화가 아니었어서, 3편 기획이 이미 나와있던 것도 몰랐네요
  • Sakiel 2017/05/04 20:33 #

    라바저스는 익스펜더블의 꿈을 꾸는가

    볼땐 참 재밌게 보고 웃고 나왔는데 곱씹을 수록 좋았던 장면은 없던 것 같습니다. 액션시퀀스는 대개 괜찮은 편이었지만 개인적으론 가모라 네뷸라 파트는 걍 없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 가오갤에 합류도 안할거면서 굳이 이렇게 합류시켜야 했나. 하는건 하나도 없었는데. 건질건 욘두무쌍 정도? 1편은 두세번 보고싶었는데 2편은 두번 볼 생각은 그다지 안 들긴 하네요.
  • 멧가비 2017/05/05 17:53 #

    네뷸라는 참 좋아했는데 이럴 거면 안 나오는 게 나았을 것 같네요
  • 나이브스 2017/05/04 23:36 #

    아마 스텐리는 가오갤 1탄의 스탠리가 아닐지...

    하지만 마블신은 어디든 존재하기 때문에...
  • 멧가비 2017/05/05 17:53 #

    그렇죠 스탠리가 무슨 역할인지가 뭐 중요하겠습니까
  • lelelelele 2017/05/05 11:32 #

    디즈니가 요구하는 주제 + 마블산 캐릭터와 기성품 + 제임스건 똘끼 의 삼위일체가 아니라, 삼위삼체.. 처럼 각자 따로 노는거 같아보였네요.
    근데 제가 MCU에 기대하는거라곤 실사화된 캐릭터들이 벌이는 쇼라서.. 클리셰 덩어리인건 그냥저냥 보고 넘겼는데요. 막상 볼때는 인지하지 못하고 좀 허전한 감이 있었는데 그게 뭔가 했더니 스타로드 캐릭터가 좀 평이해전 거가 크게 작용한 거였군요.

    영화팬이 아닌 만화책 팬으로서 좋은거라면, 마블이 몇몇 빅타이틀 판권이 없다보니 고전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마이너한 요소들을 죄다 긁어모아 오리지널화 해서 스크린에 내보내고 있는데, 코스믹 파트인 가오갤은 그런 부분이 많아서 그거 하난 맘에 들었습니다. 1편이 각색요소가 많아 이럴줄 몰랐는데, 마이너한 팀이나 캐릭터들을 이렇게 활용하다니..
    실베스타 스탤론 아저씨는 이번 역활이 맘에 들었는지 꽤 좋아했다던데, 건 감독양반 말마따나, 라바저스(원조 가오갤팀)이 훗날 따로 스핀오프로 나오는건 좀 보고싶긴 하네요.

    세계관 연계성을 많이 드러내지 않아 좋게보는 분들도 있던데, 막상 이번편에서 우주파트 설정 확장한거만 해도 꽤나 되는거 같아서, 별반 다르지 않더군요. 특히 쿠키들....
    전 잘 모르겠는데, 트로마 엔터테인먼트 출신인 제임스건의 성향이 곳곳에 묻어나서 그런지 좋아하는 지인분도 계시더라구요.
  • 멧가비 2017/05/05 17:55 #

    트로마 시절 성향이 이 영화에 묻어있다는 평이 있었나요? 오히려 이젠 거의 안 남았다는 느낌이었는데
  • 닛코 2017/05/05 15:24 #

    씨몽키랑 마이클 클락 던컨은 저도 똑같이 느꼈습니다!!!
  • 멧가비 2017/05/05 17:55 #

    두 배우 다 좋아했을 때도 가끔 헷갈렸는데, 이제 한 분이 고인이라 왠지 미안하더군요
  • 닛코 2017/05/05 18:49 #

    너무 일찍 하직하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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