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방울방울 おもひでぽろぽろ (1991) by 멧가비




무신경한 부모, 짓궂은 형제, 밉살스런 동급생들. 살면서 평범히 있을 법한 사소한 삐걱거림이 누군가에게는 자기혐오로 까지 이어지는 트라우마의 뿌리일 수도 있다. 모래알이든 바윗덩이든 물에 가라앉기는 마찬가지라고 하듯이 말이다. 주인공 타에코가 작중 회상하는 유년기의 기억들은 따뜻하긴 커녕 되려 폐부를 찌르듯 아프기까지 하다. 영화는 방울방울하지 않다.


영화는 타에코가 기억 어딘가에 눌러뒀던 응어리를 찾아내어 마주하는 과정이다. 유기농사의 "유기"를 "용기"로 잘못 알아듣는 장면은 영화 전체를 함축한다. 이른바 킨포크 라이프. 농사 흉내를 내며 시골의 삶을 이해한 척 한 자신에게 실망한 타에코는 농부의 아내가 되어 농촌에서 새 삶을 시작하는 것에 대해 부담과 적잖은 두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이는 스스로 모른 척 했던 자신의 위선적인 기억을 끄집어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도시로 돌아가는 기차에서 내려 자신을 발견하게 해 준 그 곳으로 돌아간다. 타에코에게 있어 그 동안의 도시에서의 삶은, 네 잘못이 아니다, 네가 나빴던 게 아니다, 라는 그 한 마디 들을 날을 위해 그저 기다려왔을 뿐인 시간들에 지나지 않는다. 타에코의 삶에 있어 그저 견뎌온 시간 이상의 가치와 의미는 영화가 끝난 시점부터 시작하는 것이리라. 타에코의 가족들이 회상 장면에서만 묘사될 뿐, 현재 시점에선 등장이 없는 게 반증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타에코의 심리 변화의 그에 따른 행적이, 마치 버블 붕괴 후 염세에 빠져 귀농했던 도시인들의 멋쩍은 변명처럼 보이기도 한다.




연출 각본 타카하타 이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