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 (2001) by 멧가비


귀신이 나타나 사람을 괴롭히는 건 픽션의 일. 현실에서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귀신 관련 공포의 극한은 "무언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확실성이다. 이 영화는 호러를 표방하고 있으면서 그 흔해 빠진 귀신딱지 하나 구경 시켜주질 않는다. 대신 영화는 낡은 아파트의 벽이며 불 꺼진 구석 어딘가들을 무심하게 들여다 볼 뿐이다. 관객으로 하여금 보고싶지 않은 그 어둠을 쳐다보게 만들어 무언가 튀어나올지도 모른다는 현실적 공포의 끝을 체험하게 한다.


때문에 영화 내에 깔린 인물들의 서사나 근친상간에 대한 암시들 그 어떤 것도 맥거핀 이상으로 기능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현실에서의 공포, 즉 오싹함 역시 특별히 기승전결 구조를 지니고 있지 않아도 충분히 작동하게 마련이다. 적절한 상황, 본능적으로 공포를 느낄만한 이미지들로 채워져, 더도 덜도 없이 딱 현실의 공포만큼만을 관객에게 제공한다. 무서운 심야 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가는 길 골목 어귀에서,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자리에서의 공포 쯤을. 


끔찍한 분장을 한 배우가 별안간 튀어나와서 놀래키는 얄팍한 점프 스케어 호러와는 대척점에 있어서 좋은 영화. 놀래켜 심장 뛰게 만들기만 하는 건 5 프레임 짜리 GIF 이미지로도 가능하니 굳이 두 시간 짜리 영화를 볼 이유가 없다. 이 영화에는 가장 핵심적인, 내가 사는 아파트 불 꺼진 복도에서 손에 땀을 쥐고 긴장할 이유 만큼의 서사들이 채워져 있다.



연출 각본 윤종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