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홈커밍 Spider-Man: Homecoming (2017) by 멧가비


갑질에 대한 갑론을박이 아직도 첨예한 한국에서 마냥 유쾌하게 즐기긴 힘든 거시기함이 있다. 업계 베테랑에게 인정받고 싶은 신출내기 꼬마와 직장 잃고 가족 부양의 무게를 진 노동자의 싸움. 그 싸움을 야기한 월드 재벌은 느긋하게 해외 여행을 즐긴다. 갑은 폼나게 갑질하고 을들은 박터지게 싸우는 영화. 또 원흉은 그 남자다. 이쯤되면 그게 이 세계관의 룰이 아닌가 싶다.


스파이더맨 이름을 달고 나왔던 선배 영화들과 차별화 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노력은 가상하나 그게 좋았냐고 묻는다면 글쎄. 막장 드라마처럼 감정소모 심했던 전작(이라고 하자 편의상)들에 비하면 이번엔 건전하다 못해 PC 캠페인 교육 영화에 가깝다. 왓더ㅃ조차 제대로 들려주지 않는 영화. 캡틴 아메리카가 좋아하겠다.


액션을 논하자면 이건 차별화라기 보다는 포기에 가깝겠다. 스파이더맨이라는 캐릭터가 실사 매체에서 보여줄 수 있는 액션 스턴트는 이미 샘 레미이 삼부작에서 그 완성형을 내놓았으며, 어메이징 두 편에서는 차별화에 도전했지만 결과가 미묘했다. 이번엔 아예 액션으로 관객을 흥분시키겠다는 최소한의 야심마저 버린 것으로 보인다. "고층 건물 없는 주택가에서 스파이더맨은 어떨까?" 라는 오래된 농담을 구현한 점은 재미있지만 아예 영화가 내내 그런 식으로 갈 줄이야. 과장 보태면, 스파이더맨 영화는 웹스윙 하는 거 보는 영화잖아. 웹스윙 안 하는 스파이더맨은 날지 않는 슈퍼맨이요 대낮에 광장에서 패싸움하는 배트맨이다.


잠깐 지나가는 [페리스의 해방] 장면이 상징하듯이 영화는 80년대 틴무비를 지향한 듯 하다. 하지만 흐름 뚝뚝 끊고 조잡한 전개 무릅써 가면서 학교생활을 많이 비춰준 것 치고는 대부분이 클리셰만도 못하게 심심한 이야기들 뿐이며, Nerd, Bully, Geek, Queen 등의(흔하지만 재미있는) 세력 구분 없이 친구들을 전부 공부 그룹으로 몰아넣은 건 결과적으로 몰개성화다. 공부 그룹에 속해있지 않았던 네드가 유독 튀는 게 그 반증이다.


덕분에 피터 파커 부분은 영 심심하고 늘어진다. 비참한 생활고, 섬세한 로맨스 등 전작들을 정의하던 고유의 정체성이 새 피터에겐 부족하다. 원작제일주의자는 아니지만 이 영화의 캐릭터 파괴는 좀 심하다 할 정도. 내가 스파이더맨 영화를 보고 있구나, 하고 느낄 수 있는 최소한의 선은 지켜줘야지. 퉁퉁이가 아닌, 비실이 같은 플래시라면 굳이 등장하는 게 의미가 없다. 리즈나 미셸 등의 캐릭터로 반전을 주는 것도 영화가 잔재주에 의존한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피터 파커 개인의 "성장담"으로서 전에 없는 건강한 분위기인 점은 좋다. 토비 맥과이어는 보는 사람 진 빠질 정도로 비참했고 앤드루 가필드는 거의 처음부터 완성형이었으니. 다음 편이 기대되는 가능성은 많이 보여줬지만 그 가능성 이상은 채 하지 못하고 끝난 느낌.


다만 인공지능이 가이드 해주는 수트는 재밌지만 다음 부터 뺐으면 좋겠다. 주인공과 인공지능의 만담은 이미 토니와 자비스가 뽑을 거 다 뽑아 먹기도 한 데다가 괜히 아이언맨의 열화판처럼 보이기만 한다. 게다가 스파이더맨이라면 뭐니뭐니해도 스스로의 예민한 감각에 의존해서 싸우는 게 멋있다. 본격적으로 "성장"을 다루려는 듯 하니까 이번엔 넘어가자. 아직 "스파이더 센스"도 제대로 못 써먹는 것 같더라.


영화가 전체적으로 무난하고 밍숭맹숭했던 것에 비해서 악당 캐릭터는 시리즈 8년 통틀어 손 꼽히게 좋았다. 생계형 캐릭터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점. 노력하는 악당이라는 점 좋았고 연기는 뭐 말 할 것도 없고. 마이클 키튼 어디 안 갔구나. 출연 고사했다던데, 하긴, 진짜로 버드맨을? 하면서 좀 머쓱했을지 모르겠다. 그를 설득한 로다주에게도 박수를.




