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 (2006) by 멧가비


주인공은 이름부터 끝내준다 김곤. 지역색도 없고 성별도 알 수 없는 두 글자 똑 떨어지는 그 이름 고니. 주인공 이름이 이쯤 돼야지.


그저 촌부였던 고니는 부르지도 않은 남의 사기 화투판에 제 발로 기어들어간다. 마치 도박이 고니를 불러들이듯 고니가 스스로 향기에 취해 꽃밭에 다이빙하듯, 부모님의 원수 아니 누나 이혼 위자료의 원수인 박무성을 찾아다니던 고니는 기연인지 악연인지 재야의 은둔 고수 평경장을 만난다. 언월도 아니 손가락 작살내는 작두를 휘두르는 고니를 본 전국구 타짜 평경장. 클린트 이스트우드 뺨때리는 잔머리로 입문 테스트를 통과한 고니는 그렇게 첫 사부를 얻는다.


화투패를 쥐고 이리 조물락 저리 주물럭 하는 고니의 손은 소화자에게 머리통을 얻어 맞으며 물지게를 지던 성룡의 고행 만큼이나 처절하고 고되어 차라리 아름답기까지 하다. 눈 내리는 계절에 수련을 마친 고니. 꽃처럼 생긴 청년이 꽃의 싸움판에 뛰어든다.


애초에 장르 하나로 똑 떨어지는 영화가 어딨겠냐만 그래도 비중이며 지분 계산하자면 이 영화는 영락없는 무협이다. 느와르고 나발이고 이렇게 알기 쉬운 무협 플롯이 한국 영화 근 30년 간 있었던가. 씨푸, 사이드킥, 객잔의 마담, 사파의 당주 등 갖출 건 다 갖추질 않았는가. 칼이나 창 대신 꽃패 들고 던지며 붙여가며 싸울 뿐이지, 심지어 귀가 날아가고 손이 날아가기도 한다. 그렇게 따지면 밑장빼기는 고니의 필살 초식 쯤 되려나.


대사빨로 조지는 영화 하면 또 이거지. 명대사라고 하기엔 미묘하지만 어쨌거나 입에는 달라붙는 말말말들. 영화를 좋게 본 사람이든 잘라낸 토막 영상으로만 본 사람이든, 화투판 꿀벌들이 독오른 말벌처럼 쏴대는 대사들을 한 번 쯤은 흉내내어 댓글로 달아봤으리라. 최동훈은 영화의 대사를 인터넷 커뮤니티 유희의 영역으로 불러낸 선구자인 셈이다.





연출 각본 최동훈
원작 김세영 허영만 (만화 타짜 지리산 작두 편,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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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를 영화화 함에 있어서 거칠 수 있는 재해석의 끝판왕 같은 영화가 아닐까. 조금 더 치기어리고 날카로운 건달이 된 고니가 마음에 들고 조연들의 역할이 강화되었으며, 뭣보다 핵심적인 대사들은 건드리지 않은 채 거의 갖다 넣었다는 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