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平成狸合戰ぽんぽこ (1994) by 멧가비


버블 경제 시대의 개발 붐, 모두가 행복했다고 믿었던 그 때. 꼭 그렇지만도 않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너구리에 빗댄 우화.


인간 척살을 주장하던 매파 곤타가 비둘기파 쇼키치의 절충안을 받아들인 건 인간들이 만든 햄버거와 레몬티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단지 유머러스한 장면일 수 있지만, 조금 생각해보면 이들이 보이는 그대로의 너구리가 아니라, 어찌됐든 인간과 섞여 살 수 밖에 없는 또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영화는 이야기를 서술함에 있어 전국시대 전쟁 시대극을 모방한 나레이션 형식을 차용한다. 과연 이야기의 주된 내용 역시 너구리들의 항쟁 국지전이기도 하고. 그러나 너구리들의 사보타주에 희생되는 건 건설 노동자들 뿐, 지주 혹은 자본가들인 현대의 "주군"들은 전장엔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다. 결정권자는 숨어서 버튼만 누르면 되는 현대의 전쟁과 똑같은 양상이어서 섬뜩하다. 


조금 더딘 발걸음을 허용하지 않는 발전. 그 개발에 밀려 삶을 잃는 이들. 그리고 안전한 곳에 숨어 병사들을 녹여대는 통수권자들. 영화는 단지 영화 속 그 시기, 그 지역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지브리의 양대 거장이었다고는 하지만 미야자키와는 확연히 그 성향이 달랐던 타카하타의 시니컬함은 가끔 너무 날카로워 보는 것만으로 아프기도 하다.


또한 영화는 일명 '전공투'로 통용되는 60년대 학생운동의 몰락에 대한 우화이기도 하다. 작화의 귀여움을 걷어내고 보면 영락 없이 이시이 소고 풍의 펑크 영화에도 비견할 수 있다. 웃고 있지만 슬픈 영화다.




연출 각본 타카하타 이사오


덧글

  • 존다리안 2017/05/17 08:48 #

    변신못하는 너구리들이 사이비 교주 비슷한 너구리 따라 배타고 떠나면서 나레이터가 "죽음의 길"이라고
    말하는 게 섬뜩했지요. 현실에선 얼마 뒤 옴진리교 사린테러 사건이 터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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