연출 존 와츠
각본 존 와츠, 조나단 M. 골드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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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소코비아 협의안에 등록하지 않은 자경단 치고는 좀 큰 일에 연루된다. 게다가 토니는 무슨 생각으로 스파이더맨을 공식적으로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소집했을까. 자칫 미성년자인 게 밝혀지면 그 뒷감당을 어쩌려고.


소니 작품 치고는 MCU 세계관의 디테일한 설정들을 이래저래 많이 건드린다. '데미지 컨트롤'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도 그렇거니와 어벤저스 타워 폐쇄, 페퍼 포츠 재결합, 토니-스티브 화해 무드 등. 마블과 어디까지 얘기가 된 걸까. 어련히 알아서 하겠냐만은.


주택가의 스파이더맨에 이어 피터 파커가 수트 입는 모습도 늘 보고싶었던 웃긴 구경거리 중 하나였다. 영화에서 구현한 장면은 [백 투 더 퓨처 2]를 떠올리게 하더라.


[윈터솔저]의 '대니 푸디', [시빌 워]의 '짐 래시'에 이어 이번엔 '도널드 글로버'. 시트콤 [커뮤니티] 출신 배우의 세 번 째 MCU 출연이다. 심지어 이번엔 루소 형제가 감독이 아닌데도. 묘하다고 해야할지. 커뮤니티에서 게스트 단역이었던 브리 라슨은 스타가 돼서 곧 '캡틴 마블'로 데뷔를 앞 두고 있으니 말이다.


그 쿠키는 사실 열 받을 정도 아니다. 세계관에 애정이 있다면 뭔들 반가운 거고, 그 이죽거리는 느낌 또한 영화가 관객과 놀고 싶어하는 태도의 일부라고 생각하니 귀엽다. 근데 다른 의미로 빡도는 건, 일부러 약올리듯이 [어벤저스] 때 그 찐따같은 수트를 입고 나왔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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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더카니지 2017/07/06 17:28 #

    우려했던것보다 아이언맨의 비중이 낮아 다행이었어요. 예고편 때까지 스파이더맨이 아이언맨의 부하나 사이드킥으로 격하되어 나오는거 아니냐 하는 말이 좀 있었죠.

    스파이더 센스는 감독이 인터뷰에서 이전영화에 많이 나와서 의도적으로 능력을 없앴다고 밝혔는데 캐빈 파이기는 있다고 또 딴소리(...)

    말씀처럼 마블이 직접 만든 최초의 스파이더맨 영화-소니는 돈만 대고-ㄱ임에도 스파이더맨 본연의 개성이나 매력을 소니 독자 영화보다 다 못살린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 lelelelele 2017/07/06 19:50 #

    일단, 홈커밍은 소니측도 공동제작으로 참여합니다. 양사 합작영화죠. 창의적인 부분에서 마블스튜디오가 이끌고 가긴 하는거지만요. 제작자 에이미 파스칼은 소니측에선 물러났지만, 여전히 소니측과 제작자로 단기계약하며 꾸준히 제작자로 참여하고 있어요. 거기다 소니측 제작자 멧 톨마크도 관여하고 있고요. 마블스튜디오의 케빈파이기가 제작의 중심에 있겠지만, 소니측 입김이 없는 영화도 아닙니다. 애초에 소니가 마블의 제작을 승인해주며 제작하는 영화인데 말이죠.

    아이언맨 비중은 굳이 보지 않더라도 그 정돈 어느정도 예상 되더라고요. 소니 마블 양사가 다른 건 몰라도 스파이더맨 캐릭터의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을텐데, 당연히 아이언맨으로 도배하진 않을거라고 생각되더군요. 그래도 뭐 상업적인 요소를 고려해서 그런지 여러 방면에서 영향력이 있긴 하지만요.

    스파이더센스는 제가 본 감독 발언과는 전혀 다르네요. 의도적으로 없앤게 아니라, 트릴로지 동안 전개해나가며 능력을 개발시키기 위해 일단 첫편에서만 배제한거라고 말한게 맞는거 같은데요. 아직 스파이더맨의 모든 능력을 공개한건 아니라고도 하는 모양인가본데요.
    출처 http://blog.naver.com/connell3/221043750755
    실제로 저럴 거 같은게, 원래 MCU의 캐릭터묘사와 능력개발은 시리즈 내내 점진적으로 진행되면서 보여주는 방향을 선호하지, 한번에 모든걸 풀어내고 그러질 않았죠. 애초에 다른 시리즈와 달리 속편제작을 상정하고 만드는 시리즈들인지라, 한 걸음씩 나아가며 풀어내기 위해 그런 방법을 택한거라고 봅니다. 실제로 지금까지 나온 모든 MCU 주역캐릭터들이 그랬죠. 캡틴아메리카도, 앤트맨도요.
  • 멧가비 2017/07/06 19:58 #

    연출에선 제외한 거고 설정상으로는 있다는 얘기인가보네요. 아직 각성하지 못했나보죠. 이번 영화에선 캐런이 너무 떠들어서 스파이더 센스가 발동할 틈도 없어 보였어요.
  • lelelelele 2017/07/06 20:05 #

    제작때부터 소니 마블 양사 모두 해리포터 운운하는 이야기도 있었고, 학창시절 묘사에 관한 언급을 꾸준히 해온걸 봐선, 홈커밍에서 쌓아온 설정 기반하에 속편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갈 모양인거 같더라고요.

