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후 1011, 1012 시즌 피날레 by 멧가비



시즌 10 내내 "이게 뭐야" 했던 것에 비하면 피날레는 그래도 피날레답긴 했다. 하지만 삼인방이 한 시즌 동안 돈독한 관계성을 쌓지 못해서 그 드라마틱함이 반감된 것 또한 사실이다.


세계관에 관여하는 큰 설정들을 덥썩 잘 건드리는 모팻의 버릇은 여전했다. 지난 시즌의 데브로스-달렉에 이어 이번엔 사이버맨의 기원을 다루는 것도 모자라 그 배후에 마스터라니.  게다가 이번엔 숫제 컴패니언이 최초의 사이버맨으로! 이거 이 정도로 건드려도 괜찮은 거냐 이거.


클라라가 달렉이 됐던 것처럼 빌이 사이버맨이 되고. 닥터의 눈 앞에서 사망했다던가, 끝에는 영원한 시간을 보장받고 자신만의 여행을 떠난다는 점 등. 결국 클라라의 굵직한 플롯들의 재탕이었다. 그나마 섬세한 부분은 다 떼고 자극적인 "설정"만 카피한.


이번 시즌이 마치 PC 캠페인처럼 지나치게 설교조라는 논란이 있었는데, 컴패니언이 닥터에게 남기는 마지막 말이 "나 게이인 거 알죠?"라니. 이건 심했다. 영국 현지의 대중매체들에서 PC를 다루는 요즘의 방식을 내가 알진 못하겠지만, 이미 10년 쯤 전에 캡틴 잭이라는 자연스러운 옴니섹슈얼 캐릭터가 있었던 걸 생각하면 빌은 오히려 퇴보한 셈이다.


사이버맨으로 개조되고도 끝까지 인간성을 지킨다는 이야기는 감동적이지만 뻔하고 흔하다. 차라리 달렉 클라라의 심리 스릴러 분위기가 훨씬 세련됐었지. 헤더가 마지막에 등장한 건 데우스 엑스 마키나고.


마스터와 미씨가 서로 죽인다는 전개는 좋다. 숙적인 사이버맨을 창조하고, 컴패니언을 죽이고, 선해진 자신의 미래마저 죽이는 파천황적인 전개.  결국 죽은 캐릭터가 돌아와 닥터의 처참한 실패를 혼자 설계한 셈. 정말 소름 돋게 지독한 인물이다. 두 배우의 광기 넘치는 연기가 한 몫 했다.


닥터가 깨어날 때 본 주마등(?)에 클라라가 있다. 역시 기억에 남아있었던 건가.


알고 있었으면서도 1대 닥터 등장에선 소름이 돋았다. 이로서 1대 닥터는 이례적으로 세 명 이상의 배우가 연기한 닥터가 된다. 804의 발만 나온 아역까지 포함하면 네 명이겠지. 데이빗 브래들리는 "닥터"와 "닥터를 연기한 배우"를 모두 연기한 배우가 되는 거고.


아직 완전히 죽은 건 아니지만 양상으로 봐선 카닥의 최후도 전례가 없다. 그간은 늘 뭔가를 지키려는 죽음이었는데 이번엔 사이버맨들을 날려버리기 위한 자폭이었다는 점. 어째 전쟁 닥터가 선택할 법한 죽음의 형태다. 진짜로 발리야드 떡밥 풀리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