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홈커밍 2회차 리뷰 (2017) by 멧가비


첫 관람과 달리 영화가 가친 가치나 고유한 미덕이 눈에 많이 띈다. 벌처를 이 정도 멋진 악당으로 환골탈태 시킨 것만 해도 선배 스파이더맨 영화들에 없었던 업적이랄 수 있겠다. 그린 고블린처럼 세계관에서 요긴하게 써먹을 슈퍼스타 악당도 아니고 닥터 옥토퍼스나 베놈처럼 멋있지도 않은, 그냥 독수리 옷 입은 웃긴 노인일 뿐이었던 그 벌처를..팔콘도 이미 그랬듯이, MCU는 웃긴 버드맨들을 멋지게 키워주는 재주가 있다.


이 벌처가 왜 인상 깊은가 하면, 갈 데 까지 가보자며 미쳐 날뛰는 대신 한계를 그어놓고 숨어서 활동하는 뒷골목 형 악당이 영화 시리즈에도 드디어 나왔다는 사실이다. 세계적 기업의 임원임에도 밑도 끝도 없이 활개를 쳤던 오베디아와 비교하면 이 시리즈가 인물에 깊이를 부여하는 수준이 어느 정도 발전했는지를 알 수 있다. 마지막에 무기 상자를 끝내 들고 가겠다며 낑낑대는 모습에선, 저녁에 파스 붙여가며 열심히 살던 우리 시대 아버지들의 모습이 오버랩 되기도 한다.


그렇게 소시민형 악당임에도 무력으로 히어로를 완전히 제압해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은 악당이라는 점도 특기할만 하다. 그 끝에 주인공 히어로에 의해 일종의 구원을 받은 악당 캐릭터라는 점에서는 윈터솔저 버키와 한 카테고리로 묶을 수도 있지 않을까.


반대로, 스파이더맨에 대해서는 여전히 재평가 하기 힘들다. 피터 파커라는 캐릭터 자체는 좋으나, 수트의 인공지능은 아무리 다음 편으로 이어지는 피터의 성장담을 다룰 요량이었다고 해도 받아들이기 힘든 설정인 것이 사실이다. 성룡의 [턱시도]를 볼 때 이런 기분 비슷했다. 아니야, 그 캐릭터는 그렇게 써먹는 게 아니라고.



설정 면에서는 소코비아 협의안의 모순이 또 한 번 드러난다. 스파이더맨 정도 되는 메타휴먼이 그 많은 난리를 벌이는 동안 단 한 번의 공권력 제제를 받지 않는다. 블랙 위도우나 호크아이는 그들 단독으로 세상에 끼칠 수 있는 물리적 피해의 총량이 스파이더맨의 발 끝에도 미치지 못할텐데도 도망자 신세다. 이 말은 곧, 메타휴먼인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 즉, 그저 어벤저로 활동하는 그 멤버들만을 집단으로 묶어서 노린 일종의 표적 법안이라는 말이 된다. 작품들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이미 확인된 어벤저스 멤버들을 제외하고서도 많은 메타휴먼들이 있을텐데, 어벤저스만을 특정해서 통제한다는 건 잘 봐줘야 전시행정이고, 정치적인 다른 의도가 숨어있다고 밖에는 말 할 수가 없다. 효율적인 협의안이라면 어벤저스를 탄압할 게 아니라 테크놀러지를 통제했을 것이다.


여성 캐릭터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과 비교해서 오히려 퇴보했다. 영웅 주인공의 여자친구라는 포지션 한계에도 불구하고 자주적이고 능동적인 모습을 내내 보였던 그웬에 비하면, 이 영화에서는 리즈든 미쉘이든 반전을 위한 미끼 캐릭터로만 투입된 경우다.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베인+탈리아가 딱 이런 식이었다.




그나저나 "개발 중인 캡틴의 새 방패" 라는 게,



설마 이거 떡밥 회수한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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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더카니지 2017/07/24 20:20 #

    군용 윙슈트 팔콘보다 민간수제작 사제 윙슈트 벌쳐가 더ㅇ간지나서 좀 웃겼ㅎㅎ 벌쳐는 마지막 한탕 안하고 손털었으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그나저나 전 한탕을 돈이나 귀금속 같은걸 터는건줄 알았는데 판로 개척하기 힘든 스타크의 물품이라니....
  • 멧가비 2017/07/24 21:38 #

    원래 이 세계관이 관용보다 민용이 더 멋지죠. 일단 아이언맨부터가..

    벌처는 영화 초반부터 이미 대미지컨트롤을 털었는데 마지막 한탕이라면 그보다 커야죠.
  • 닛코 2017/07/24 23:00 #

    이 포스터 좋네요!
    저는 스파이더맨을 그렇게 수트빨로 만든 이유가 소니에게 순순히 허락하고 싶지 않다는 마블의 마음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멧가비 2017/07/25 00:18 #

    인공지능 수트는 그 자체로도 싫은데 그렇게 상상하니 진짜 더 싫어지네요.
  • rumic71 2017/07/25 15:29 #

    차라리 아이언 스파이더 프로토타입을 입혀 주고 클라이맥스 장면에서 오리지널 스파이디 수트였으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군요. 기능은 영락없이 아이언 스파이더였으니...(그래도 카렌은 모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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