    아이언맨 출회성이 일회성이었던만큼,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스트리트 히어로에 맞는 정체성을 갖춘 캐릭터로 성장하지 않을까 하는.. 일말이 팬심이 좀 있긴 합니다. 이번 하이테크 슈트는 어쩌면 지금밖에 할수 없는 실사화기에 무리수를 둬서라도 해본게 아닐까 싶네요. 어차피 어벤저스4(가제) 정도면 로다주 아이언맨의 MCU하차는 기정사실에 가까울테니.... 이번편에 조잡한 수제슈트를 선보인것도 어쩌면 차기작들엔 더 진보된 수제슈트를 등장시키기 위한 복선이 아닐까요? 실제로 홈커밍2는 어벤저스4 이후 바로 이어지는 스토리라 하던데...

    감독색채가 적고 제작사 입김이 강한 MCU이고, 거기다 블록버스터 작업 초행길인거 생각하면 존와츠 감독도 어찌됐든 자기이름 홍보는 확실히 한거 같네요. 요즘 마블스튜디오 성향상 감독들을 자기들 입맛에 맞게 꽤 엄선해서 무명급으로 뽑는지라, 이것저것 재보며 고른 사람일텐데.. 차기작에선 더 다양한 고민들을 해줬으면 합니다. 굳이 명작 수작 이런거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리고 이 실사영화 시리즈의 바이블이 되버린 샘레이미의 2편같은 게 아니라도 좋으니 앞으로 더 시원시원한 작품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더라구요.

    근데 이번 아이언맨 참전은 결국 일회성이고 ( 이게 당연한거겠지만요 ) 차기작에도 다른 MCU캐릭터의 참전이 확정되었던데, 개인적으론 꼭 데어데블의 스크린 진출이 이 작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여러모로 MCU스파이더맨의 또 다른 변화와 화학작용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닐까 싶은데 말이죠. 크로스오버의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들도 모두 클리어 할수 있을만큼 넷플릭스 데어데블 캐릭터 사용의 타이밍이 딱 좋고요. 찰리콕스도 영화필모도 있는 사람이고, 데어데블 드라마도 2019~2020년쯤 전에 3시즌 정도로 충분히 마무리 되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죠. 거기다 드라마 캐릭터의 활용에 대해 케빈파이기도 꾸준히 립서비스 해주었던 만큼, 스파이더맨 솔로무비에 데어데블을 소개시키는 것도 괜찬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죠....
  • 멧가비 2017/07/06 19:59 #

    해리포터 운운은 뭐죠? 설마 마블판 해리포터를 찍겠다는 계획 같은 게 있었나요
  • lelelelele 2017/07/06 20:01 #

    멧가비 / 제작전 이런저런 인터뷰가 나올당시 나온 언급들이 기억나는데, 이번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양사 모두 학창시절을 기반으로 장기적으로 이끌어 가고 싶어하는 거 같더라고요.
  • 멧가비 2017/07/06 20:14 #

    검색해보니 해리포터를 롤모델 비슷하게 생각했나보군요. 참 택도 없다 싶습니다. 기억이 맞다면 고2라고 언급됐는데 학창시절 얼마나 더 다루겠다고...다음 편에 프롬 나오고 졸업하면 딱 적당하겠는데요.
  • lelelelele 2017/07/06 20:31 #

    멧가비 / 그래서 MCU에 속해있되 타임라인을 좀 다르게 갈거라는 소니측 관련 언급도 있던 모양같더라고요. 실제로 마블측은 피터파커의 학창시절 묘사를 원하기도 했으니... 근데 어차피 세계관 내에 다른 캐릭터도 많아서, 굳이 학창시절 안 매달려도 할만한 것들은 많아보이는데 말이죠.
  • 멧가비 2017/07/25 00:20 #

    타임라인을 다르게 가면 크로스오버도 상당히 제한적일테니 MCU에 속해있다는 게 무의미해지겠죠. 학원물에 대한 집착은 길어봤자 영화 한 편 더 나오고 버리지 않을까 싶네요.
  • 잠본이 2017/07/18 01:16 #

    크리스 에반스가 마지막에 '이거 앞으로 몇편 남았어?'라고 묻는건 왠지 배우 자신에 대한 메타개그로 들리기도 하더군요. 인피니티워 이후로 하차할지 말지를 재고 있는 시점일테니...
  • 멧가비 2017/07/25 00:22 #

    그러게요 그런 느낌도 있죠. 쟤 판타스틱 포 나왔던 걔 아냐? 했었는데, 어느새 세월이 그렇게 됐네요.
  • IOTA옹 2018/10/31 13:25 #

    대낮에 패싸움하는 배트맨 비유가 적절하다고 느끼면서도 또 그런 영화가 있고 그게 또 좋은 영화라는게 뭔가 즐겁네요^^
  • 멧가비 2018/10/31 21:37 #

    뭐 얘기 하는지 아셨군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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